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 29일 오후 서울 명동 KB금융지주본점에서 열린 제6차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마친 뒤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News1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KB금융지주 이사회가 끝내 거취에 대한 용단을 내리지 않았다. 사실상 마지막 임무인 회장 선출이 마무리되면서 KB사태 책임론이 일고 있으나 이사회 이사들은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KB금융(105560)은 이날 오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윤종규 최종 회장후보자를 내정자로 최종 승인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내정자 승인과 함께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하는 내용도 결정했다.
하지만 이사회 거취와 관련한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이경재 이사회 의장은 이날 이사회가 끝난 직후 취재진과 만나 거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거취는 무슨 거취를 밝히나"라며 발끈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던 김영진 사외이사도 "우리(이사진)은 미련이 많지 않지만 특별히 이야기할 게 없다"며 "KB의 발전에 무엇이 좋은지 고민해보겠다"고만 밝혔다.
당초 이날 이사회에서 본인들의 거취에 관한 입장을 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지난 상반기 KB금융을 뒤흔들었던 내분사태 당시 KB 이사회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기보다 편가르기로 갈등의 골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차기 회장을 선출할 때까지는 이사회 책임론이 잠시 수면 아래 가라앉은 듯 했으나 새 회장 인선 작업이 마무리 되면서 이들에 대한 비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날 경제개혁연대는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 간의 갈등 과정에서 지주 이사회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확인해야한다"며 KB금융의 이사회 회의록을 열람하게 해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냈다.
금융당국도 사외이사들이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히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KB금융 사태에서 느낀 것은 사외이사 제도에 전체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며 "사외이사들이 책임은 없고 권한만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차기 회장 선출만으로는 KB금융의 경영 안정화 조치가 끝났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판단이다. 금융위원회가 KB금융의
LIG손해보험(002550) 인수 승인을 보류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음달 취임할 예정인 윤종규 회장 내정자도 이사회의 거취에 손 대지 못하고 있다.
자신을 회장으로 뽑아준 이사회를 직접 겨냥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윤 내정자는 이날 이사회 직후 이사회 책임론을 묻는 취재진에 "오늘은 거기까지만 하자"며 말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