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국제유가 3년來 최저치로 곤두박질..유가 전쟁 예고

사우디 유가 하락 여파로 WTI 77.19달러

입력 : 2014-11-05 오전 10:46:39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국제 유가가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가격 인하 조치 여파로 3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유가 하락 여파로 미국 중소 에너지 업체들의 이윤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고 저물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과 일본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제 유가 2.02% 하락한 77.19달러..3년來 최저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12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전일보다 1.59달러(2.02%) 하락한 77.19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11년 10월4일 이후 최저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밝힌 이후 유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 WTI 12월물 가격은 하루 만에 2.2% 하락하면서 심리적 지지선인 80달러선 밑인 78.78달러로 내려갔다. 이는 지난 6월 고점 대비 27% 내려간 수치다.
 
WTI 가격은 올 한 해 기준으로 약 20%나 내려앉았다.
 
◇WTI 추이 10월~11월4일 (자료=인베스팅닷컴)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 공급하는 원유 가격을 낮춘 것은 미국 에너지 붐을 이끈 셰일 에너지 산업과 경쟁하기 위함이다.
 
셰일 붐으로 많은 원유를 보유하게 된 미국이 사우디에서 수입하던 원유 규모를 줄이자 시장 점유율을 재고하기 위해 가격을 확 낮춘 것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에서 소비되는 석유 중 사우디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6%로 전년 동월의 7%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체 원유 수입으로 따지면 현재 미국의 사우디산 원유 수입은 지난 2005년 보다 35%나 감소했다. 
 
앤터니 오브라이언 모건스탠리 투자전략가는 "시장이 매우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유가를 둘러싸고 가격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나 이란 등에서 지정학적 갈등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 일격을 가하기 위한 조치란 해석도 있다.
 
◇유가 하락으로 美 중소기업 몸살..유럽·일본도 덜덜 
 
유가 하락에 따른 생산량 감소 조치도 가능해 보이나, 미국의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셰일오일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버티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배럴당 유가가 70달러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미국 원유 생산은 줄어들지 않으리라 내다봤다.
 
그러나 중소 에너지 업체들은 사정이 다르다. 많은 빚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의 중소 기업들은 유가가 계속 하락하면 이윤이 적어질 수 있기 때문에 비용 절감에 들어가는 등 자구책 마련에 한창이다. 
 
미국의 정유회사 코노코필립스는 미국 내 최대 원유 산지 중 하나인 퍼미안 분지와 로키산맥에서 시추 활동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로열더치셸은 지출을 줄이고 미국 내 생산공장에서 일하는 인력을 감원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과 일본도 불안한 마음으로 유가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이 두 나라의 중앙은행은 바닥으로 떨어진 물가를 끌어올리고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그런데 유가가 계속 하락하면 물가를 올리기 위한 경기 부양책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 
 
투자자들은 산유국 간의 가격 전쟁이 더 크게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제대로 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다른 회원국들도 질세라 원유 가격을 낮출 수 있다. OPEC 밖의 산유국들 또한 가격 하락 경쟁에 동참할 여지도 있다. 
 
OPEC 소속 산유국 들은 오는 11월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당면 문제에 관해서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서 생산 감축 조치가 결정되지 않으면 유가가 더 하락압력을 받을 것이란 것이 중론이다.
 
엘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다음 달에 열리는 회의에서 생산량을 소폭 감소하는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최근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내고 "원유 공급 증가로 내년 1분기 WTI 가격이 배럴당 75달러로 하락하고 브렌트유 값은 85달러로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종전의 전망치 보다 각각 15달러씩 하향 조정된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최근 유가 하락은 시장의 과민반응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곧 유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데이비드 레사르 핼리버튼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 상황을 봤을 때 유가가 지속해서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조만간 원유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면 유가는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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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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