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전차군단..미래도 불투명

입력 : 2014-10-24 오후 5:17:36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전차군단이 거침없는 행보를 끝냈다. 성장을 담보할 뾰족한 수 또한 없어 미래는 지극히 불투명해졌다. 수출산업을 이끌던 이들이 힘겨움을 드러내면서 국가경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3분기 어닝시즌을 맞아 시장의 불안은 더해졌다.
 
출발부터 좋지 않았다. 삼성전자(005930)가 3년 만에 분기 기준 5조원 아래의 영업이익 전망치(4조1000억원)를 내놓으며 시장을 충격에 빠트린 데 이어, 전차군단의 또 다른 축인 현대·기아차(000270)마저 지극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시장의 공포감만 커졌다. 
 
조선, 철강, 정유, 화학 등 전통적 굴뚝산업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전차군단에 가려졌던 착시효과마저 걷히면서 취약한 산업구조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대다수 산업군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일부 그룹사들은 유동성 위기에 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버팀목마저 흔들리고 있다. 
 
24일 발표된 기아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원화강세와 임단협에 따른 파업 등의 여파로 지난해 3분기보다 18.6% 감소한 5666억원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 2012년 4분기(4042억원) 이후 7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아차는 전날 실적을 내놓은 현대차(005380)와 마찬가지로 원화 강세의 직격탄을 맞으며 수익성이 급격하게 추락했다. 특히 현대차에 비해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비중이 더 큰 기아차로서는 환율 리스크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앞서 현대차는 3분기 영업이익률이 7.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 9.7%보다 2.0%포인트 떨어지며 7%대까지 추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8.0% 감소한 1조6487억원을 기록, 수익성 악화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현대·기아차는 판매 증가에도 불구하고 하계 휴가와 이른 추석, 임단협 진통으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로 국내 공장 가동률이 하락한 데다, 원화 강세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많이 팔고도 수익성은 되레 하락했다.
 
경영실적이 부진하면서 한전 본사 부지 입찰 건도 다시 도마에 오를 태세다. 악화된 경영환경 속에서 땅 매입에만 무려 10조5500억원이라는 '통 큰 베팅'을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다. 연구개발과 공증 신증설 등에 투입해 미래의 불투명성에 대비했어야 했다는 것. 
 
시장의 평가도 냉담했다. 한전 부지 매입 이후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그룹 3인방의 주가는 한 달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현대차는 20% 넘게, 기아차는 약 8% 가량 주가가 빠졌다. 이 기간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무려 12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삼성전자발 충격도 채 가시질 않았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4조1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60% 가까이 폭락했다. 지난해 3분기 분기 기준 사상 첫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어젖힌 지 불과 1년 만의 일이다.
 
실적 하락의 주범은 갤럭시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이었다. 지난 2년간 삼성전자의 고공행진을 이끌었던 스마트폰은 프리미엄 시장의 정체와 애플의 견고함, 신흥시장에서의 심화된 경쟁 등으로 샌드위치 신세로 내몰렸다. 애플이 대박 행진을 펼치는 동안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은 빠르게 신흥시장을 잠식했다.  
 
재계 관계자는 "엔저 현상을 포함한 원화 강세에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 등 잇단 악재 속에 한국경제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모두 무너지면서 다른 주요 기업들도 줄줄이 비상등이 켜졌다"며 "국내외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향후 불확실성 역시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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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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