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한이가 3일 오후 대구 시민체육관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News1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지난 2011년 처음 시작된 통합(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 횟수를 '3회'에서 '4회'로 늘리려 하는 삼성 라이온즈와 창단 후 최초 한국시리즈 정상 타이틀을 위해 칼을 가는 넥센 히어로즈 간의 가을야구가 오는 4일 오후 막을 연다.
가을야구의 최후 승부를 앞두고 있는 류중일 삼성 감독과 염경엽 넥센 감독은 3일 오후 대구시민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미디어데이에 선수 2명씩과 함께 참석해 한국시리즈를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선수는 박한이, 안지만(이상 삼성), 강정호, 이택근(이상 넥센)이 참석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는 열띤 기싸움이 전개된 가운데 양팀 선수단 모두 승리의 절실함 속에서도 위트와 자신감을 함께 내보였다. 전반적으로 보면 삼성은 최근 3년 간의 우승 경험을 믿는 분위기였고, 넥센은 열정과 절실한 마음을 팀을 우승으로 견인할 키워드로 봤다.
◇류중일 "경험과 이승엽" vs. 염경엽 "많은 선수들의 고른 타격과 절실함"
삼성이 목표로 하는 '연속 4년 통합 우승'은 한국 프로야구 32년사에 없던 대기록이다. 이 기록을 위해 삼성 선수단은 똘똘 뭉쳤다.
류 감독은 "2000년대 들어와서 삼성이 큰 경기를 가장 많이 했다. 그 경험을 살려 한국시리즈도 잘했으면 좋겠다"며 "통합 4연패를 위해 보름간 많은 준비를 했다. KT와의 두 차례 연습경기 등을 통해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해왔다"면서 4연패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시리즈의 키 플레이어로는 '국민타자' 이승엽을 거명했다. 이승엽은 2013년 한국시리즈의 경우 '1타점, 타율 1할4푼8리(27타수 4안타 1타점)' 기록으로 부진했다. 다만 올해 정규시즌에선 '32홈런 101타점, 타율 3할8리'로 부활하며, 많은 팬에게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류 감독은 "이승엽이 잘 치면 경기를 쉽게 풀 수 있다. 그러나 작년처럼 못 치면 오래간다. 올해는 이승엽이 잘 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창단 7년차 팀인 넥센에게 이번 한국시리즈는 처음 경험하는 큰 게임이다. 올해 감독 2년 차인 염경엽 감독도 한국시리즈는 이번이 처음이다.
염 감독은 "우리 팀 캐치프레이즈가 2009년부터 'Go for the championship'이다. 올해는 도전 가능한 전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기회는 항상 오지 않는다. 절실한 마음과 승리에 대한 열정으로 절실한 야구를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염 감독은 한국시리즈 경험이 없는 부분에 대해선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는 선수 시절에 해봤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우리가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작년(준플레이오프)과 올해 플레이오프가 좋은 과정이 됐다. 우리는 절실하다. 승리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이 적잖다. 이것(절실함, 열정, 자신감)이 있다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넥센의 한국시리즈의 키 플레이어로는 "특정 한 선수보다 공격 1~7번(타순의 선수들)이 어떻게 하느냐가 넥센다운 야구를 하느냐 못 하느냐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들이 좋은 타격을 해줄 경우 좀 더 쉬운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투수는 선발도 힘들지만, 시리즈가 길게 갈 경우, 승리조를 관리하면서 7차전까지 끌고가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왼쪽), 염경엽 넥센 감독. ⓒNews1
◇안지만-박한이 "나만 잘 하면 된다. 편하게" vs. 강정호-이택근 "우승 절실"
삼성과 넥센은 야구를 잘 한다는 점은 같지만 팀 분위기에서는 은근히 차이가 난다.
아무래도 최근 3년 동안 계속 우승을 했던 삼성과, 올해 처음 한국시리즈에 나선 넥센은 차이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선수들의 반응에서도 나타났다. 삼성의 박한이와 안지만, 넥센의 이택근과 강정호, 양팀 선수 두 명씩 나온 미디어데이에서 팀 별 반응은 차이가 났다.
다만 우승에 대한 열망은 다르지 않았다. 기싸움도 엿보였다. 경기의 시작 전부터 '승리를 위한 견제'가 서서히 엿보였다.
각자의 각오를 밝혀달라는 요청에 이택근은 "긴 시간을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우리(넥센)는 다른 팀 선수들에 비해 스토리도 있고, 힘이 들었던 선수들도 많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선수나 팀이나 특별한 한국시리즈가 되지 않나 싶다. 반드시 우승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처음에 프로에 왔을 때, '이 팀에서 플레이오프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후 작년에 처음 포스트시즌에 올라왔지만, 너무 허무하게 끝났다. 겨울에 독하게 훈련 열심히 했고, 올해 한국시리즈까지 왔다. 정말 후회 없이 해보고 가고 싶다"고 답했다.
반면 박한이는 "한국시리즈에 한 두 번 나서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도 특별한 마음 없이, 편안하게 즐기겠다"라고, 안지만은 "매년 그랬듯 준비 잘 했다. 약간의 긴장감도 도는 한국시리즈다. 약간의 긴장감은 좋다고 생각한다. 여세를 몰아 멋진 모습 보여드리겠다.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는 경기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부담감 없는 답변을 내놨다.
작년과 달라진 모습이 있냐는 질문에 이택근은 "작년에는 (한국시리즈가) 처음이었다. 긴장감을 덜기 위해 감독님도 마찬가지로 후배들에게 즐기자고 말을 많이 건네줬다. 정말 즐겼던 것 같다. 올해는 감독님이 '절실함'을 중요하게 말씀하셨기 때문에, 우승을 갈망한다. 우승을 위해 포스트시즌 준비할 때부터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정호는 "작년엔 플레이오프를 보너스 게임이라 생각하고 즐기면서 했다. 하지만 끝나고 나니 허무하더라"면서 "올 시즌은 시작하기 전부터 감독님과 디테일하게(상세히) 준비했다. 후회없이 하고 싶다. 선수들도 '우승에 대한 갈망'이 많다. 절실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간절한 넥센 선수들과 달리 삼성의 박한이는 "내가 처음 한국시리즈에서 뛸 때 긴장을 정말 많이 했다. 손에 땀이 났다. 넥센도 어느 정도 그런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삼성)는 아무래도 여유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다소 유리할 수 있다고 본다"며 여유를 찾았다.
◇박한이(왼쪽), 이택근. ⓒNews1
◇양팀의 선발 투수는 밴덴헐크-밴헤켄
4일 시작될 첫 경기의 선발 투수는 밴덴헐크(삼성)와 밴헤켄(넥센)이다. 외국인 선발 대결이다.
류 감독은 선발로 밴덴헐크를 선발한 것에 대한 질문에 "큰 이유는 없다"면서 "페넌트레이스의 성적 순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밴덴헐크는 올해 정규시즌의 25경기에 나가 '13승4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과 탈삼진(180개) 부문의 선두에 올랐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속구가 일품이다.
넥센과의 경기에선 6경기에 출전해 '1승 2패, 평균자책점 4.95'의 성적을 거뒀다. 빼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현재 삼성이 믿고 맡길 만한 1선발은 단연 밴덴헐크다.
염 감독은 밴헤켄 카드를 꺼내들은 이유로 "나는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맞춰서 선발투수를 정했다. 생각대로 3승1패를 하고 올라왔다. 1차전 선발은 밴헤켄"이라고 했다.
밴헤켄은 올해 한국 진출 7년 만에 20승을 기록한 다승왕이다. 올 시즌 31경기에 나서 '20승6패, 평균자책점 3.51'의 성적을 써냈다.
한편 양팀 감독들은 시리즈가 6차전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삼성 박한이와 안지만, 넥센 이택근과 강정호는 5차전을 예상했다.
◇안지만(왼쪽), 강정호.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