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지 16시간 30분만인 5일 오후(현지시간) 소집된 유엔 안보리의 첫 비공식 회의가 팽팽한 긴장감 속에 개최됐다.
일요일인 이날 오후 3시 개의시간에 맞춰 속속 입장한 15개 이사국 대표부 대사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이날 회의는 한국과 미국, 일본이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를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직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라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선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과잉반응 자제'를 주문하는 등 상반된 입장 속에 소집돼 논의결과에 전 세계의 촉각이 집중됐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안보리 회의장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북한의 로켓 발사는 도발행위라는 미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뒤 "(안보리에서 ) 강력하고 집단적인 행동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혀 북한에 대한 제재가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다카스 유키오(高須幸雄) 유엔 일본 대사도 안보리 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기 이전에 심각한 외교적 노력을 펼쳤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실망감을 표시한 뒤 북한의 로켓 발사가 일본에 위협이 됨은 물론 국제 평화도 해치는 것이라 지적했다.
그는 다만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설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회의에서) 얘기해 보겠다"며 확답은 하지 않았다.
회원국이 아니어서 직접 회의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관심을 갖고 안보리 회의장에 들른 박인국 유엔주재 한국대사도 "신속하고 엄청난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사와 다카스 유키오 일본 대사, 알레한드로 울프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안보리 회의에 앞서 오전 3국 대사급 협의를 개최하고 3국이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논의에서 강력히 공동 대처하기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미국과 일본 대사가 안보리 회의에 앞서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한 반면 장예수이(張業遂) 중국 대사와 비탈리 추르킨 러시아 대사는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은채 굳은 표정으로 안보리 회의장으로 직행해 대조를 보였다.
중국 및 러시아 대사의 이런 반응은 북한의 로켓 발사 대응에 신중한 대응을 주장하고 있는 자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여 이번 안보리 논의가 미.일과 중.러 간의 이견 속에 진통을 겪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안보리가 북 로켓 발사 대응에 합의된 입장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루한 '주고 받기'식 협상이 상당 기간 지속돼야 할 것임을 예고했다.
장-모리스 리페르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는 "프랑스는 로켓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안보리가 북한의 행위에 만장일치로 규탄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일과 중.러 간에 북한의 로켓 발사에 관한 시각차가 큰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프랑스 대사의 이런 발언은 유럽 등이 타협안을 내놓고 만장일치의 합의를 유도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세계의 이목이 안보리의 대응에 모아지고 있음을 반영하듯 이날 안보리 회의장 주변에는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취재 경쟁을 벌였다. 특히 일본 언론사들은 대거 취재진을 보내고 미 언론들도 유엔본부 밖에 중계를 위한 방송 차량을 포진시키는 등 안보리 논의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편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는 이날도 별다른 동향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낮 기자의 전화를 받은 북한대표부 직원은 일요일이라 주요 관계자들이 출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