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보조금 상한선이 높았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시장의 정상화라는 단통법의 최종 목표를 위해 시간의 여유를 갖고 지켜봐 달라."
시행 이레째를 맞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도입 목적과 달리 이통사와 제조사의 배만 불려주고 소비자와 판매점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은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
최 위원장은 "단통법은 투명하고 공평하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저가 요금제에도 혜택을 주는 등 여러 장점이 있지만 공시된 지원금이 낮아 소비자들의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은 탓에 단점들이 더 부각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정부가 정한 보조금 상한선은 30만원이지만 지난 1일 이통3사가 공개한 지원금은 '갤럭시노트4' 등 최신 인기기종을 기준으로 10만원 안팎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이통사의 최고가 요금제를 사용할 때에만 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은 "휴대폰 구매 비용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며 원성이 자자하고 판매점들도 "손님이 급감해 더 이상 사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단통법이 시행된 첫 날과 이튿날 이통3사의 신규가입과 번호이동 건수는 각각 6500여건과 8400여건으로 급감했다. 9월의 일간 평균치인 2만1000여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당국도 기대와는 정반대로 가는 현실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최 위원장은 앞서 용산 전자상가 현장 시찰 중 "보조금이 내가 생각해도 좀 짠 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자 최 위원장은 '격의없는' 대화의 장을 마련했지만 명쾌한 대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한 시간 가량 이어진 대화 내내 "단통법이 이제 막 시행된 만큼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말을 재차 반복했다.
그는 "단통법이 잘못된 법이라거나 시행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현재 직면하는 것들은 과도기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초 30만원으로 책정된 보조금 상한이 모든 경우에 골고루 지급되도록 혜택을 주고자 하는 법은 아니었다"며 "바람직한 효과가 나타나도록 시간을 갖고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단통법 시행 직전까지 논란을 벌이다 결국 제외된 '분리공시'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재추진 의사가 없지만 시장 상황을 봐가며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통사들이 보조금을 상향 조정할 수 있도록 권고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최 위원장은 "지원금을 결정하는 것은 이통사의 전략일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권유를 하기는 쉽지 않다"며 "보조금 상한선이 높았더라면 공시 지원금도 높아졌을 것이란 의견에는 회의적이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통사들이 단통법으로 이득을 보게 된다면 요금 인하나 멤버십 강화 등 소비자 후생을 확대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방통위가 직접 나서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조사에 대해서도 "높은 가격을 이유로 단말기가 많이 팔리지 않는다면 그들이 시장의 원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한 가지"라며 "소비자들의 올바른 인식과 행동이 제조사와 이통사의 움직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