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발주 잡아라..눈치작전 치열

입력 : 2014-10-06 오후 2:27:44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하는 셰일가스 수송입찰 프로젝트를 놓고 각 선사와 조선소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간 가스공사가 일정 부분의 수익을 보장해줬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최저입찰제를 적용하기 때문. 상대방에 비해 낮은 가격이 낙찰을 좌우하는 상수가 되면서 역정보까지 등장했다.
 
셰일가스 수송입찰 발주 선박은 총 6척으로, 수송선박은 2017년부터 20년간 미국 사빈패스에서 우리나라로 매년 280만톤의 셰일가스를 운송하게 된다.
 
지난 2일 마감된 본입찰 신청에는 에이치라인해운, 현대엘엔지해운, SK해운, 대한해운, 팬오션, 현대글로비스, KSS해운 등 계약이행능력평가에 합격한 7개 선사가 모두 참여했다.
 
앞서 지난달 진행된 계약이행능력평가에서는 에이치라인해운, 현대엘엔지해운, SK해운, 대한해운이 80점 이상 점수를 획득해 각 2척씩, 팬오션과 현대글로비스, KSS해운은 1척을 입찰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본입찰에 참가한 7개 선사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와 한진중공업을 각각 파트너사로 점찍었다. 당초 이들과 함께 파트너사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STX조선해양은 짝짓기에 실패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해운과 현대엘엔지해운은 대우조선해양, 현대글로비스와 KSS해운은 현대중공업, 에이치라인해운과 SK해운은 삼성중공업, 팬오션은 한진중공업과 짝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는 이들 7개 선사와 4개 조선소를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이달 24일 최종 입찰자를 결정하게 된다. 이번 셰일가스 수송입찰 프로젝트는 최저입찰제로 진행된다. 가스공사는 그동안 선사들에게 매출의 8% 정도의 수익을 보장해줬지만 이번에는 최저입찰제를 적용키로 했다.
 
가스공사가 국가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공기업인 만큼 에너지 수송에 차질이 생길 경우 국가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정 부분 수익을 보장해왔지만, 최근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수익성을 우선하게 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가스공사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줄었고,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는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으며 개혁의 첫 단추로 지목되기도 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번 셰일가스 수송입찰은 20년 장기 계약인 데다 척당 매출이 연간 400억원 정도로 안정적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높았지만 가스공사가 입찰방식을 바꾸면서 애초에 기대했던 수익성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란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입찰에 참여한 선사들로서는 비용을 낮추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특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선박 발주 가격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에 발주되는 총 6척의 LNG선박 중 한국형 화물창이 적용되는 'KC-1' 선박은 2척으로 가스공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이 물량을 한 군데에 몰아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박을 제작할 수 있는 곳은 화물창 개발에 참여했던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세 곳에 불과하다. 해당 선박의 경우 해외에 로열티를 주지 않고 자체 개발한 기술을 처음 적용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어 조선소들도 내심 탐내고 있다.
 
하지만 최종 입찰되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춰야 해 각 파트너사들끼리 눈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심사를 통과한 7개 선사들은 한국형 화물창을 탑재하는 LNG선박과 일반 LNG선박의 파트너를 각각 따로 맺어 이해관계가 복잡한 구조다. 가령 A선사가 한국형 화물창이 탑재되는 선박은 B조선소와, 일반 LNG선박은 C조선소와 파트너를 맺는 식이다.
 
아울러 이 와중에 가격까지 낮춰야 해 선사들로서는 계산이 복잡해졌다. 이미 선박 사양과 가격을 둘러싸고 선사와 조선소 간 물밑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가 최저입찰제를 도입하면서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최종 입찰자가 결정되는 24일 전날까지도 조선소와 선박 가격을 두고 협상을 계속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선사가 운용 중인 LNG선(사진=현대상선)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최승근 기자
최승근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