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와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및 가족들의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가족대책위원회 5명이 제안한 조정위원회 설립과 관련해 수시로 가족 측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합의에 나서고 있다. 반면 지난 5월 이후 삼성과의 교섭을 주도해오던 반올림은 이 과정에서 배제된 양상이다.
2일 가족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가족대책위는 지난달 26일부터 현재까지 총 두 차례에 걸쳐 실무 협상을 진행했다. 가족대책위가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전문가 3명을 조정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했고 현재 삼성전자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상황이다. 내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삼성은 가급적 가족대책위의 제안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반올림은 현재 이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가족대책위 대표인 송창호씨는 "삼성전자와 조정위원회 구성을 논의한 뒤 합의안이 마련될 경우 반올림에게 취지 등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송 씨는 "반올림은 가족대책위원회와 삼성전자 둘이 붙어서 (협상을) 끝내버릴 수도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사회적인 명망을 갖춘 사람이 교섭 과정 전체를 지켜보는 가운데 필요할 경우 조정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송씨는 반올림이 삼성과의 교섭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다며 반올림에서 이탈해 가족대책위를 구성한 바 있다.
하지만 반올림이 그동안 조정위원회 설립에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내며 양자교섭을 주장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과 가족대책위의 합의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송 씨는 "(반올림에게) 설명을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그 이후 (반올림의 협상 참여 여부에 대해) 다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대책위가 삼성전자에 제안한 3인의 조정위원회 위원들의 이름과 신상은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진 상태다. 우선 삼성전자가 이를 수용할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며, 조정위로 추천된 당사자 3명도 아직 위원직 수락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한편 반올림은 삼성과 가족대책위의 양자 협상 구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 반올림은 성명을 통해 반올림-가족대책위-삼성전자 세 주체간 교섭의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자신들은 삼성과 대책위의 (조정위원회)교섭 의제에 대해 들은 바 없으며 최소한 사후 통보라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성명에서 반올림은 "삼성과 가족대책위가 별도의 교섭을 하면서 조정위원회 도입에 합의하고 실무협의를 진행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앞에서는 한자리에서 교섭을 진행하자고 주장해놓고 뒤에서는 따로 교섭을 진행하는 것은 반올림을 기만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반올림은 삼성뿐만 아니라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및 유가족에게도 비판을 가하고 있다. 반올림은 "가족대책위도 아무런 구체적인 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조정위원회부터 구성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가족대책위에도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가족대책위측은 "그동안 반올림을 주도로 하는 협상이 제대로 된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전문가로 구성된 제3의 종정위원회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라며 "6명만 우선적으로 금전적인 보상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기준으로 더 포괄적인 기준안을 만들자는 것이고 삼성도 이에 동의했다"고 해명했다.
◇반올림과 별도로 협상단을 꾸린 삼성전자 반도체 피해자 및 유가족.(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