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이 3조원대 허위·위장수출을 반복해 실적을 부풀렸고, 업체 대표는 이렇게 조성한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관세청은 모뉴엘이 수출가격을 부풀리거나 자체 조작한 해외매출 서류를 이용해 3조원대 허위·위장수출을 한 혐의로 이 업체 대표 박홍석씨(52세) 부사장 신모씨(49세), 재무이사 강모씨(42세) 등 3명을 구속하고 10명의 업체 관계자를 불구속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세청에 따르면 모뉴엘 대표 박씨 등 관련자들은 대당 8000원~2만원인 홈씨어터 PC 케이스를 250만원까지 부풀려 허위수출하고, 은행에는 허위수출 채권을 팔아 자금으로 쓰다가 대출 만기(150일~180일)가 돌아오면 다시 위장수출을 해 대출금을 갚는 수법을 반복했다.

 

이들은 지난 2009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이런 방식으로 3330회에 걸쳐 3조2000억원(29억달러)을 허위로 수출했으며, 모뉴엘의 자회사인 잘만테크는 2012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홍콩으로 76회 총 928억원(8800만달러)의 위장수출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모뉴엘 대표인 박씨는 허위·위장수출로 조성한 3조원대 자금을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렸으며, 이 중 446억원은 브로커 로비자금과 현지대여(239억원), 자금세탁 후 국내반입(120억원), 주택구입과 공장인수(33억원) 등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관세청 관계자는 "대표 박씨 등 13명은 관세법과 외국환거래법 위반혐의가 적용됐고, 재산을 빼돌린 박씨에는 특정경제가중처벌에관한법률까지 적용해 구속했다"며 "그동안 허위·위장수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일어나 관계당국의 감시가 적었고, 국내 금융기관이 외형적 실적을 보고 자금을 빌려주고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모뉴엘은 위장수출로 외환은행 등 국내 10여개 은행에서 3조2000억원을 대출받아 현재 6745억원을 상환하지 않았다"며 "이번 일이 적발되지 않았다면 대출 채권 미회수 등에 따라 초대형 금융사고가 일어날 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