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을 경영하라"..책임질 그 때 그 사람들 어디있나

입력 : 2014-10-20 오후 5:25:37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에너지공기업의 부실 해외자원개발사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의원들은 MB정부에서 공격적으로 추진했던 부실 해외투자를 질타하며 고강도 사후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당시 정책을 추진했던 책임자들에 대한 강력한 책임추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안이 2년째 국감에 등장한 것은 해외자원개발사업이야말로 공기업 방만경영과 재정악화의 원인인 데다 투자자산 특성상 부채와 적자는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이를 메우려면 막대한 공기업 예산과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공기업 기관장들은 부실투자 문제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이렇다할 방안을 못 내놓고 있다. 대신 정작 국감에 나와야 할, MB정부에서 자원외교론을 외치며 부실투자를 이끈 주역들은 책임을 모면한 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자원을 경영하라"던 MB 형제
 
올해 국감이 시작하기 전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산업통상자위원회 증인 출석을 요청했다. '단군 이래 최대의 돈 낭비', '투자가 아닌 재앙'으로 불리는 부실투자 책임을 추궁하려면 MB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의 국감 증인 출석은 전례가 없고 자칫 정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새누리당 측이 반발로 MB의 증인 채택은 무산됐다. 야당은 국감 3주차에 접어든 지금도 MB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당 측 반대로 성사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은 부실투자 책임론과 국감 증인 채택논란에도 불구하고 20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다. MB정부에서 지식경제부(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내며 부실투자 책임이 있는 홍석우 전 장관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MB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은 MB의 외교특사를 자처했다. 그는 2011년 <자원을 경영하라>는 책까지 내며 "자원선점이 국가의 생존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책에서 기획재정부와 산업부, 정치권이 해외자원개발을 위해 어떤 공을 들였는지 생생하게 담았다.
 
◇이상득 전 의원이 2011년 쓴 <자원을 경영하라>의 본문(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책에 등장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위해 '피 말리는 사투를 벌였다'는 정부와 정치권 인사 가운데 부실투자 문제에 책임을 진 사람은 없다. 이 의원은 2012년 불법자금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해 출소했으나 부실투자 문제에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자원을 경영하라>는 지금도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 비치됐다.
 
◇MB정부에서는 지경부 장관, 朴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이 전 대통령과 함께 국감 증인 출석요청 대상에 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 등 야당 측은 "최 부총리가 2009년 9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지경부 장관으로서 해외투자를 지휘한 만큼 그에게 부실투자 문제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 부총리가 지경부 장관이던 시절은 MB정부가 집권 중반으로 접어들며 가장 적극적으로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추진한 때로, 지금까지 수십조원의 누적 손실을 안긴 한국가스공사(036460) 등 에너지공기업의 부실 투자도 대부분 이때 진행됐다.
 
지금 최 부총리는 역할을 바꿔 공기업 방만경영 척결을 추진하는 입장이 됐다. 이에 최 전 지경부 장관이 지휘한 부실투자가 오늘날 공기업 과다부채의 진짜 원인인데 그에 대해 책임도 없이 공기업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은 후안무치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MB가 전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국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는 것처럼 최 부총리도 현직 국무위원이라는 점 탓에 산업위 국감에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여당은 "현직 장관이 국감 증인으로 나오는 것은 전례가 없고 기재부 국감 일정상 곤란하다"고 밝혔다.
 
다만 여·야는 부실투자의 심각성과 국민의 관심을 의식해 중재안을 찾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산업위원장인 김동철 의원(새누리당)은 "에너지공기업의 부실투자 문제와 관련해 최 부총리가 국무위원이 아닌 경북 경산시·청도군 의원이자 산업부 상임위 소속 의원 자격으로서 이 문제에 관한 자신이 입장을 밝히는 게 타당하다"는 중재안을 냈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식경제부(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0년 10월1일 해외자원개발기업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자원개발기업 최고경영자 포럼'을 주재하고 있다.(사진=산업통상자원부)
 
◇"자주개발률 끌어 올리자"던 산업부, 부실투자 문제는 모르는 척?
 
한국석유공사와 가스공사, 대한석탄공사 등 산하 공기업이 부실투자 문제로 연일 회초리를 맞고 있지만 산업부는 어찌 된 영문인지 조용하다. MB정부 시절 한달이 멀다고 해외자원개발 사업 실적을 홍보하고 공기업의 투자를 독려하던 모습은 외면하고 있다.
 
현직 산업부 장관인 윤상직 장관만 해도 MB정부 첫해인 2008년 당시 자원개발정책관으로 재직하며 "자주개발률 획기적 끌어올릴 것", "전 방위 자원외교에 총력을 기울일 것", "국가별 맞춤형 자원외교 전략을 세울 것" 등의 발언들을 쏟아냈었다.
 
하지만 윤 장관은 올해 초 에너지공기업의 부실투자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에너지·자원정책 주무부처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자 "정부가 예산을 편성했었도 자원개발을 최종 결정한 것은 공기업 스스로가 한 일"이라며 책임 회피성 발언을 빈축을 샀었다.
 
MB정부에서 해외자원개발사업 실무를 맡았던 국장은 4년 후 해당 부처 장관이 돼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손을 뗀 것처럼 나머지 실무진 역시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았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산업통상자원부(옛 지식경제부)에서 해외자원개발 사업실적을 홍보하며 발표한 보도자료 중 일부(사진=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
 
현재 중앙아시아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곳곳에 퍼진 부실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적자와 손실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치 물 새는 항아리처럼 적자와 손실이 생기지 않는 곳이 없고 규모가 너무 커 부실규모를 정확히 추산할 수 없는 셈.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와 정치권은 부실투자 책임을 시간 때우기 식으로 모면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의혹은 깊어지고 국민의 답답함도 커지지만 이를 속 시원하게 해결해줄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주역들은 물 밑에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정부 말만 믿고 자원개발에 나섰던 공기업과 해당 관계자만 죽어나는 상황이다. 줄기는 그대로 가지만 꺾는 병폐가 여기서도 나타나는 셈. 국감에서 만난 한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부실투자 문제는 해당 공기업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인정했다.
 
대신 그는 "정부와 정치권의 안면몰수와 책임전가가 지나치다"며 "해외자원개발사업이 정권 차권에서 국정과제로 계획하고 추진한 사업이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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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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