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국감)"내 자식, 유리창 두들기다 새카맣게 멍들었는데"

농해수위 국감 찾은 세월호 유가족..눈물과 분통 한가득

입력 : 2014-10-16 오후 7:25:40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감사가 진행되는 내내 방청석에서 낮은 흐느낌이 들려왔다. 세월호에 탑승했던 항해사와 선원들이 증언하는 시간에는 울분이 터져나오기도 했고, 가슴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이날 국감장에는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단원고 학생들의 어머니가 방청객으로 참관해 증인으로 출석한 세월호 1등, 2등 항해사 및 진도VTS 센터장과 마주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인 유가족과 피의자 신분의 증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 국감장에는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 의원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과 구조현장에서 발견된 문제점 등을 확인하기 위해 증인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지만 증인들의 답변은 하나같이 실망스러웠다.
 
세월호 구조 현장에 투입됐던 해경 123정 정장 김경일 경위는 "(현장에서) 저희들이 본 승객은 모두 다 구조했다"며 "당시 상황으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원식 세월호 1등 항해사는 배가 기울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무슨 생각을 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기억나는 것이 없다"며 "이렇게 큰 사고가 날 것으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또 탈출하던 순간에 대해서도 "해경에서 빨리 (구조선에) 타라고 해서 따랐다"며 "승객 생각은 못했다"고 말해 유가족들의 가슴을 치게 했다.
 
국감을 지켜보던 유족은 김 경위를 향해 "말이 되는 소릴 하라"며 "무슨 최선을 다했냐. 아이들은 유리창을 두들기고 있었다"고 울분을 참지 못했다.
 
의원들이 질의를 마치고 회의가 잠시 정회된 오후 5시15분께 국회 경호원과 경찰들이 증인들을 농해수위 국감장과 같은 층에 마련된 회의실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유가족들은 세월호 항해사들을 향해 "내 새끼를 살려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날 국감을 방청한 한 유족은 "선원과 항해사들은 한 시간동안 탈출할 고민했으면서 400여명의 승객들은 단 한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고 한다"며 "승객과 눈이 마주쳤을텐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애들이 살려달라고 유리창을 두들기다가 손이 새카만 시신이 나왔는데 해경은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면서 "자기 눈에 보인 사람들을 모두 구조했다고 하는데 해경이 구한 것은 달랑 7명이다. 승객 476명이 탑승한 세월호에 해경 123정 한대만 보내놓고 이게 무슨 구조냐"고 토로했다.
 
증인 중 김형준 전 해경 진도VTS 센터장은 유가족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새정치연합 김승남 의원의 질문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짧은 한마디를 남겼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를 방청하던 세월호 유가족이 국감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국감장에는 세월호 1등, 2등 항해사를 비롯한 세월호 관련 10명의 증인이 출석했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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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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