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김치냉장고를 향한 불붙은 수요 속에 500리터급 대형 프리미엄 제품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김치냉장고 예상 판매량은 총 120만대 규모로 오랜만에 흥행이 전망된다. 김치냉장고 판매량이 120만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07년(129만대) 이후 처음이다.
김치냉장고 시장은 11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본격적인 대중화에 성공한 2000년 이후 2002년 186만대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07년까지 평균 130만대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하다가 2008년 이후 110만대 수준으로 주춤했다. 이어 지난 2012년에는 100만대 이하로 판매량이 급감, 지난해 105만대로 겨우 100만대를 회복했다.
모처럼 찾아온 시장 분위기에 업계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올 여름 제습기와 에어컨이 기후 등의 요인으로 당초 기대만큼의 흥행에 실패한 상황에서 평년에 비해 많은 판매량이 예상되는 김치냉장고 시장만큼은 놓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자료=업계)
올해 김치냉장고 시장이 호황을 맞은 원인은 대중화 바람이 불며 판매량이 급증했던 지난 2001년~2003년에 구입한 제품들의 교체 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김치냉장고의 교체 주기는 7년에서 10년 사이가 일반적이다.
딤채로 유명한 대유위니아(前 위니아만도)의 최연근 마케팅 담당은 "올해 김치냉장고 시장은 신규 수요 대 교체 수요의 비중이 약 30 대 70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비 뚝 떨어진 배추값과 세월호 참사 여파로 결혼식이 하반기로 몰린 것 또한 제품 판매에 일조했다. 전자랜드프라이스킹에 따르면 본격적인 판매 성수기에 돌입하기도 전인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17.1%, 매출액은 29.9%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500리터급 대형 제품의 흥행 조짐이 심상치 않다. 높은 가격 탓에 아직 대세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판매 비중이지만, 높은 마진율과 역할 다양화 등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과거 뚜껑형 제품이 주를 이루던 시장에서는 수납공간의 한계 탓에 300리터급 이하 제품들이 대세였지만 2005년 공간 활용도가 높은 스탠드형 제품이 등장하면서 제품 대형화를 위한 환경이 조성됐다.
여기에 축적된 업계 노하우를 바탕으로 김치뿐만 아니라 육류와 생선, 야채와 과일 등의 신선식품 저장에 적합한 멀티가전으로 자리매김한 점도 제품 대형화를 부추겼다. 이에 따라 제품 평균사이즈는 지난 2007년 300리터 초반대에서 2012년 380리터로 부쩍 커졌다. 올해는 400리터 돌파까지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스탠드형 제품만 놓고 봤을 때 500리터 이상 대용량 제품의 판매비중이 두 자릿대로 증가했고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제조사들 역시 500리터급 대용량 프리미엄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며 수요를 부채질했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고객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은 대형 프리미엄 제품에 눈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주요 제조사들이 출시한 500리터급 김치냉장고 제품 이미지. 왼쪽부터 삼성전자, 대유위니아, LG전자 순이다.(사진=각 사)
삼성 지펠아삭 M9000이 567리터로 가장 크고, LG 김치톡톡과 대유위니아 딤채는 각각 565리터, 550리터다. 이밖에도 3사 모두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4~6종의 500리터급 신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며 대용량 제품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유위니아 관계자는 "하나를 사도 오래 쓰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프리미엄 대형 제품에 대한 수요와 판매가 점진적으로 늘고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한 유통업계 관계자 역시 "아직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일반 냉장고의 경우처럼 대형 제품이 완전 대세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매년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냉장고에 이어 김치냉장고 시장도 프리미엄 대용량으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