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재건축 규제완화로 사업이 활기를 띄는 가운데, 내년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대규모 이주가 예정돼 강남발(發) 전세난 우려가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관리처분인가를 앞두고 이주시기를 이르면 올해 말, 내년 초로 계획하고 있다. 강동을 포함한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 이주가구는 총 2만여가구다.
문제는 이들 단지의 세입자 비율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는 주요 재건축 단지의 세입자 비율을 60~8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적어도 이주물량으로 1만2000여가구가 쏟아진다는 말이다.
이주를 앞둔 개포주공 1~3단지의 경우 총 7600가구다. 1단지는 적어도 내년, 2단지는 다음달 관리처분인가 총회를 열고 내년 3월 이주계획을 세우고 있다. 3단지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4단지와 개포시영도 사업속도가 빨라 앞으로 이주물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인근 강동구에도 재건축 이주물량이 늘어난다. 둔촌주공 1~4단지는 총 5930가구로 오는 25일 사업인가 주민총회 후 빠르면 내년 말 이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5000여가구의 고덕주공 2·3단지는 내년, 410가구의 4단지는 올해 말 이주할 계획이다.
또 저렴한 재건축 단지의 시세에 비해 주변 전셋값이 껑충 뛰어오른데다 물량확보도 쉽지 않다. 이에 대부분 세입자들은 쉽사리 인근 아파트로 옮길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개포동 A중개업소 대표는 "전용 85㎡ 아파트의 전셋값은 평균 4억원 수준"이라며 "재건축 단지가 이보다 낮은 금액"이라고 전했다. 송파구의 B중개업소 대표는 "7000여가구의 대단지에도 구 30평형 전세는 10개 안팎"이라며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반전세·월세도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내 집을 마련하거나 갈아타기 수요를 감당할 입주물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 특히, 임대차가 불가능한 공공임대 등의 물량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입주물량을 확보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
23일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서울 입주물량은 10곳 4003가구, 수도권은 28곳 1만4122가구로 집계됐다. 강남의 경우 아크로힐스 단 하나이고, 경기남부 주요 단지는 2000여가구다. 용인 신갈 기흥역 롯데캐슬(주상복합), 안양 비산 화성파크드림 등이 있다.
안타까운 현실은 서울시의 이주시기 조정 외 뚜렷한 방책이 없다는 점이다. 시의 이주시기 조정도 녹록지 않다. 이주·철거시기를 미뤄 많은 비용을 소모하지 않으려는 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세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움직일 것으로 조언한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팀장은 "시가 이주시기 조정을 잘 해보겠지만 사업비용이 걸린 문제라 이주가 늦어지는 단지는 사업비부담이 커진다. 이에 어느 정도 비슷한 시기에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움직여 (전셋집을)알아봐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일 닥터아파트 팀장은 "이주시기를 조절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고, 사업이 지연되면서 금융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1년이나 반년씩 이주시기를 조절할 수는 없다"며 "다만 현재로서는이주시기를 2~3개월 정도로만 조정하는 것 만이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주나 입주를 준비하고자 한다면 전세물건을 발 빠르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동영상 뉴스)
◇서울 강남 은마아파트. (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