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경기도 성남에서 발생한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사고'와 관련해 주관사인 이데일리와 주최측 사이에 공방이 일고 있습니다. 오늘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도 이에 대한 집중 질의가 있었습니다. 현장을 다녀온 정치사회부 곽보연 기자와 함께 이 문제 짚어봅니다.
곽 기자, 이번 행사의 주최자가 명확히 누구인지에 대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건데요, 주최측으로 알려졌던 경기도와 성남시가 명의를 허락한 적이 없었다고 하면서 공방이 일고 있는 거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먼저 그림을 하나 보시죠.
지금 화면에 보이는 것이 이번 행사의 포스터인데요 여기를 자세히 보시면 주최는 경기과학기술진흥원과 경기도, 주관은 이데일리와 이데일리TV로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또 일부 플랜카드와 공문에는 주최측에 성남시가 표기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와 성남시는 이번 사고의 주최측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공방이 일게 된 겁니다. 경기도와 성남시의 일관된 주장은 "이데일리에 명칭 사용을 허가한 적이 없다. 우리가 주최한 행사가 아니다"라는 겁니다.
경기과기원은 행사 주최를 인정했지만 경기도와 성남시는 행사 주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고요, 이들은 주관사인 이데일리가 행사의 공신력을 높이고 사람들을 더 많이 불러들이기 위해 기관 명칭을 도용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앵커: 공문에는 주최측으로 표기가 되어있는데도 주최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인데요, 그렇다면 행사가 개최되기 전에 경기도나 성남시 측에서 문제제기를 했었어야 하는 부분 아닌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늘 국감에서 의원들은 남경필 도지사에게 "경기도가 행사 개최 전 내보낸 보도자료를 보면 경기도가 주최를 한다고 되어있는데 아니냐"고 여러차례 질문을 했는데요, 남 도지사는 "해당 보도자료는 경기도에서 배포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각종 포스터나 홈페이지, 플랜카드 등에 행사를 공동주최한다고 되어 있는데 허락하지 않은 것을 썼다면 공문서 위조 아니냐고 묻자 남 지사는 "행사를 주최를 하면 부지사가 사인을 하게 되어 있는데 사인을 하지도 않았고, 경기도에 공문이 온 적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성남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성남시 명칭 사용을 명확하게 허용한 일이 없기 때문에 도용된 것"이라고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또 이 시장은 이데일리 측에서 예전부터 부지 특혜나 후원 등을 요구해왔으나 단 한번도 요청을 받아들인 적이 없었고, 이번 행사 역시 주최하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다만 이데일리에 광고비를 지원하기로 계약했다는 것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물으신 것처럼 경기도와 성남시는 명의 도용에 대해 왜 진작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었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습니다.
앵커: 네. 그런데 오늘 이재명 시장이 일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죽이기'가 자행되고 있다고 발언해 문제가 됐었는데요, 이 시장이 발끈하면서 나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네, 일단 경찰이 마치 성남시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몰고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 쪽에서 이번 행사 기획단계서부터 성남시와 이데일리측이 긴밀히 협의해왔고 성남시가 예산지원을 약속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것이 사건 초기에 그대로 기사화되면서 번졌습니다. 경찰은 또 성남시의 법인카드 사용내역과 통장계좌 내역 등을 조사를 했고요. 경기도에서는 특별감사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이데일리측이 특혜를 요구해오다가 거절 당하자 이번 행사에 대한 후원을 다시 요구했고, 재차 거절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예 문화행사 공동개최 이런 소리 못하게 하려고 시장지시로 "공동개최불가"라고 공문서를 보냈다"고도 말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시장은 "정작 책임이 있는 경기도는 왜 수사를 안 하느냐"며 발끈하고 있는겁니다.
여기에 정치적 공세도 더해지고 있습니다. 바로 같은 시 내에 있는 성남시의회 새누리당협의회가 보도자료를 내고 이 시장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강하게 비판한 건데요.
새누리당 협의회는 어제 성명을 내고 행사 주최자가 아니라는 성남시 주장은 "행사를 주최한 경기과학진흥원과 주관한 이데일리가 즉각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에 합의하는 등 사태수습에 적극적인 모습과 너무 상반된다"며 "전형적인 책임회피식 발빼기 행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이번 사고가 정치적인 문제로 확대되는 모습인데요, 그렇다면 이런 배경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기자: 일단 주관사 어디냐에 따라 법적, 정치적 책임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여야는 지난 세월호 사건 이후 국민 안전문제에 매우 민감한 상황입니다. 이번 사고도 안전통제만 잘 했어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느쪽으로 책임이 돌아가느냐에 따라 해당 단체는 결정타를 입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이해관계가 있는 정당에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단 주최는 경기과학기술원, 주관사는 이데일리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쟁점은 경기도와 성남시가 얼마나 관계가 있느냐는 것인데 이 문제는 수사가 끝나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온 강성복 경기지방경찰청 제1차장도 "입장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더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새누리당 쪽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은 남경필 지사가 새누리당 소속인 반면, 이 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보상문제도 있습니다. 보상합의 내용은 비밀로 한다고 했지만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하고 희생자들의 과실을 제할 경우 사망자 1인당 보상금은 3억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16명이 사망했기 때문에 46억원 정도, 부상자는 부상 정도에 따라 차등 지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상당히 큰 액수로 책임을 지는 단체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사건, 수사나 수습, 보상문제 등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봅니까?
기자: 네, 우선 이번 사고를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모레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경찰은 그 동안 행사 주최자인 이데일리TV 총괄 본부장과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직원 등 6명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관계자들을 잇따라 불러 조사를 했습니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과실이 확인된 주최측 관계자들을 추려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부실시공 여부와 함께 불량자재가 사용됐는지 여부에 따라 환풍구 시공·설계사 관계자가 입건 대상자에 오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