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에도 불구, 중소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리베이트 영업이 강행되고 있어 논란이다.
대형 제약사들의 손발이 묶여져 있는 사이 제네릭 위주의 전문약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제네릭(복제약) 특성상 약 성분에 있어 차이가 없기 때문에 리베이트는 훌륭한 영업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
특히 특허가 만료되는 일부 대형약물의 경우 이미 일선 의료기관들을 대상으로 리베이트가 암암리에 횡행하고 있다는 게 제약업계 내부의 정설이다. 당장 영업 외에는 마땅한 판로 확보가 어려운 중소 제약사들이 극단의 수단을 택하면서 대형 제약사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실제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시행된 지난 3분기(7월~9월) 상위권 제약사들과 중견 제약사들의 실적은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CP(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를 가동한 다수의 대형 제약사들 실적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반면, 이 틈을 노린 중소 제약사들은 약진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상위권 제약사들의 경우 지난 7월부터 도입된 리베이트 투아웃제 여파가 3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한미약품, 종근당, 일동제약 등 유한양행과 녹십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위 제약사 실적이 부진했다. CP 가동이 영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졌다는 설명.
한미약품은 3분기 전년 동기보다 3.7% 줄어든 1793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12억원으로 9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아에스티도 11.9% 줄어든 1333억원의 매출과 9.7% 감소한 138억원의 영업이익에 만족해야만 했다. 대웅제약과 종근당도 영업이익이 각각 153억원, 130억원을 기록, 38.5%, 29% 쪼그라들었다.
CP는 기업 스스로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내부 준법 체계로, 개별기관이나 개인을 대상으로 한 제품설명회를 비롯해 의사 등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학술대회 참가 지원을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대원제약, 유나이티드제약, 환인제약 등 중위권 제약사들의 실적은 오히려 개선됐다.
유나이티드제약의 3분기 매출은 3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4억원으로 79.1% 늘었다. 같은 기간 환인제약의 3분기 잠정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3% 늘어난 300억원, 영업이익은 31.2% 증가한 66억원으로 집계됐으며, 대원제약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427억원, 60억원으로 각각 15.5%, 53.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원외처방조제액을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도 상위권과 중견 제약사가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상위 제약사 10곳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포인트 하락한 31.3%를 기록한 반면 중견 제약사들의 시장점유율은 1.0%포인트 상승한 61.2%로 나타났다. 원외처방은 의약분업에 따라 환자가 병원 진료를 받은 뒤 약국에서 구입하는 약으로, 그간 리베이트 규모에 따라 갈렸다.
이를 두고 상위권 제약사들은 중소 제약사가 아직도 리베이트 영업 관행을 지속하고 있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상위권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상위권 제약사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단절시키면서 상위권 원외처방 실적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 반해 중견 제약사들의 실적은 급증하고 있다"며 "각 병원에서 같은 가격에 인지도 높은 대형사 제품을 처방하지 않고 중견사 제품을 처방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아직도 중견 제약사들은 100:300이나 100:200 등의 리베이트를 암암리에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상위사들은 두 눈 뜬 채 점유율 빼앗기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며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생각지 못한 시장 왜곡을 낳고 있는 만큼 정부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제약협회 이사장단은 이번 리베이트 논란에 대해 윤리경영 확립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윤리강령과 정관에 따라 예외 없이 중징계를 한다는 입장이다. 중징계에는 제명 조치도 포함됐다.
이사장단은 "특허 만료되는 일부 대형약물의 제네릭 시장에서 일선 의료기관들을 중심으로 제약기업들의 리베이트 제공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며 "법을 지키고 윤리경영을 엄수하고자 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손해보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