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라이어'·'나쁜 녀석들'..케이블드라마가 더 재밌다

입력 : 2014-10-28 오후 4:51:07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요즘엔 케이블 드라마가 더 재밌다"
 
기자끼리 만나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보고 있는 드라마나 영화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그러면서 꼭 하게 되는 말이 위의 문장이다.
 
최근 케이블에서는 자극적인 출생의 비밀이나 어설픈 러브라인으로 점철된 지상파의 드라마를 비웃기라도 하듯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연거푸 쏟아졌다. tvN <미생>과 <라이어 게임>, OCN <나쁜 녀석들> 이야기다.
 
세 드라마 각기 다른 색깔이지만, 시청자들에게 진한 호평을 받고 있다. <미생>과 <나쁜 녀석들>은 케이블로서는 중박 이상이라는 3%를 넘어섰고, <라이어 게임>은 1%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드라마가 호평 받는 이유를 살펴봤다.
 
◇<미생> 포스터 (사진제공=tvN)
 
◇<미생>, 공감과 뭉클한 감동..'직장인 백서'
 
직장을 다녀본 경험이 있는 시청자라면 울컥한다. 또 눈시울을 붉힌다. "너무 내 얘기 같아서 두 눈 똑바로 뜨고 드라마를 보지 못하겠다"는 댓글이 달릴 정도다.
 
<미생>은 어려서부터 바둑 세계에 입문하지만 프로입단 문턱에서 자꾸 미끄러지며 길을 잃은 장그래(임시완 분)가 지인의 도움으로 종합상사의 인턴이 돼 겪는 과정을 그린다. 사회초년병 시절을 겪어본 우리네 직장인들에게 공감대를 자아낸다.
 
선배로부터 인정받고 싶어서 시키지 않은 일을 하기도 하고,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혼나며 자괴감에 빠진다. 괜한 의욕만 앞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섰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현실에서 늘 일어나고 있는 신입사원의 통과의례가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진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노력을 마다하지 않으며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장그래를 통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뻔한 러브라인도 없다. 안영이(강소라 분)와 장그래의 사이에서 러브라인의 뉘앙스가 흐르기는 하나 극의 핵심과는 동떨어져있다. 안영이가 장그래에게 건네는 부드러운 한 마디보다 오상식(이성민 분)이 장그래에게 던지는 쓰디쓴 일침이 더 가슴을 친다.
 
운명 같은 사랑도, 처절한 복수도 없는 직장인들의 세계를 스펙터클하게 그리는 점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다.
 
◇<라이어게임> 포스터 (사진제공=tvN)
 
◇<라이어 게임>, 일드에 못지않은 '빅재미'
 
<라이어 게임>은 일본 카이타니 시노부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100억원의 돈 앞에 놓인 인간의 다양한 군상을 담은 심리 주적극이다.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방영돼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다.
 
방영 전부터 관심을 모은만큼 우려도 컸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라는 점에서 소위 '베끼기'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연 <라이어 게임>은 일드 못지 않은 재미로 국내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비록 이야기의 흐름은 비슷하지만, 일본 드라마가 LGT사무국이라는 설정을 둔 반면 국내 드라마에서는 방송사가 '라이어 게임' 쇼를 진행한다는 점, 캐릭터의 스타일이 일드의 캐릭터와 다른 색깔을 지닌다는 점, 일드 특유의 오버스러운 액션을 뺐다는 점에서 적절한 리메이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작진 뿐 아니라 연기자들 역시 새로운 이미지를 내세우며 일본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우진 역을 맡은 이상윤은 원작의 마츠다 쇼타가 선보인 샤프한 느낌 대신 선굵은 인상과 이미지로 또 다른 심리학 박사라는 캐릭터를 구축해 호평받고 있다.
 
'라이어 게임' 쇼의 주최자이자 진행자인 신성록은 미스터리를 품고 있는 이미지로 국내 드라마만의 새로운 해석을 부여하고 있으며, '민폐녀' 남다정으로 등장하는 김소은은 동정을 자극하는 연기로 토다 에리카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제작진과 연기자들이 하나로 뭉친 <라이어 게임>은 원작의 재미를 이어가면서도 한국드라마만의 정서를 부여하며 리메이크 드라마 성공작의 행보를 밟아나가고 있다.
 
◇<나쁜 녀석들> 포스터 (사진제공=OCN)
 
◇<나쁜 녀석들>, 장르물의 한계를 넘다
 
국내 드라마 제작환경은 스릴러 드라마가 성공하기 힘든 구조다. 장르물은 완성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국내 드라마 대부분은 시간에 쫓기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 작품의 허술함이 시청자들의 눈에 띄게 되고, 자연스럽게 몰입도를 저해한다.
 
4회까지 방영된 <나쁜 녀석들>은 첫 방영날 6회분 이상이 촬영을 마친 반사전제작으로 진행된 작품이다. 기획 자체가 1년이 넘게 걸렸고, 대본 탈고도 방영 초반에 끝났다. 크랭크인은 지난 7월이라 약 2개월 이상 첫 방송을 앞두고 진행됐다. 오랜 시간을 두고 만들어진 작품이어서일까, 매회 뛰어난 완성도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무서워도 꼭 봐야하는 드라마"라는 평가가 돌 정도다.
 
이 드라마는 형사 오구탁(김상중 분)이 인신매매 조직을 처단하고 자신의 딸을 죽인 연쇄살인범을 찾아내기 위해 20년 이상 형을 받은 죄수들과 힘을 합치는 과정을 그린다.
 
큰 줄기 속에서 매회 에피소드 구성으로 진행되는 이 드라마는 호흡과 전개가 상당히 빠르다. 한 회에 에피소드가 끝난다는 점에서 군더더기 없이 진행된다. 또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하는 조명과 내공 깊은 비유가 섞인 대사, 색이 다른 스타일리시한 액션까지 장르물로서 흠 잡을 곳이 없다.
 
배우들의 연기력 역시 뛰어나다. 연쇄살인범에게 복수를 하려는 오구탁 역의 김상중과 서울을 접수한 조직폭력배 동방파의 행동대장 박웅철 역의 마동석, 살인청부업자 정태수 역의 조동혁, 연쇄살인을 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천재 살인범 이정문 역의 박해진까지 배우들의 열연은 몰입도를 높인다.
 
이들 네 남자는 엄청난 시너지를 뿜어낸다. 그 열기가 화면 밖에서도 느껴진다. 눈빛이며 액션, 잔잔한 감성 연기까지 어느 하나 문제삼을 지점이 없다.
 
상남자 네 명과 심사숙고 끝에 꼼꼼히 달려온 제작진의 협연이 올해 최고의 장르 드라마를 완성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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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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