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담배소송 2차 변론에서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할 자격이 있는지를 두고 공방이 이어졌다.
공단은 법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 가운데 담배회사들은 공단이 담배로 인한 손해를 입은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자격이 없다 맞섰다.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박형준 부장)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인
KT&G(033780), 필림모리스코리아,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BAT)코리아(제조사 포함) 등 4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2차 변론이 열렸다.
이날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공단이 보험 수급권자에게 지급한 치료비는 공단의 손해인 데다가 담배회사들의 불법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다"면서 "공단은 담배회사에 직접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재산 등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단은 이를 근거로 담배를 직접 이용하는 소비자로 손해배상청구권자를 제한되지 않고, 손해를 입은 누구든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단측은 "담배회사들은 보험급여 지급이 공단의 의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제3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이뤄진 급여 비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단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는 법적·이론적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공단 소속 안선영 변호사는 "공단은 흡연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질병에 걸리고 사망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유가 타당하다고 판단하고 소를 제기했다"면서 "공단에게는 국민의 건강 증진을 도모할 의무도 있다"고 강조했다.
ⓒNews1
이에 대해 담배회사들은 공단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본연의 의무일 뿐 손해를 입은 것이 아니라는 논리로 맞섰다. 또 공단측이 제시한 대법원 판례는 직접청구권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KT&G 측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지급한 것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한 것"이라며"이를 법률상 손해의 개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단이 지출하는 급여 중 담배로 인한 급여는 손해이고 나머지는 손해가 아니라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KT&G 측은 또 "담배를 피우는 것은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것"이라며 "담배회사가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행위 자체는 공단의 보험급여 지급 여부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KT&G 측은 아울러 공단측이 제시한 대법원 판결 역시 이번 사건에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리인은 "공단이 근거로 제시한 대법원 판결은 요양급여 요건이 충족되지 못했는데도 급여가 잘못 지급된 사항으로 이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민법상 결함있는 담배의 제조·판매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흡연자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공단이 정당하게 지출해야 할 보험급여 비용을 막으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단은 본연의 기능에 따라 예산을 용도대로 집행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공단의 보호 법익을 침해한 게 아니므로 손해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또 "공단이 제시한 판례는 지급되지 않아야 할 보험금이 부당하게 나간 경우"라면서 "이 사건의 경우 파생적으로 수반된 경우이므로 인과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BAT코리아 측은 "언론 보도에 의하면 당초 공단은 구상금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면서 "종전 담배소송에서 패소 확정된 대법원의 결과를 피하기 위한 소송 전략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상권을 행사할 경우 개개인별로 손해배상 청구권의 요건사실을 입증해야하는데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반영됐을 것"이라며 "공단은 경제적인 재산 감소를 법적인 의미의 손해와 혼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내년 1월16일 오후 2시 열리는 변론에서는 흡연과 폐의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이 예정되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4월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등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한 537억41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공단은 20년 이상 동안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우고 흡연 기간이 30년 이상인 환자에게 공단 측이 지출한 10년치 진료비를 토대로 비용을 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