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결산①)종합 2위 한국, 과제는 '기초 종목' 육성

입력 : 2014-10-07 오후 4:26:07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90개 이상의 금메달로 종합 2위를 하겠다."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당초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체육계는 이런 목표를 내걸었다. 1986년 서울 대회(금93개)와 2002년 부산 대회(금96개)에 이어 세번째로 안방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2010년 광저우 대회(금79·은65·동91)에서도 종합 2위를 했기에 순위보다는 메달 개수에 더 많은 무게를 뒀다.
 
한국 선수단은 인천 대회에서 종합 2위를 달성하며 아시안게임 5회 연속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금메달은 당초 목표보다 11개 뒤진 79개(은71·동84)에 머물렀다.
 
전력 평준화로 과거 한·중·일의 강세가 예전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이번 대회 종합 1위를 지켰으나 151개의 금메달로 2010 광저우 대회(금 199개)보다 금메달 소는 48개가 줄어들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79개로 5회 연속 종합 2위를 차지한 한국 선수단. ⓒNews1
 
한국은 '빅3'로 불린 수영의 박태환(26·인천시청), 기계체조의 양학선(22·한국체대), 리듬체조의 손연재(20·연세대)가 다소 기대에 못 미쳤다.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첫 금메달을 땄으나 박태환과 양학선은 은메달로 아쉬움을 달랬다.
 
'마린보이' 박태환은 라이벌 쑨양(중국)과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으나 오히려 인천 대회 전체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하기노 고스케(일본)의 활약 속에 고개를 숙였다. '도마의 신' 양학선은 대회를 코앞에 두고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을 다쳐 자신이 갈고 닦은 신기술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했다.
 
다만 대다수 국내 언론과 팬들은 "금보다 값진 은메달"이라며 한층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결과를 계기로 '기초 종목' 육성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기초 종목인 육상과 수영에서 부진한 것은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며 경기력 강화에 대한 적극적인 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금메달 47개가 걸려있는 육상에서 한국은 은메달 4개와 동메달 6개에 머물렀다. 금메달 53개가 몰려있는 수영에서는 은메달 2개와 동메달 6개를 가져오는 데 그쳤다. 이는 광저우 대회 육상과 수영에서 각각 4개씩의 금메달을 가져왔던 것에 비하면 큰 부진이다.
 
특히 나이를 고려했을 때 박태환의 대를 이을 수영 스타가 없다는 점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한국 남자 수영이 금메달 없이 아시안게임을 마친 것은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36년만이다.
 
◇한국의 '마린 보이' 박태환. ⓒNews1
 
반면 구기 종목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야구, 남자 축구, 여자 핸드볼, 여자 하키, 남자 농구, 여자 농구, 여자 배구 등 7개의 구기 종목이 금메달을 가져왔다. 그중 '병역특례'가 걸려있는 남자 종목은 큰 관심을 받았다.
 
야구는 2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성공하며 13명이 병역특례를 받았으나 상대 팀들과의 전력 격차 등을 둘러싸고 다소 논란이 됐다.
 
남자 축구는 결승에서 북한과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 승리를 거두며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8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명 전원이 병역특례를 받았다.
 
남자 농구는 결승전인 이란전에서 2분여를 남기고 승부를 뒤집으면서 이번 대회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4명이 병역특례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상무 소속의 오세근(27·KGC인삼공사)은 2010년 바뀐 병역법에 따라 곧장 전역하는 최초의 사례가 되기도 했다.
 
◇인천아시안게임 막판 의외의 금메달을 신고한 남자 농구대표팀. ⓒNews1
 
국제대회 때만 반짝 인기를 얻는 이른바 '비인기 종목'의 선전도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리스트인 우슈 이하성(20·수원시청)을 시작으로 펜싱, 조정, 세팍타크로, 리듬체조, 정구에서 금메달이 쏟아졌다. 특히 정구는 전 종목에서 금메달(7개)을 획득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볼링의 이나영(28·대전시청)은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총 6개의 메달을 따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중 가장 많은 메달을 차지한 '다관왕'이 됐다. 이나영은 대회 전체 선수단으로 봐도 일본 수영의 하기노 고스케(금4 은1 동2)에 이어 다관왕 순위 2위를 차지했다.
 
광저우 대회에서 7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던 펜싱은 이번에도 총 12개의 금메달 중 8개를 쓸어 담으며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확실한 효자 종목으로 자리잡았다. 사격도 당초 목표인 8개의 금메달 획득에 성공하며 펜싱과 함께 한국 선수단 중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종목이 됐다.
 
4년 전 광저우 대회에서 금빛 사냥에 실패했던 레슬링도 금메달 3개를 차지했다. 김현우(26·삼성생명)는 그레코로만형 75kg급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레슬링 역사상 세 번째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한국 선수단 종목별 메달 순위는 사격(금8·은10·동8), 펜싱(금8·은6·동3), 정구를 포함한 테니스(금8·은1·동4), 볼링(금7·은1·동6), 태권도(금7·은2·동2) 순으로 집계됐다.
 
◇인천아시안게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 급에서 금메달을 따며 한국 레슬링 역사상 세 번째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김현우.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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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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