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경제학에서 매몰비용(Sunk Cost)은 회수가 거의 불가능한 비용이다.
이 비용에 대한 미련은 빨리 버려야 한다. 소탐대실. 작은 것에 연연하다가 큰 것을 잃을 우려가 크다.
그렇지만 대다수 경제주체들은 선택의 역설에 빠진다. 매몰비용을 쉽게 포기할 수 없어서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행동학자 배리 슈워츠에 따르면 50달러짜리 농구경기 티켓을 구입한 사람들은 경기장이 차로 1시간 거리에 있고, 강풍 눈보라로 운전에 위험이 따르더라도 굳이 농구장을 찾고야 만다. 안방에서 편하게 TV로 농구경기를 볼 수도 있으나 이미 지불한 50달러가 아깝기 때문이다.
북한이 결국 장거리 로켓발사를 강행했다. 이 로켓 발사에 든 비용만 3억 달러 전후에 달한다고 한다.
3억 달러는 지난해 여름 기준 국제시장에서 쌀 100만톤을 구입할 수 있는 액수며, 북한이 겪고 있는 식량난을 1년 정도 해소하고 남는 돈이라고도 한다.
역으로 북한이 쏘아올린 로켓에 들어간 돈은 인민들이 1년이상 헐벗고 굶주린 대가라는 얘기다.
"3일동안 굶으면 커다란 돌이 통닭으로 보인다"
"이웃 마을에 어린애가 굶어 죽었는데, 그냥 땅에 묻기 아까워 삶아 먹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과거 중국과 라오스를 거쳐 한국에 들어왔던 한 탈북자는 `북한의 실상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비참하다`고 했다.
이 처절한 굶주림 속에서도 북한 주민들은 1년치 쌀이 로켓에 실려 허공으로 뿌려지는, 어처구니 없는 광경을 목도해야 했다. 북한은 말로는 그토록 위하는 인민들의 굶주림을 벼랑끝 전술을 끌고 가기 위한 `도박 비용`으로 처박았다.
그러면서도 조선중앙통신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웅대한 구상에 따라...(중략)...이번 위성발사의 성공은 총진군길에 한 사람같이 떨쳐나선 우리 인민을 크게 고무하고 있다"고 우기고 있다. 억지도 보통이 아니다.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선택의 여지도 없는 매몰비용을 치르고 있는 셈인데, 군부는 인민들의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위험천만한 도박에만 매달리고 있다.
도대체 그 손실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참으로 딱하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몇 년전 금강산 방문 때 봤던, 제대로 먹지 못해 얼굴이 까매진 왜소한 체형의 군인과 힘 없이 밭두렁을 거닐던 늙은 아낙이 자꾸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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