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성장동력 좌표잃다

태양광 사업 철수..전기차 배터리, 실적 부진에 합작사업 삐걱

입력 : 2014-10-08 오후 4:55:58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SK이노베이션의 신사업이 난항이다. 올 봄 태양광 사업 철수로 시장 전망에 대한 전략적 실수를 드러낸 가운데,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문에서 합작사와의 관계마저 삐걱거리고 있다.
 
정제마진 악화로 인한 정유부문의 부진과 이를 상쇄해 주던 석유화학 사업이 경쟁 격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신성장 동력마저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향후 전망은 극히 불투명해졌다.
 
8일 관련 업계와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SK콘티넨탈 이모션은 출범 2년여만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SK콘티넨탈 이모션은 SK이노베이션과 독일 콘티넨탈이 51대 49의 비율로 투자한 합작사로, 지난해 1월 하이브리드카·전기차 배터리 개발과 생산을 위해 설립됐다.
 
SK이노베이션과 콘티넨탈이 각각 배터리셀과 배터리제어시스템(BMS)을 제조해 SK콘티넨탈 이모션에 공급하면, 최종적으로 배터리팩을 생산하는 사업 구조다. 하지만 출범 이후 1년 반이 넘도록 이렇다할 수주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당초 기대만큼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합작사업에 대한 검토에 나선 것"이라면서 "향후 시장성과 합작사업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 등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콘티넨탈과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업 '삐걱'
 
관련 업계에서는 양측이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콘티넨탈과의 합작사 설립을 통해 인지도 제고를 노린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콘티넨탈은 100년 이상의 부품사업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 회사와의 네트워크에서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2차전지 시장에서 무명에 가까운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빠른 시간 안에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는 게 급선무다. 이런 상황에서 합작사업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앞서 독일 보쉬와 합작사업이 결렬된 삼성SDI의 사례와 다르게 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삼성SDI의 경우 소형 2차전지 시장에서 굳건한 1위 자리를 지켜온 덕에 BMW와 마힌드라, 델파이 등에 친환경 자동차용 배터리 공급권을 획득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반면 후발주자에 속하는 SK이노베이션은 오롯이 자력으로 삼성SDI는 물론 GM과 르노그룹, 아우디, 현대·기아차(하이브리드차), 포드 등 20여개 고객사를 확보한 LG화학과 정면대결을 펼쳐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태양광 사업, 신사업 전략 부재 고스란히 드러나  
 
SK이노베이션의 또 다른 신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태양광 사업은 꽃망울을 채 피우기도 전에 철수해 시장에 큰 실망감을 안겼다. 시장에는 최태원 회장의 장기 부재로 추가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사업을 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 실패의 원인은 무엇보다 전략 부재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1년 7600만 달러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소재 태양전지 제조업체 '헬리오볼트'를 인수했다.
 
문제는 SK이노베이션이 인수한 헬리오볼트가 태양광 시장에서는 비주류나 다름없는 CIGS(구리·인듐·갈륨·셀레늄) 박막형 태양전지 사업을 전개하는 회사였다는 점이다. 태양전지는 크게 폴리실리콘을 기초원료로 하는 결정형과 CIGS가 주 재료인 박막형으로 나뉘는데, 결정형 태양전지가 전체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올해 7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태양전지 모듈 출하량은 35GW(기가와트)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박막태양전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3.2GW로, 비율로는 9%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폴리실리콘계 태양전지가 차지했다.
 
SK이노베이션이 헬리오볼트를 인수했던 시기에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폴리실리콘 세계 1위 업체인 독일 바커가 지난 2012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박막형 태양전지의 점유율은 9%에 그쳤다. 박막형 태양전지는 결정형에 비해 광효율이 낮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틈새 시장을 파고들 대안으로 여겨졌을 뿐이다.
 
당시 세계 10위권 내 태양광 생산업체에 이름을 올린 회사 가운데 박막형 태양전지 업체는 미국 퍼스트솔라가 유일했던 것도 이 같은 시장의 분위기를 대변해주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결정형 태양전지 사업에 주력하며 박막형 태양전지 사업은 향후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차원에서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할 뿐이었다.
 
때문에 태양광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투자를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였고,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이 헬리오볼트 지분 매각에 나선 것도 당연한 수순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헬리오볼트 지분 매각 발표 직후 "태양광 시장이 업체는 늘어난 데 반해 수요는 늘지 않는 등 시장 환경이 불확실한 것으로 판단하고, 태양광 사업 추진을 전면 보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SK 측이 전략 부재에 따른 실패를 오히려 역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오너의 장기공백에 따른 투자 지연 사례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명분 활용으로도 적합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아크릴산 사업 진출, 1년째 '제자리 걸음'
 
이밖에 지난해 진출을 선언한 아크릴산 사업에 대해서도 1년여가 되도록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크릴산과 아크릴에스테르는 페인트·접착제·첨가제 등 정밀화학 제품의 원료로, 프로필렌을 이용해 만든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일본 미쓰비시케미칼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오는 2016년까지 울산 공장부지에 연산 16만t 규모의 아크릴산 공장을 건설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종합화학은 현재 아크릴산 공장건설을 결정하고, 이에 대한 사항을 일본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신사업은 기존 사업에서 확장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투자 시기와 업황의 사이클 등에 대해 오랜 시간을 들여 의사결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일부 합작사업의 경우 당초 기대만큼 진척되지 않아 재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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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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