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대 오른 스마트폰..호갱님 나라 대한민국

입력 : 2014-10-13 오후 3:32:41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스마트폰 최대 생산국인 한국의 소비자들이 오히려 가격과 서비스 면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이는 곧 국회 국정감사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13일까지 제기된 국정감사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휴대전화 단말기 공급가격이 일반폰과 고가폰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기록했다. 제조사들이 자국 시장에서 가장 값비싸게 단말기를 팔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같은 모델의 경우에도 국내외 가격 차이가 크다는 데 있다. 국내 제조사들은 지상파DMB 탑재 등 단말기의 사양과 유통망 등 가격을 결정할 요인들이 외국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논란은 거세다. 수출국의 관세와 물류비 등을 감안하면 가격이 더 싸거나 최소한 동일해야 하지 않느냐는 게 소비자들 입장이다.
 
◇"삼성·LG, 같은 모델도 국내서는 비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문병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출시된 삼성전자(005930)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4'의 국내 출고가는 95만7000원으로, 미국 출고가 825.99달러보다 8만원 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3월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5'의 국내 출고가는 86만6000원으로, 미국 내 출고가 649.99달러보다 약 17만원 비쌌다.
 
LG전자(066570)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출시된 LG전자 'G3'의 국내 출고가는 89만9800원으로, 미국 내 출고가 579.99달러보다 약 28만원 높게 책정됐다.
 
가장 큰 가격 차이를 보인 모델은 LG전자가 지난해 11월 출고한 'G Flex'로 미국보다 무려 41만원 가량 비싼 108만9000원에 국내 출고가가 책정됐다. 이쯤 되니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횡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호갱님 공화국 대한민국 현실이다.
 
(자료제공=미래창조과학부)
 
문병호 의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휴대전화 단말기 공급가가 일반폰과 고가폰 모두 OECD 1위를 기록한 것은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이 외국보다 높은 출고가를 책정했기 때문"이라며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은 기능과 세금이 다르다고 강변하지 말고 국민에 대한 출고가 역차별을 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홍의락 의원은 "비싼 스마트폰 가격으로 국민의 통신요금 부담이 커지면서 통신기기 할부금 채무금도 6000억원이 넘어섰다"며 "스마트폰의 국제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국내 고객만을 '호갱'으로 삼아서는 안된 다"고 강조했다.
 
◇제조사-이통사 간 협력해 출고가 부풀린 정황 드러나
 
국내에서 휴대전화 단말기 출고가를 높게 책정하기 위해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간에 협력한 정황도 포착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은 삼성전자가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이동전화 단말기 보조금을 미리 이동전화 단말기 판매금액에 반영한 사실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진술과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우상호 의원은 "제조사와 이동통신사 간 강력한 결속력과 협력이 20만원대 단말기를 90만원대로 만들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를 기망한 것이나 다름없고, 이러한 유통구조가 가계통신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이날 삼성전자, LG전자, 팩택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 3사와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 3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이 휴대폰 단말기 가격을 원가보다 부풀려 공급한 후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척하면서 거액의 이득을 챙겼다"며 상습사기죄를 적용했다.
 
우상호 의원 자료 내 삼성전자 내부 문건. (자료제공=우상호 의원실)
 
◇가격 비싸도 서비스는 절반 수준
 
국내에서 스마트폰 가격이 부당하게 높음에도 서비스는 해외 주요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단말기 보증기간을 해외에서는 2년, 국내에서는 1년으로 차등 설정해 서비스 역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장병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삼성전자 휴대전화 단말기의 품질보증기간은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주요 해외 국아에서 2년인 반면 정작 모국인 한국은 그 절반인 1년에 불과했다.
 
구입 후 1년이 지난 단말기가 고장나면 국내에서는 수리비 전액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지만, 해외에서는 무상수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짧은 품질보증기간은 국내에서 과도한 단말기 교체를 유발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장 의원은 지적했다. 실제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단말기 교체율은 77.1%, 교체주기는 15.6개월로, 각각 세계 1위로 나타났다.
 
장병완 의원은 "짧은 품질보증기간은 잦은 단말기 교체를 부르고 가계통신비도 그만큼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 측에 조속한 시정을 촉구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국내 소비자기본법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보증기간을 1년으로 둔 것"이라며 "영국, 뉴질랜드, 호주, 터키 등은 해당국의 법규에 따라 보증기간을 2년으로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에서 '품질보증기간 2년'이라는 내용으로 갤럭시 제품을 홍보하며 AS기간이 1년에 불과한 애플과 비교 광고를 한 바 있어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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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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