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사 실적의 희비를 가른 주 요인은 '마케팅 비용'이었다. 지난 분기 이통시장의 '쿨다운' 기조가 지속되면서 보조금 지급 등 마케팅비가 줄자 LG유플러스는 합병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KT는 대규모 명예퇴직으로 인한 인건비 개선이 더해지며 3개 분기만에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SK텔레콤은 지난 2분기에 진행됐던 영업정지 여파를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신규가입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마케팅비가 증가해 예상 외의 부진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편 이통 3사의 ARPU(가입자당평균매출)가 나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 시장의 이목은 '단통법'과 '아이폰6' 효과가 본격 반영될 4분기 실적으로 옮겨가고 있다.
◇KT 3분기 주요 영업비용(자료=KT)
◇'마케팅비'로 엇갈린 3사 실적..KT, 매출·영업익 모두 개선
31일 성적표를 공개한 KT는 연결기준 3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3.9% 늘어난 5조9556억원을, 영업이익은 8.9% 증가한 3351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분기 대비 매출액은 1.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지난 27일 가장 먼저 실적을 내놓은 LG유플러스는 3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4.1% 감소한 2조7618억원을, 영업이익은 17.0% 늘어난 174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분기 대비로는 각각 0.4% 감소, 78.0% 증가한 수치다.
29일 공시된 SK텔레콤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5.9% 늘어 4조3675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7% 감소한 536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 대비 매출액은 1.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7% 줄었다.
3사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개선된 KT는 무선 중심의 서비스 매출 증가와 비용구조 개선을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무선시장 경쟁이 안정화되면서 마케팅 비용이 전분기 대비 9.9% 감소했고, 대규모 명예퇴직 영향으로 인건비가 전년동기 대비 21.8% 줄어든 점이 유효했다.
KT는 지난 4월 약 8000여명에 달하는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약 1조원의 비용이 일회성으로 반영돼 2분기에 813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마케팅비는 7416억원으로 집계됐는데 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이통시장의 냉각기가 이어지면서 보조금 규모가 축소된 영향이 컸다.
상반기 이통 3사의 순차적 영업정지 이후 정부의 단속 의지가 한층 강화됐고 지난 9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추가 영업정지까지 시행되면서 이통사 간 번호이동 건수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전체 번호이동 건수는 62만5505건으로, 저점을 찍었던 8월보다 다소 회복됐지만 여전히 침체기라는 분석이다.
LG유플러스도 이에 따라 마케팅비용이 줄며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판매수수료(-3.1%)와 광고선전비(-11.4%), 상품구입비(-25.7%)가 모두 전년동기 대비 감소했고, 이에 따라 영업비용이 5.2% 줄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되레 마케팅비가 늘면서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과 달리 감소했다.
회사측은 "지난 3~5월의 영업정지가 경쟁사와 달리 2분기에 몰려 있어 3분기에 신규가입자 유치로 이를 만회하려다보니 마케팅비가 그만큼 수반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SK텔레콤의 자회사 피에스앤마케팅이 SK네트웍스가 운영하던 휴대폰 소며 영업점 200여개를 인수하며 상품매출원가가 크게 증가한 점도 영업비용 확대의 주 원인이 됐다.
◇LTE 가입자·ARPU, 이통 3사 나란히 '증가세'
LTE 가입자와 ARPU는 이통 3사 모두 증가세를 이어갔다.
LG유플러스의 3분기 LTE 가입자수는 818만2000명으로 전분기 대비 369명 증가했으며, 전체 무선시장에서 LTE 가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73.3%까지 확대됐다.
특히 고가요금제 비중이 높은 LTE 가입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ARPU는 전분기 대비 1.5%, 전년동기 대비 4.8% 상승한 3만6159원을 기록했다.
KT의 LTE 가입자수는 3분기 말 기준 1025만명을 기록하며 전체 가입자의 59.6%를 기록했고, ARPU는 3만4829원으로 전분기 대비 3.6%, 전년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KT 측은 "가입자 및 ARPU의 성장 지속으로 무선분야 매출은 전분기 대비 6.3% 증가한 1조9127억원을 기록했다"며 "단통법 시행 이후에도 유무선 결합 경쟁력을 앞세워 무선사업 성장기조를 안착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역시 LTE 가입자 증가가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특히 지난 4월 출시한 'LTE 전국민 데이터 무한요금제'는 9월 말 기준 240명의 가입자를 기록했으며, LTE 누계 가입자가 1621만명에 달해 전체 가입자 대비 57.1%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SK텔레콤 측은 "오는 2016년 말 LTE 보급률은 8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며 "데이터 사용량 증가와 더불어 2G 및 3G 가입자의 LTE 전환 등을 통해 ARPU는 내년에도 지속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텔레콤 청구 ARPU(이동전화수익에서 가입비 제외)(자료=SK텔레콤)
한편 유선사업 실적에선 KT가 부진했다. KT의 유선사업부 매출은 전분기 대비 2.6%, 전년동기 대비 6.2% 감소한 1조3714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유선전화 가입자와 통화량 감소의 영향으로 해석됐다.
반면 LG유플러스는 IPTV를 중심으로 한 유선시장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IPTV·인터넷전화·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지칭하는 'TPS' 매출은 전분기 대비 2.6%, 전년동기 대비 11.1% 증가한 3374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실적을 공개한
SK브로드밴드(033630)는 IPTV 가입자 기반 확대 등에 힘입어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6.9% 증가한 679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7.1% 늘어난 160억원을 달성했다.
◇4분기 관전포인트 단통법·아이폰6 효과 '주목'
시장의 눈은 단통법과 아이폰6 출시 효과가 본격 반영될 4분기 실적에 쏠리고 있다. 다만 단통법 시행으로 이통사들의 비용구조가 다변화되면서 실적 개선은 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번호이동 가입자에 편중돼 보조금을 지급했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제휴서비스, 요금제 등 전체 고객의 혜택을 강화하는 다양한 영역으로 비용이 지출될 것"이라며 "단기간에 드라마틱한 실적 개선이 나타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의 보조금 지급 형태가 연말까지 지속될 지 예단하기 어렵고, 이통사들의 마케팅 전략이 바뀔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통상적으로 4분기에는 콘텐츠 비용 등의 수수료 정산으로 비용 지출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될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내다보는 이통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김홍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물론 단통법에 대한 폐지·개선 요구가 크고 새로운 요금 및 프로모션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변수가 있지만 호재가 악재를 압도한다"며 "단통법 시행과 LTE 보급률 상승, 가입자 순증폭 둔화 등을 감안하면 2015년 이후 통신사들의 구조적인 마케팅 경쟁 완화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입자당 평균 데이터 사용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통 3사의 ARPU 전망도 여전히 밝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