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4조원대를 겨우 턱걸이하는 등 심각한 실적 부진을 재확인하면서 부진 타개를 위한 복안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 전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반토막 이상 나면서 부진 탈출을 위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30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3분기 실적을 보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에서 IM(IT·모바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66%, 지난 1분기 72%에서 42.5%로 추락했다. 3분기 메모리 반도체의 선전으로 버텼다는 평가도 있지만, 본질은 스마트폰의 부진이다. 이로 인해 주력사업 입지마저 반도체에 내주는 등 전자 내에서의 위상이 급속도로 추락했다.
스마트폰 부진의 가장 큰 축은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이다. 삼성이 애플의 프리미엄 전략을 쫓아가는 사이 스마트폰 시장은 빠르게 중저가 중심으로 변화했다. 중국과 인도 등에서 스마트폰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중저가 위주의 보급형 시장이 크게 열린 것.
지난해 중국 화웨이가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3위에 오른 데 이어 올해 3분기에는 중국의 샤오미가 창사 4년 만에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3위에 입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업체들의 급속한 성장은 자국의 든든한 수요를 기반으로 한 중저가 시장 공략의 결과였다.
반면 삼성전자의 중국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지난해까지 넘볼 수 없는 부동의 1위였지만 올 3분기에는 샤오미에게마저 밀린 것으로 조사됐다. 혁신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인 데다, 안드로이드에 최적화된 완성도 높은 스마트폰들이 중저가로 속속 등장하면서 차별화의 메리트는 실종됐다.
삼성전자도 이날 3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업체 간 차별화 축소로 프리미엄이 감소하고,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급격한 시장 변화가 있었지만,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전략 실패를 시인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반전의 카드로 제시한 것은 중저가 시장에 대한 공급확대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중저가 시장의 빠른 성장을 사업 확대의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며 "본격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 LTE 시장에서는 하이엔드와 함께 보급형 모델의 경쟁력을 높여 중국 시장 성장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최근 들어 중국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부분도 같은 흐름에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3분기 실적 발표 하루 전날인 29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했다. 이 부회장은 "중국에서 사업을 활발히 전개해, 중국에서 사랑받고, 중국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위기 극복 포인트로 중국을 지목했다.
이 부회장의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은 올해에만 벌서 네 번째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건희 회장의 장기 부재에 따라 사실상 그룹을 대표하는 후계자 자격으로 최대 사업처인 중국에 대한 집중적인 공략에 나선 셈이다.
이 부회장은 중국에서 귀국한 29일 저녁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해 중국시장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 중국 난징 방문 때에도 삼성전자의 중국 내 휴대폰 생산기지들을 시찰하고 귀국한 후 고위 임원들과 중국 스마트폰 사업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오는 31일에는 삼성전자가 창립 45주년을 맞는다. 수원 사업장에서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날 창립기념식은 3분기의 우울한 실적표를 들고 시작하는 첫 날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이날 인사말을 예정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 던질 메시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