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신해철 둘러싼 공방..“양심 걸고 진실 밝혀야”

입력 : 2014-11-05 오후 5:54:26
◇故 신해철. ⓒNews1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故 신해철의 사망 책임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고인이 사망 전 장협착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의료 사고가 있었다”는 유족 측과 “그렇지 않다”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S병원 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故 신해철의 부인 윤원희씨는 서울 송파경찰서에 S병원 측의 업무상 과실치사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고소장을 이미 제출했다.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소장과 심낭내의 천공이 생긴 이유와 시점이 이번 진실 공방의 핵심이다. 故 신해철 측은 5일 고인의 유해가 안치된 안산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전엔 고인의 장례식이 비공개로 치러졌다.
 
◇소장내 천공이 생긴 원인은?
 
故 신해철이 S병원에서 장협착 수술을 받은 것은 지난달 17일이었다. 그리고 5일 뒤인 22일 이 병원에서 쓰러진 심정지가 와 심폐소생술을 받았고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응급수술을 실시한 서울아산병원 측의 기록에 따르면 소장에 1cm 정도의 천공이 발견됐으며, 음식물 찌꺼기가 흘러나온 상황이었다. 고인이 장협착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천공이 생겼을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
 
하지만 S병원 측의 주장은 다르다. 잘못된 수술로 인해 천공이 생긴 것이 아니라 환자의 관리 부족 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입장이다. “수술후 외출과 외박을 하는 과정에서 식사를 해 장이 터졌다”는 것.
 
이에 대해 고인의 소속사인 KCA엔터테인먼트의 김재형 이사는 “매니저에 따르면 수술 후 S병원 병원장이 고인에게 미음이나 쥬스 등 액상 음식은 괜찮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죽을 먹고 괜찮으면 밥을 먹어도 된다고 얘기했다”며 “그런데 퇴원 후 고인이 복통과 흉통을 호소했고, 40도의 고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고인의 매형이자 유가족 대표인 김형열씨는 “수술을 집도했던 S병원의 원장님은 지금이라도 전문의로서의 위엄과 책임감과 의사로서의 양심을 걸고 진실을 명확히 밝혀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아산병원 측에서 응급 수술 당시의 기록을 상세히 기록해줘 진실 규명에 도움이 돼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인 뿐만 아니라 의료 사고로 돌아가신 많은 유가족을 대신해 향후 제도적인 보완을 통해 의료 사고 입증 체계가 개선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심낭내 천공이 생긴 시점은?
 
지난 3일 고인의 시신을 부검한 국과수 측에 따르면 소장의 천공 외에 심낭내에서도 0.3cm 가량의 천공이 발견됐다. 국과수 측은 이에 대해 "사건의 개요를 고려한다면 천공이 수술 부위와 가까운 점 등을 볼 때 의인성(인위적으로 유발된) 손상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사망을 유발한 천공은 복강 내 유착을 완화하기 위한 수술(장협착 수술) 당시나 이와 관련돼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S병원 측이 의료 과실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부검 당시 심낭 하부에선 깨와 같은 음식 이물질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런데 천공이 생긴 시점을 두고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복부 수술시 가슴 쪽을 열지 않기 때문에 우리 병원의 수술과는 무관하다. 심장수술과 복부수술을 다 했던 아산병원에서 뭔가 문제가 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S병원 측의 주장이다. 심낭 하부에서 발견된 이물질에 대해서도 “환자가 먹어서는 안 될 음식물을 섭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측은 “응급 수술 당시 심낭엔 이미 천공이 있었던 상태”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재형 이사는 “고인이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을 당시 의식과 동공 반사가 없고, 뇌손상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패혈증도 있었다. 개복 당시에 소장 천공이 발견돼 유착 부위의 절제 수술이 진행됐고, 더럽고 찐득한 액체를 심낭에서 제거했다”며 고인이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고인의 심낭내에 이미 문제가 생긴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의 법률 대리인인 서상수 변호사는 "고인에 대한 수술을 진행하면서 장 천공을 발생시키지 않을 수 있었는지, 이후 장 천공, 심낭 천공에 대비해 고인이 보인 증상에 대해 적절한 검사를 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그리고 고인에게 심정지가 왔을 때 응급처치를 취했는지 등에 대해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료 기록을 작성하고 교부하는 과정에서도 의료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있었는지도 필요하다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앞으로 최선을 다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치 않은 위 축소 수술과 의료 과오 있었나
 
국과수 측은 부검 후 "위 용적을 일부 줄이기 위한 수술을 한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S병원 측이 환자의 동의 없이 위축소 수술을 임의로 했다”는 유가족 측의 주장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S병원 측은 “위밴드 수술 때문에 생긴 유착이 위 주변에서도 발견돼 봉합 수술을 했다”며 환자의 동의 없이 위축소 수술을 한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함께 장협착 수술 후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던 故 신해철에게 S병원 측이 적절한 의료적 대처를 하지 않고 진통제만 처방해 고인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
 
김재형 이사는 “수술 뒤 S병원의 원장이 수술이 간단해 하루만 입원해도 회복이 빠를 것이라고 얘기했다”며 “병실로 옮긴 뒤에 매니저에게 수술이 잘 됐고, 위도 꿰맸다. 뷔페에 가서도 두 접시 이상 못 드실 거라고 자신있게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고인이 통증을 호소하자 원장이 배를 눌러보다 하복부를 눌러본 뒤 안 아프면 복막염에 대해선 안심을 해도 된다고 했다”며 “고인은 이후 통증을 호소하면서 그 사람이 나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내가 이렇게 아프냐, 그 병원에 다시는 안 가겠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국과수 측이 밝힌 고인의 법의학적 사인은 복막염 및 심막염과 이에 합병된 패혈증이다.
 
김 이사는 또 “고인이 통증을 호소하는 가운데 S병원의 원장이 간호사에게 새벽에 무슨 약을 투약했냐고 하니 모르핀을 투약했다고 했고, 원장이 다시 ‘모르핀을 넣지 말라고 했는데 왜 넣었느냐’고 하니 간호사가 ‘투약은 했으나 차트에는 안 적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매니저가 들었다”며 “심폐소생술 당시엔 기계가 연결이 안 된 탓인지 원장이 기계를 다시 가져오라고 소리를 쳤다. 연결 후에야 고인에게 제대로 충격이 가해졌고, 그때 고인의 왼쪽 눈꼬리 옆으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 송파경찰서는 서울아산병원으로부터 故 신해철의 소장 조직을 넘겨받아 국과수에 추가 부검을 의뢰했으며, S병원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정해욱 기자
정해욱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