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워낙 빨리 변화하는 나라여서 기준점으로 삼을 만한 것이 거의 없다'. 저자는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대한민국을 제대로 보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아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데에서 좀 더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생각의 결과물이다. 소설가의 눈에 비친 인간의 관계, 로맨스, 시간, 소유, 노동, 트렌드를 보며 느낀 것들을 에세이로 펴냈다. '읽다', '말하다'로 이어질 시리즈 1탄 <보다>.
▶ 전문성: 전문적인 지식서가 아니다. 다만 사람을, 세상을, 우리를 ''다르게' 본 작가만의 전문적인 기록이다. 일상에서 보고 경험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숙고하고 그것을 정연하게 써내려간 메시지를 담았다.
▶ 대중성: '패스트패션', '택배', '스마트폰', '비정규직', '표절', '운명', 로맨스'..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대표하는 개념, 아이템, 현상, 감정들을 직시하거나 뒤집어 바라본 점이 공감대를 만들어낸다.
▶ 참신성: <건축학개론> <비포선라이즈> <로마 위드 러브> <직장의신> <오디세이아> <에브리데이> <관상> 등 저자가 바라본 세상 이야기는 책과 영화 속 한 장면과 자주 연결된다. 다양한 사례로 작가의 생각은 물론 우리가 알고 있던 책과 드라마 영화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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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에세이는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책 전체에 걸쳐 인간과 세상에 대한 작각의 예리하고도 유머러스한 통찰이 녹아있다.
1부에서는 자본주의, 양극화, 차별화와 같은 개념들을 바라보고 있다. 저자는 가난해 대해 '경험해보지 않은 데서 나오는 가난에 대해 '무지'한 자야 말로 진정한 부자'라고 정의하며, 요즘 시대의 소유 관념에 대해 고민했다.(진짜 부자는 소유하지 않는다) 드라마 <직장의 신>에 잘 표현된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저자의 석사논문 주제가 '언론 기업의 비정규 노동에 관한 연구'였을 정도로 그는 이 개념을 한 발 앞서 고민했다고 한다.(숙련 노동자 미스 김)
2부의 이야기는 한층 부드럽다. 일상의 로맨스와 부모와의 애착관계,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 로맨스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비포 선라이즈>에 버금갈 정도로 달콤했던 작가의 부다페스트 경험담(?)은 스쳐 지나간 인연의 잔상을 떠올리게 한다. (부다페스트의 여인)
우리 시대의 독창성과 자기주관, 운명, 죄와 인간 등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는 3부로 이어진다. 세상에 맞춰 자신을 바꿀 것이냐, 세상을 자기에게 맞게 바꿀 것이냐. 예술가로서의 '새로움'에 대한 고민을 샤워부스 가수라는 데서 착안해 흥미롭게 풀어냈다.(샤워부스에서 노래하기)
4부로 넘어가면 패스트패션, 홈쇼핑과 택배, 택시 등 우리 시대상을 나타내고 있는 일상을 소재로 한 작가의 통찰력이 두드러진다. '대형서점은 어떤 면에서 패스트패션을 닮아가고 있다. 책 표지는 나날이 화려해져간다. 날마다 백 종이 넘는 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대부분 얼마 못 버티고 매대에서 치워진다.'(패스트패션 시대의 책) 끝으로는 작가가 현재 살고 있는 부산에 대해 소개한다. 영화 <친구>,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완벽히 살아난 부산말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변방언어의 진격에 대해서도 고민했다.(나는 왜 부산에 사는 것일까?)
■책 속 밑줄 긋기
"우리의 시간은 애플과 삼성이 만든 스마트폰이 공짜로 빼앗아간다.
게다가 돈도 우리가 낸다. 또한 그들이 만들어 놓은 창을 통해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서비스가 침투해 또 우리의 시간을 빼앗고
메시지가 오지 않는 시간에는 게임회사가 나타나 우리의 주의를 독점한다
...
부자들이 스마트폰으로부터 멀어지는 사이,
지위가 낮은 이들의 스마트폰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부자나 권력자와 달리 사회적 약자는 '중요한 전화'를 받지 않았을 때의
타격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자신이 뭘 욕망하는지를 모르(는 척하)면서 오직 타인을 통해
그것을 알아내고자 하는 서연 같은 여자, 참 피곤하다.
그런데 남자들은 늘 그런 여자들에게 더 끌린다.
남자 역시 여자의 욕망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기를 언하기 때문일 터."
"우리가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존재,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끝없이 변화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게 무엇인지 영원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은 바로 우리의 일상일 것이다."
"책은 일종의 필수품이다. 롤렉스 시계가 없는 사람은 있어도 책이 없는 사람은 없다.
소설을 읽지 않는 사람도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는 들여다볼 것이다.
...
어쩔 수 없다.
유니클로의 옷값이 저렴하다는 걸 한탄할 필요가 없듯이
책값이 싸다고 세상과 소비자를 개탄할 이유는 없다.
싼 것은 더 싸지고 비싼 것은 더 비싸지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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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선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