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구단 끝없는 분열..또다시 추락하나

입력 : 2014-10-28 오후 12:56:54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롯데자이언츠 야구단이 사분오열되고 있다. 선수단과 프런트 사이는 물론 선수단 내부도, 프런트 내부도 의견이 갈린다. 최근 감독 선임 과정의 갈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는 했지만 이미 예전부터 갈등의 씨앗은 자라나고 있었다.
 
 
◇2014시즌 최종전을 끝으로 감독 직에서 사임한 김시진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주장의 '사실무근' 문자 발송에 선수단 내부 갈등
 
이번 파장의 발단은 27일 아침 <스포츠동아>가 선수단이 공필성 수비코치의 감독직 선임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부터다.
 
이 매체는 "롯데 선수들이 공필성 코치의 감독 임명을 결사반대하는데 뜻을 모았다"며 "롯데 선수들이 지난 주말 롯데 최하진 사장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공필성 코치, 권두조 코치 등 소위 프런트라인 코치들과 야구를 같이 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배재후 단장과 이문한 운영부장도 함께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는 내용도 나왔다.
 
프런트와 팬들은 물론 선수단도 극심한 충격에 빠져들었다. 
 
이에 이날 오후 롯데 주장 박준서가 선수단 대표의 이름으로 '스포츠동아의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 선수단은 결단코 공필성감독 결사반대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언론사에 발송했다. 공식적인 입장 발표가 나오면서 사건은 진정국면에 접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선수단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일부 선수들이 문자 메시지의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간에 고성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단 심야 회의 끝에 성명서 발표
 
선수들은 27일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장시간 회의를 진행한 끝에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 성명서'를 발표했다. 발송시각은 자정을 넘긴 깊은 밤이다.
 
선수단은 성명서를 통해 이문한 운영부장을 직접 거론했다. 성명서는 "이문한 부장이 오고난 뒤 이문한 라인이 형성됐다"며 "선수들을 따로따로 불러서 이간질을 시키고 하나로 뭉쳐야 될 시기에 선수단을 와해시켰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문한 부장이 오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으며 선수들이 이런 행동을 할 생각조차 가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부장이 오고 나서부터 편이 갈리고 소위 말하는 '라인'이 생기면서 코치들 사이에서도 파벌이 나뉘면서, 선수들과 불화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선수단은 "시즌 도중 엔트리 변경에 대해 1군 코칭스태프도 모르는 선수들의 이동이 있었다"면서 "운동 시작 전 코치님들이 선수들에게 '누구누구 어디있냐'며 물어보는 등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문한 부장이 오고 난 이후 3년 동안 연봉협상이 아닌 일방적인 통보로 전 선수단이 구단 제시액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2014시즌을 앞두고 롯데자이언츠는 구단의 홈야구장인 부산 사직야구장을 전면 개보수했다. 하지만 구단 내에 켜켜이 쌓여온 내부 갈등 구조는 보수하지 못했고 최근 드러나 여러모로 파장을 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5월의 악몽 끝나지 않아
 
롯데 구단은 지난 5월말 크게 홍역을 치렀다. 고참 선수들이 주축이 돼 구단주 대행을 만나고 권두조 수석코치의 훈련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선수들이 구단주 대행을 직접 만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유례없는 선수단의 단체 행동에 구단은 진화에 나섰고, 권 수석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롯데는 잔여 시즌을 수석코치 없이 운영했다. 선수단이 권 수석을 신뢰를 못한 데에는 훈련 과정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권 수석이 현재 '프런트 라인'이라는 점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번 사태는 당시 갈등상황의 연장선이다. 프런트 라인이 아닌 인사들이 하나하나 팀을 떠나는 상황에, 선수들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얻었던 장재영 트레이닝 코치가 좌천돼 바로 사직서를 쓰자 선수단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다른 코치와 달리 트레이닝 코치는 팀의 성적에 책임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장 코치는 갑작스런 인사에 사직을 택했고, 이 자리에 들어온 사람은 구단 프런트와 친분이 있는 인사였다. 여기에다 언론 보도가 기름을 끼얹자 결국 선수단이 들고 일어났다. 그동안 쌓여왔던 여러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김시진 전 감독은 훈련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고 권 수석이 롯데 프런트의 지시를 받아 김 감독에게 훈련계획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선수단은 권 수석을 배재후 단장과 이문한 부장의 심부름꾼으로 여겼고, 지난 5월 강력하게 권 수석 퇴진을 요구하게 됐다.
 
선수단은 프런트는 물론 선수간에도 믿지 못할 상황까지 왔다고 말한다. "스파이가 있다"라는 말도 나온다.
 
현재 선수들에게는 함구령이 내려진 상황이다.
 
◇'8-8-8-8-5-7-7' 재현될까
 
익명을 요구한 한 구단 직원은 "새 감독을 선임해 팀 분위기를 다잡아야 할 때 오랫동안 쌓여왔던 일들이 터졌다"며 "예전부터 팀의 운영에 대해 걱정스럽게 생각했지만 이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다른 직원은 "야구단에 입사하게 된 계기는 야구를 즐기는데다 야구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였다"면서 "이제는 나이가 들고 월급을 받고 살아야 하는 처지이지만 내가 이렇게 해야 하는가 싶다. 지금 마음이 그냥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롯데에 대한 부끄러운 별명 중에 '8-8-8-8-5-7-7'이 있다. 롯데가 리그 하위권을 맴돌던 시기를 일컫는 말이다. 
 
팀이 이런 식이면 자유계약선수(FA)는 떠날 수밖에 없다. 롯데가 최근 내부 FA 선수들을 못 잡은 것은 작금의 상황이 작용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롯데자이언츠 구단 버스.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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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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