(스타트업리포트)29. 김형석 북팔 대표 “작가들이 작품에만 전념하는 날까지!”

입력 : 2014-10-02 오후 5:27:14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일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대형 IT기업에서의 근무경험? 적어도 몇 년은 조직을 존속시킬 수 있는 자본금?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개발력? 전문가로 이뤄진 팀빌딩? 벤처업계 두텁게 형성된 명성과 인맥?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시켜본 레퍼런스?
 
이번에 소개할 북팔의 김형석 대표는 언급한 요소 중 어느 것 하나도 갖추지 못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나 열정과 끈기만으로 성공의 마일스톤(중간목표)을 하나씩 밟아가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3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속된 말로 "헐!"
 
북팔은 모바일 기반의 웹소설 서비스다. 이용자에게는 로맨스 드라마보다 재미있는 콘텐츠를, 아마추어 혹은 비유명 작가가 집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솔직히 그다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고?
 
자본금은 개인빚과 엔젤투자로 마련했고, 서비스 개발은 외주를 줬다. 작가풀은 유명 온라인 논객 시절 구축했던 인맥으로 모았으며, 마케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심으로 가능한 비용을 들이지 않는 내에서 진행했다.
 
차별화 요인으로는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구현했고, 작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 어떤 지원사격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느덧 400만 다운로드를 넘어 수익화에도 성공, 매달 수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는 상황.
 
이번 인터뷰는 김 대표와 첫 만남이 아니다. 적지 않은 시간 교류하며 고군분투하는 것을 지켜봤다. 얼마 전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소식에 놀랍고 반가우면서도 돈과 기술보다 강한 것은 의지라는 진리를 새삼 깨달았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북팔이 어떤 창업과정을 거쳤으며,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궁금하리라 생각이 든다. 김형석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 "안정된 삶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
 
- 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입니다. 간단하게 회사 및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북팔의 김형석 대표입니다. 북팔은 모바일 콘텐츠 회사로서 책(Book)과 친구(Pal)의 합성어입니다. 스토리 기반의 웹소설을 다루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개인작가의 출판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구상했으나 지금은 쉽게 작품을 접하고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 됐습니다.
 
- 요즘 대표님 관심사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현 사업을 더욱 성장시키는 일이겠죠. 특히 해외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 고민이 많습니다.
 
◇ 김형석 대표 (사진=북팔)
 
- 먼저 대표님에 대해 알고 싶은데요. 커리어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대학은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나왔고요. 87학번입니다. 처음에는 현대 엔지니어링이라는 회사에 취업을 했죠. 현대 엔지니어링은 공장, 발전소 설계를 담당하는 회사입니다. 사실 젊었을 때 어떤 회사를 다닐까 깊이 있는 고민을 하지 않았어요. 다들 그렇듯이 대학교 졸업하고 대기업으로 간 것이었죠. 하지만 조직의 부속품처럼 느껴져 큰 보람이 없었고, 과감하게 방향을 바꿨습니다.
 
- 그러면 어떤 업종으로 이동했나요?
 
▲광고대행사로 갔어요.
 
- 왜 광고대행사로 갔나요?
 
▲하고 싶은 일을 택한 것이죠.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연수생활 때 발표할 일이 많았는데 만족감이 컸어요. 이때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자질과 니즈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 커리어 변경 이후 어떤 생활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굉장히 즐거웠죠. 동아텔레비전, 채널커뮤니케이션즈 등에서 일하면서 수십억원 규모 프로젝트를 따오기도 했고, 주변으로부터 인정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다 닷컴열풍이 불었을 90년대 후반 우연히 지인 추천으로 온라인게임사 CCR, 이오리스 등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 마케터로서 경험과 역량을 쌓았다고 보면 될까요?
 
▲그렇습니다.
 
- 언뜻 이야기를 들어보니 창업에 별로 관심이 없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 북팔 사무실 (사진=북팔)
 
- 그러면 왜 창업을 결심하셨나요?
 
▲대학동기들에게 제 근황을 말하면 다들 놀라요. “설마 니가?” 이런 식으로 말이죠. 사업가로서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나 봐요.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웃음)
 
하지만 현실적으로 선택을 해야 했어요. 40대가 다가오면 회사는 유능한 관리인 혹은 유능한 영업인을 기대해요. 둘 다 맞지 않았고 차라리 홀로서기를 하는 게 낫겠다고 봤죠.
 
- 정말 솔직하시네요. 충분히 미화해서 말할 수 있었을 텐데요. 그러면 요즘 청년창업 열풍은 어떻게 바라보세요? 시니어 비즈니스맨과 만나면 꼭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전반적으로 사회 활력이 떨어졌잖아요. 그래서 청년에게 창업을 권유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봐요. 그러나 전반적인 환경이 효율적이냐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창업DNA’라는 게 있고, 가능성 있는 사람을 발굴해서 도움을 줘야 하는데 미흡한 듯 싶어요. 즉 성공사례를 높이기 위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 "커피숍에서 사업을 시작한 사연은?"
 
- 그러면 본격적으로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죠. 북팔이 첫 번째 비즈니스라고 보면 될까요?
 
▲그렇지 않아요. 2007년 블로거와 연합해 새로운 미디어를 만든다는 사업을 했어요. 구체적으로 괜찮은 포스팅을 모아 온오프라인으로 유통하고자 했죠.
 
소셜미디어 시대, 전문 언론인과 일반 네티즌이 쓴 콘텐츠 품질이 크게 차이가 없다는 발상이었습니다. (편집자주 : 김형석 대표는 ‘마케터’라는 유명 온라인 논객으로서 정치웹진 서프라이즈닷컴 등에서 활동을 했다.)
 
예컨대 인기 커뮤니티에 들어가보면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한 글이 허다해요. “작성자와 광고수익이 나누면 뭔가 사업기회를 찾지 않을까” 생각했죠. 아쉽게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수익모델도 찾지 못해 실패했어요.
 
- 대표님이 오너였나요?
 
▲아니에요. 공동창업자에 마케팅이사였고, 일부 주식이 있었죠.
 
◇ 북팔 홈페이지 (사진=북팔)
 
- 북팔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스마트폰이 들어오자 “콘텐츠 플랫폼을 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로 실행에 옮겼죠. 당시 저는 홍보대행사에 있었고, 첫 창업 때 함께 했던 박대령 이사는 서버운영자로 있었는데요. 앱을 내놓되, 6개월 해서 성과가 없으면 바로 접기로 의견을 모았죠. 사무실이 없어서 늘 커피숍에서 만나 회의를 했어요.
 
- 자본금 규모가 궁금합니다.
 
▲수중에 돈이 없었어요. 카드대출로 1000만원 만들어서 시작했죠.
 
- 그렇게 창업하는 게 가능하나요?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온라인으로 창업하겠다는 제 소식을 듣고 누군가 엔젤투자하겠다는 뜻을 보였어요.
 
혹시나 싶어서 만났는데 3000만원 정도는 “잃는 셈 치고, 투자하겠다”고 하더군요. 그저 “나중에 낮은 벨류에이션으로 투자를 받는다면 미리 알려달라“는 조건 뿐이었죠. 신주발행으로 지분을 내주고 이 돈으로 아이폰 어플을 개발하는 데 1200만원을 썼어요.
 
나머지 돈으로 ”사무실을 차릴까, 안드로이드 어플을 만들까“ 고민을 했죠. 결국 후자를 택했어요.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안드로이드폰이 급격히 보급되면서 연말 어플이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으니까요. 주변의 시선이 달라졌고, 우리 스스로도 한번 해보자는 결심이 생겼죠.
 
- 이후 늘어나는 고정비용은 어떻게 감당하셨어요?
 
▲기술보증과 개인인맥으로 각각 5000만원, 1억원 해서 모두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았어요.
 
- 작가는 어떻게 관리하셨나요? 비즈니스의 핵심이라 보는데요.
 
▲적지 않은 기간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고, 첫 창업을 하면서 알게 된 인맥이 있었죠. 우리는 잘못된 출판계 풍토를 주목했어요. 작가들이 직업상 굉장히 예민하고 까다로운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나쁜 일에 엮여 상처받는 경우도 많아요. 출판연기나 원고료 미지급은 숱하게 일어나죠.
 
그래서 우리는 “이들이 집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자”는 생각을 했죠. 일종의 연예기획사처럼 콘텐츠 외 기획, 제작, 유통, 수익화 모든 것을 책임지자는 뜻입니다. 이것이 북팔이 작가 생태계에 주는 핵심가치이기도 하고요. 다행히 주효해 좋은 결과로 이어졌죠.
 
◇ 롤러코스터 같은 좌충우돌 창업기
 
- 다시금 창업과정으로 돌아가죠. 1억5000만원의 자금은 어떻게 활용했나요?
 
▲아쉽게도 사무실 임대비용으로 소진했습니다. 당시 고민은 수익화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카울리와 같은 모바일광고 플랫폼회사들이 하는 말이 “광고지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앱이 수천개니 충분히 광고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어요.
 
이를 듣고 우리는 “광고지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자책이 수천개니 우리도 충분히 광고사업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영업을 하려면 아예 강남으로 가자” 해서 이사를 갔죠. 하지만 영업은 영업대로 안되고, 임대료는 임대료대로 나갔죠.
 
◇ 북팔 웹소설 (사진=북팔)
 
- 그야말로 좌충우돌 창업기군요. 그 다음 어떻게 자금을 또 마련했나요?
 
▲지인들에게 2억5000만원을 빌렸고, 엔젤클럽을 통해 1억8000만원을 투자받았죠. 하지만 상황이 호전되지 않았고 돈을 계속 까먹습니다. 이 가운데 온라인 리서치기관인 랭키닷컴에서 하나 흥미로운 자료가 발표됐어요. 전자책 이용률로서 북팔이 2위라는 것이었죠. 사실 우리도 놀랐어요. 여기에 희망을 얻고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로 했습니다.
 
- 잘 됐나요?
 
▲어휴. 엄청 깨졌죠. 뭘 해도 안되더라고요.
 
- 무엇이 문제였나요?
 
▲프리젠테이션을 하면 “과연 북팔이 성공할 수 있을까” 논쟁만 거듭됐어요. 속으로 “내가 왜 심사역들과 말싸움을 해야 하나” 생각까지 들었고요. 심지어 컨설턴트로부터 조언을 받고 가도 막판에 미끌어지곤 했죠. “설명서를 보자마자 업자 끼지 말라”고 질책하더라고요. (웃음) 이 모든 것은 결국 성과가 애매하게 나온 탓이었어요.
 
- 그렇다면 최고의 IR(투자설명) 작업은 결국 성과를 내는 일이겠네요.
 
▲그렇죠.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은 무조건 서비스 이용지표가 높아야 되요. 그러면 알아서 투자자가 몰리죠. 우리는 불안한 마음에 시간을 허비했어요.
 
- 그렇다면 어떻게 반전에 성공했나요?
 
▲작년 말 결단을 내렸죠. “더 이상 IR하는 데 시간을 쓰지 말자. 광고에서 유료화 모델로 전환하고 직접 돈을 벌어보자”고 말이죠.
 
- 결과적으로는 성공했죠. 대단합니다. 사실 돈을 버는 것, 특히 유료화로 돈을 버는 것은 아주 어렵잖아요.
 
▲쉽지 않았죠. 결제가 이뤄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이용자를 모을까 고민을 했죠. 우연히 경쟁서비스라 할 수 있는 네이버 웹소설 사이트에 들어갔어요. 유능한 작가들이 무척 많더라고요. 하지만 다행인지 네이버가 이들의 니즈를 맞추지 못하고 있었어요. 비유를 들자면 양어장에 고기가 많은데 주인은 무관심한 상황이라고 할까.
 
북팔은 벤처기업이었고 로드매니저 수준으로 작가를 돌봐줄 자신이 있었어요. 이에 대한 역량도 많이 쌓았고요. 적극 영입을 시도했고 하나둘씩 성공사례가 나오다보니 궁극적으로 좋은 작가풀을 마련하게 됐죠. 그러자 매출이 확 늘고 손익분기점마저 넘더라고요.
 
- 추가로 유료화 성공요인을 명료하게 정리한다면요?
 
▲핵심은 독자에게 신뢰를 심어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월매출 4억원..눈부신 성과 힘입어 30억 투자유치"
 
- 그리고 투자를 유치했죠? 얼마나 했나요?
 
▲투자를 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빠르게 이익잉여금을 쌓이고 있었어요. IR활동 당시 동네북처럼 맞은 게 서럽기도 하고, 당장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지난 7월 평소 알고 있던 심사역들로부터 제의가 왔어요.
 
검토결과 최종적으로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 15억원,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5억원, 서울투자파트너스 5억원, 한빛인베스트먼트 5억원 총 30억원을 받았죠.
 
- 대단합니다. 정말 인간승리라는 말이 절로 나오네요. 현재 창업자 지분율은 어떻나요?
 
▲두 명 합쳐서 52%입니다.
 
◇ 지난해 북팔 사업성적표 (사진=북팔)
 
- 아까 IR활동 당시 서러움을 잠깐 언급하셨는데요. 혹시 VC업계에 대한 문제점을 들자면요?
 
▲음. 글쎄요. 그저 심사만 하셨으면 하는데 역할을 넘어 피투자사와 비교를 하거나 이래라 저래라 무리하게 조언을 주실 때가 있어요. 자존심이 무척 상하죠. 하지만 다 지난 일이죠. 하하.
 
- 투자금을 어디에 쓰실 계획인가요? 평소 북팔은 개발이 약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죠. 말씀대로에요. 그래서 개발사 창업경험이 있는 시니어 프로그래머분을 기술이사(CTO)로 모셔왔고요. 앞으로 더욱 개발조직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 현재 직원수를 직군별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모두 15명이에요. 웹소설팀 4명, 기획홍보팀 4명, 디자인팀 3명, 개발팀 3명, 퍼블리싱 담당자 1명입니다.
 
- 현재 북팔 서비스 성과가 궁금합니다. 매출이나 트래픽 등 지표로 주시면 좋습니다.
 
▲총 다운로드는 400만 건이고, 월간 활동자수는 60~70만명입니다. 매달 거래액은 4억원 수준입니다.
 
- 올해 예상매출은 어떻죠?
 
▲30~35억원 정도? 영업이익률은 30%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수익배분율은 어떻나요?
 
▲오픈마켓에서 결제가 이뤄졌을 때는 30% 수수료를 뗀 나머지를 6대 4로, 사이트에서 결제가 이뤄졌을 때는 7대 3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 혹시 수익원은 유료결제 외 다른 것이 있나요?
 
▲전체 매출 중 유료결제 80%, 광고 20%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광고모델을 개발하고자 하는데요. 드라마와 같은 PPL 방식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연말 정도 공개하겠습니다.
 
◇ "성장성은 충분하다"..북팔의 비전은?
 
- 작가 중 많이 버는 분들은 얼마나 버시죠?
 
▲김남정 작가님의 경우 두 달 연속으로 2000만원 이상 가져갔어요. 북팔 작가 중에서는 정말 괜찮은 분들이 많아요. 언론에서 이에 대한 기사도 많이 써줬으면 해요.
 
- 하하. 알겠습니다. 북팔의 핵심가치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어요. 이용자에게는 드라마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작가에게는 다른 것 신경 쓰지 않고 집필만 해도 되는 작업환경을 부여하는 것이죠. 저도 은퇴하고 북팔 작가가 되고 싶어요.
 
◇ 북팔 모바일 (사진=북팔)
 
- 북팔 이용자층은 주로 어떻죠?
 
▲로맨스 소설이 주력이다 보니 30대 여성이 가장 많아요. 유료고객의 70~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북팔이 바라보는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되죠? 5000억원 규모 전자책시장이라 보면 될까요?
 
▲글쎄요. 요즘 모바일 콘텐츠시장 트렌드를 보면 게임, 음원, 동영상, 웹툰 등 오락거리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어요. 그래서 이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보고요. 해외사업 가능성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 초반부에 해외사업에 대한 언급을 하셨는데요. 어떤 계획을 갖고 있죠? 아직까지 소설이 해외에 나가 성공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만.
 
▲그렇긴 해요. 하지만 중국과 동남아시장에서는 가능성이 많다고 봐요. 우선 데이터 처리량 측면에서 부담이 적어 접근이 쉽고요. 한류라는 코드를 잘 이용한다면 충분히 반향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봐요.
 
- 언어의 장벽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글쎄요. 미국 드라마만 하더라도 퀄리티가 워낙 좋으니 이용자 커뮤니티에서 자막을 제작, 공유하는 일이 곧잘 이뤄지잖아요. 이용자참여(UCC) 전략만 잘 짠다면 큰 어려움이 없으리라 봅니다.
 
◇ "작가가 집필만 할 수 있는 웹소설 플랫폼 꾼꾼다"
 
- 서비스 확장 계획이 궁금합니다. 언뜻 레진엔터테인먼트의 트랜스 미디어 전략과 비슷한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예. 실제 행보를 보면 생각하는 게 비슷해서 깜짝 놀라기도 해요. 우리도 이종 사업자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웹소설 기반으로 영화, 게임,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 장르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 얼마 전 북팔은 음성서비스 '펠루'와 업무제휴를 맺었다. 조만간 공동 해외사업이 가능한 유망 스타트업과도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진=북팔)
 
- 혹시 신기술 활용 가능성이 있나요?
 
▲아직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만 하반기 기술적 진보가 대폭 이뤄질 예정입니다.
 
- 레진코믹스와 마찬가지로 북팔도 성인물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보는데요. 결제비중이 얼마나 되죠?
 
▲맞아요. 과반이죠.
 
- 그렇다면 오픈마켓 사업자로부터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최근 레진코믹스가 이것 때문에 호되게 당한 것으로 알아요.
 
▲우리도 마찬가지에요. 어쩔 수 없는 리스크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네이버 앱스토어에 집중하는 등 유통경로를 다각화하거나 수위조절을 해야겠죠.
 
- 만약 경쟁 사업자와 협업 사업자를 나눈다면요.
 
▲늘 열려있습니다. 우리와 어떤 방식으로든 손을 잡을 수 있는 사업자는 모두 협업 사업자입니다.
 
- 회사 비전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거듭 이야기하지만 작가가 집필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웹소설 플랫폼이죠. 앞으로는 생태계를 더욱 건전하게 만들고 싶어요. 소수에 독점된 부를 가능한 나누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올해 목표가 궁금합니다.
 
▲올해 목표는 사실 현재 수익화 행보를 유지시키는 것이었는데요. 투자를 받은 지금 목표를 좀 더 올렸습니다. 아직 웹소설은 하위문화에요. 대중문화로 발전시키고 싶어요. 이를 위해 올해 그 토대를 만들어야겠죠.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 전문가들은 북팔을 어떻게 평가할까?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 : 서비스의 발전 과정이 "한국판 'E☆에브리스타'가 나타나는가" 하는 기대가 생깁니다.
 
다만 일본의 E☆에브리스타는 1만명 이상의 작가와 200만 이상의 작품, 월 770만 명 이상의 독자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E☆에브리스타도 2014년 3월 기준으로 180억 수준의 매출이기 때문에 "대규모 시장을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는가가" 북팔이 풀어야 할 숙제일 것입니다.
 
카카오의 카카오페이지, 다음의 스토리볼, 네이버의 포스트 모두 이러한 소셜 출판, 스마트폰 출판을 겨냥하고 있으나 아마 작가와 돈독한 관계, 적절한 관리,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늘 그랬듯이 북팔과 같은 전문업체가 오히려 더 경쟁우위에 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료, 충성 독자의 나이와 연령 확대, 보다 잠재성이 큰 작가의 발굴과 관리 (스타시스템 구축), 연간 프리미엄 회원, 독자 입맛에 맞는 추천, 독자와 작가와의 보다 밀접한 상호 작용과 팬덤 형성, 시장의 확대 등 해결할 문제는 많지만 문학적 작품성이 우수한 작품이 끊임없이 나올 수 있다는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게 결국 마켓 플레이스의 가치를 높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수익성 있는 하위문화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김지현 카이스트 교수 : 사실 북팔의 현재 실적과 성과가 없었다면 이 콘텐츠 사업에 무척 회의적이었을 것입니다. 디지털 콘텐츠는 그 종류가 방대(뉴스, 웹툰, SNS, 영화, 음악, 소설 등)한데 사용자의 시간은 제한적이라 무료 콘텐츠에 길들여진 사용자가 얼마나 북팔의 유료 소설에 반응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또한 성장하더라도 그 규모가 니치마켓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팔의 현재 실적을 보니 성장 가능성과 기회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여전히 이 시장의 규모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즉 '니치'가 아닌 '매스'로의 확장 가능성이 있을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습니다.
 
천상 북팔이 조금 더 회사 비전을 키우고자 한다면, 소설을 넘어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거나 소설을 기반으로 좀 더 디지털 미디어 특성에 맞는 포맷으로의 콘텐츠의 변신 더 나아가 글로벌 등의 타 지역으로의 확장을 꿈꿔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 콘텐츠 유료화의 또 하나 성공사례가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북팔이 인상적인 것은 유료화 측면에서 가장 어렵지 않을까 예상되었던 텍스트 기반의 콘텐츠라는 점입니다.
 
영화, 음악, 웹툰과 같은 멀티미디어 컨텐츠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고객의 눈과 귀를 잡아끌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은 반면에, 텍스트 컨텐츠는 이러한 부분에서 쉽지 않은 접근이었을텐데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입니다.
 
더불어 투자에 대한 관점도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창업자는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투자사 심사역을 만족시키는 것보다 우선이고 훨씬 중요합니다.
 
회사의 성장은 고객으로부터 오기 때문인데요, 최근 창업 생태계에 너무 많은 돈이 몰려들어와 일부 창업자들은 투자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팔 대표님의 스토리는 후배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줍니다.
 
다만 앞으로 회사가 큰 폭으로 한번 점프하려면, 웹소설 자체가 가지는 매력에 대해 좀 더 알리고 홍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요즘은 파편화되어 있는 정보와 스토리에 많은 이들이 노출되어 있어, 한 페이지 가량의 글도 끈기를 갖고 읽기가 쉽지 않은 풍토이다 보니 웹소설이 다른 엔터테인먼트 대체재와 비교해서 가질 수 있는 점을 알려야 합니다.
 
즉 네이밍과 브랜드 측면에서 선이 굵은 마케팅 전략에 대해 고민하는 시점이 곧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 주요 약력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미디어서비스 사업팀 인터넷그룹장(1994년-1999년)
-오피니티 에이피 대표이사(2005년~2008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2009년~2011년)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2011년~)
 
◇김지현 카이스트 교수 주요 약력
 
-다음커뮤니케이션 입사(2005년)
-다음커뮤니케이션 전략이사 겸 모바일 그룹장(2011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겸직교수(2011년~)
-SK플래닛 커머스 사업개발실 실장(2013년~)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주요 약력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2009년)
-스톤브릿지캐피탈 수석 심사역(2011년)
-KBS 황금의펜타곤 심사위원(2013년)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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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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