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진 (사진제공=OCN)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연하남이었고 로맨스남이었다. 배우 박해진은 '어두움' 보다는 '밝음'이 더 어울리는 배우였다.
하지만 평소 인터뷰에서 보면 박해진은 전혀 다른 역할을 원했다. 기자에게 "싸이코패스를 해보고 싶다"고 답해왔다. 박해진은 <나쁜 녀석들>의 이정문을 통해 데뷔 8년 만에 그렇게도 원했던 싸이코패스를 연기하게 됐다. 오랜시간 원했던 탓일까 그 연기에서 깊이가 느껴진다.
극중 이정문은 수 없이 많은 살인을 저지른 연쇄살인범이다. 완전 범죄를 저지른 인물에다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인지가 없어 죄책감도 없다. 자신도 모른다는 것에 대해서만 슬퍼하는 인물이다.
연민이 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섬뜩하다. 말 한마디 없이 상대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갑자기 급소를 공격할 것만 같은 어두운 느낌이 강하다. 또다른 강력 범죄자인 박웅철(마동석 분), 정태수(조동혁 분)과는 다른 느낌이다. 더 무섭고 공포스럽다.
박해진은 이러한 성격의 이정문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대사 대부분에 감정이 실리지 않는다. 사건을 파헤칠 때는 논리적으로 접근하며 이성적이고 차분하다. 박웅철, 정태수와 대화를 할 때도 흥분하는 모습이 없다. 목소리의 차이가 없다.
박해진이 만들어내고 있는 이정문은 기존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느낌의 연쇄살인범이다. 김상중과 마동석, 조동혁과 같은 선배 연기자들 사이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박해진의 내공이 브라운관을 넘어 전달되고 있다.
박해진 소속사 더블유엠컴퍼니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 카메라에 나오면 더 섬뜩하고 서늘한지 본인이 잘 알고 있다. 그런 점을 극대화해서 표현하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더 무섭게 느끼는 것 같다"고 밝혔다.
소속사에 따르면 박해진은 <나쁜 녀석들> 촬영에 굉장히 즐겁게 임했다고 한다. '로맨틱한 남자'의 수식어를 지우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에 대한 열정이 깊다.
로맨틱한 남자는 남자 배우들이 광고에 출연하기에 수월한 이미지다. 캐스팅되기에도 용이하다. 하지만 박해진은 자신에게 입혀진 로맨틱을 버리고 새로운 이미지에 도전했다. <나쁜 녀석들>을 통해 스펙트럼이 한 단계 넓어진 것.
틀에 안주하지 않는 박해진, 데뷔 10년을 바라보는 그의 앞날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