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국토부와 부동산 중개업계간 전면전이 내일 예고 돼 있습니다. 벌써 3번째입니다. 국토부는 소비자 보호라는 대의를 안고 있고, 중개업계는 생계를 지키기 위한 절박함으로 무장하고 싸움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대결의 타이틀은 중개보수 현실화입니다.
주택 중개보수요율을 두고 중개업계는 국토부가 내놓을 결과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데요. 국토부는 오는 23일 새로운 중개보수요율에 대한 공청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최근 몇년 사이 전셋값이 갑자기 치솟으며 3~4억원 구간에서 매매와 전세 중개보수가 역전현상이 발생하자 국토부는 14년 만에 요율을 손보기로 했습니다.
14년 간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오른 만큼 중개보수요율이 큰 틀에서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한 상업용 시설로 묶여 높은 요율이 적용되는 오피스텔은 주거요율이 적용될 수 있게 정리될 것으로도 보이는데요.
요율이 소비자 중심으로 개편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개업계는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에는 공인중개사협회는 국토부보다 한발 앞서 중개보수 현실화 연구용역 결과에 대한 공청회를 가졌습니다. 중개업자 300여명이 모일 정도로 관심이 높았습니다.
공청회는 중개사무소의 운영비를 감안한 현실적 중개보수요율 공개가 목적이었지만, 설명회 이후 열린 객석 자유토론는 국토부를 성토하는 자리로 바꼈습니다.
오피스텔을 주로 취급하는 중개업자는 택배와 임차관리업무까지 해야하는 사정을 토로했고, 다른 중개업자는 정부가 실패한 전세정책의 책임을 중개업자에게 떠넘기려한다고 비난했습니다. 김해에서 올라온 중개업자는 "국토부 관계자가 있었다면 죽기 살기로 붙어보려했다"고 말하며 전월세 전환요율부터 현실화하라고 성토하기도 했습니다.
◇공인중개사협회 중개보수 현실화 공청회 현장(사진=한승수)
23일 열리게 될 국토부의 중개보수 개편 공청회가 무난하게 끝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생계가 걸려있는 중개업자 입장에서 요율 개편 결과에 따라 싸움은 생각보다 커질 수 있다는 불길한 예감마저 들었는데요.
올해 국토부와 중개업계는 이미 두 차례의 큰 다툼을 벌였습니다. 국토부가 종합부동산회사 추진과 중개보수 지급시기를 조정하려 했기 때문인데요. 두 번의 대결에서 국토부는 표면상 모두 패했습니다.
종합부동산회사의 등장 조짐은 당시 중개업계에 최대 위협이었습니다. 대기업이 중개업시장에 뛰어들 경우 기획·홍보력, 업무처리범위, 인지도 등 규모에서 동네 구멍가게 수준인 중개업소는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올초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올라갔던 종합부동산회사 추진은 빗발치는 중개업계의 반발에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습니다. 국토부는 장기 프로젝트로 전환해 적당한 시점를 재며, 금지됐던 중개업자 자기 물건 중개허용이라는 선물을 준비 중입니다.
지난 7월에는 중개보수 지급시기가 쟁점이 됐습니다. 통상 중개보수는 특별한 합의가 없으면 계약시기에 지급을 합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를 잔금시기로 늦추기로 했는데요.
사정에 의해 계약이 무산될 경우 소비자는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였습니다. 반대로 중개업자 입장에서는 계약까지 체결시켰지만 보수를 한푼도 받지 못하는 피해가 생기기 때문에 단체행동을 통해 이를 저지시키려 했습니다.
입법예고 당시 국토부 담당과 사무실은 중개업자들의 전화가 줄을 이었습니다. 국토부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법령을 개정했지만, 협회는 국회의원의 힘을 빌어 이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습니다.
이렇게 국토부와 업계가 치렀던 올해 있었던 두번의 전면전은 업계의 판정승으로 끝났습니다.
3라운드는 내일 국토연구원에서 치러집니다. 국토부가 8만2000명, 그 가족까지 생각하면 20만명이 넘는 중개업계 관계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중개보수 개편안을 내놓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를 생각하면 적절한 절충점은 나오기 쉽지 않아보이는데요.
지난 2000년 바뀐 중개요율은 14년 만에 다시 조정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