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해외 책임자 줄사퇴..글로벌 경영 '비상'

입력 : 2014-10-14 오후 4:11:07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최근 현대차(005380) 해외법인 핵심 임원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면서 실적 부진에 따른 경질성 인사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6월 현대차 유럽 마케팅·딜러 관리 담당임원인 마크 홀 전 부사장에 이어 4개월 만인 이달 유럽법인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앨런 러시포스 수석부사장이 물러났다. 현대차 유럽 시장을 이끌던 핵심 경영진의 동반 퇴진이다.
 
앞서 올 2월에는 최한영 현대차 상용차담당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설영흥 현대차 중국 사업총괄 담당 부회장마저 현대차를 떠났다.
 
정기 인사철이 아님에도 이례적으로 핵심 인원들이 줄줄이 사임하면서 현대차의 내부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 환율 등의 해명은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다는 전언. 실적으로 말하라는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유럽법인 임원, 연이은 사임..상반기 판매율 감소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앨런 러시포스 수석부사장은 최근 현대차 유럽법인을 사임하고 일본 닛산자동차의 글로벌 판매업무 담당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포스 수석부사장은 영국 출신으로 1984년 영국 랜드로버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BMW, 아우디, 폭스바겐을 거쳐 지난 2007년부터 현대차 유럽법인에서 일해 왔다. 그는 지난 6월 물러난 마크 홀 전 부사장이 사임하면서 마케팅·딜러 관리업무까지 총괄했다.
 
앞서 사임한 마크 홀 부사장은 1989년 도요타 영국 판매 법인에 입사한 이후 도요타와 렉서스의 제품 기획과 마케팅 업무 등을 담당했으며, 2010년 마케팅 이사로 현대차 유럽 법인에 합류했다. 지난해 6월 마케팅 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 만이다.
 
이들은 물러나면서 개인적인 사유를 사임 이유로 밝혔지만, 최근 실적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반적인 업계의 분석이다.
 
올 상반기(1~6월) 유럽 시장은 경기 회복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한 685만2000대가 판매되며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현대차의 경쟁사인 르노와 도요타, 닛산 등 주요 완성차 업체의 유럽 판매량은 모두 증가세로 돌아섰다. 르노, 도요타, 닛산 등은 올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3%, 6.8%, 10.0% 판매량이 상승하며 경기 회복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반면 현대차는 올 상반기 22만대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2.4% 감소했다. 올 들어 8월까지 누적 판매도 28만1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다.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상반기 3.5%에서 3.2%로 축소됐다. 시장이 확대된 것을 감안하면 뚜렷한 역성장이다.
 
현대차의 부진은 같은 기간 기아차(000270)가  5.5% 성장한 18만6000대를 판매했다는 점에서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형님'으로서의 체면은 구겨졌다. 신형 제네시스 투입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통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올 상반기 유럽시장 업체별 점유율 추이.(자료제공=ACEA)
 
◇내수 70%선 붕괴에 환율·임협 등 잇단 악재..전략 마련 시급 
 
지난 2월 최한영 현대차 상용차담당 부회장의 사임 역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12월 현대차그룹이 정기인사를 단행한 지 불과 2개월도 안 된 시점이라 예상외의 인사란 평가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후진을 위한 용퇴'라는 공식입장을 내놨지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이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70% 선이 붕괴되는 등 판매 부진 문제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현대·기아차의 9월 내수시장 점유율은 67.3%로, 올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내수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현대차 점유율은 올 4월 쏘나타 신차 효과에 힘입어 44.6%를 나타낸 이후, 5월 43.6%, 6월 42.8%, 7월 40.8%, 8월 39.1%, 9월 37.2%로 5개월 만에 7.4%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쏘나타의 신차효과도 반짝일 뿐, 볼륨 모델 명성에 걸맞지 않은 부진으로 택시 등 영업용으로 서둘러 전환해야만 했다. 수모였다.  
 
특히 벤츠, BMW, 폭스바겐 등 독일차를 중심으로 한 수입차의 광풍 속에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타 완성차 제조사들의 공간도 트이면서 현대차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여기에 연비 논란마저 빚어지면서 현대차를 향한 반감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등 시장 상황은 극도로 불투명해졌다.
 
중국 역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지난 4월 중국의 생산·판매와 전략을 총괄했던 설영흥 중국사업총괄 부회장이 사퇴한 이후 최성기 사장이 업무를 맡았다. 지난 7월에는 현대·기아차를 통합 관리해온 기존 '총괄' 체제를 현대차와 기아차가 독자적으로 생산 및 판매를 맡는 '책임' 체제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어 8월에는 상반기 중국 상용차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을 원인으로 중국 상용차법인인 쓰촨현대의 총경리가 강병욱 전무에서 신명기 부사장으로 교체된 바 있다. 총경리는 보통 현대차 해외법인의 법인장 직급과 같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중국에서 지난해 상반기 대비 9.7% 상승한 86만4000대를 판매하며 폭스바겐(184만7000대)과 GM(161만1000대)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21.8%)과 GM(10.7%), 닛산(19.4%), 혼다(11.7%) 등의 상위 완성차업체 상승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평가다.
 
더욱이 현대차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충칭의 중국 내 4공장 건립 역시 중국 정부의 승인 없이 수년째 답보 상태라 중국 공략은 제자리 걸음이다. 현대차로서는 자동차 최대 소비국으로 부상한 중국에서의 성적표가 향후 글로벌 시장 구도를 좌우할 가늠자임에 틀림 없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현대차가 환율 문제에 임협 진통으로 인한 생산 차질까지 빚은 상태에서 엔저를 앞세운 일본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다. 국내외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각종 악재가 곂치면서 조직 안정을 위한 전략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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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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