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 신생 SW 스타트업과 고소전

입력 : 2014-11-13 오전 9:22:03
[뉴스토마토 류석기자] 한글날 전날인 지난 10월8일 국내 대표 오피스 소프트웨어(SW)기업이 자사 신규 오피스SW 출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을 무렵, 한 SW스타트업 사무실에는 경찰들이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영업비밀을 빼돌렸다는 이유로 SW 스타트업을 경찰에 고소한 것. 고소장을 접수한 측은 아래아한글(HWP)로 유명한 한글과컴퓨터(030520)(한컴), 고소를 당한 스타트업은 지난해 12월 한컴 개발자 출신들이 모여 세운 '쿠쿠닥스'라는 업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컴은 쿠쿠닥스라는 업체를 몇 달 전 회사 핵심기술을 빼돌리고, 동종업체를 세워 이득을 챙기려 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가 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경찰 조사가 마무리 되고 검찰로 송치된 상태다. 아직 검찰의 기소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쿠쿠닥스는 웹 브라우저 상에서 문서를 읽고 편집해 저장할 수 있는 서비스인 '웹오피스'를 개발하고 있는 신생업체다.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지난 5월 초기투자전문기업 본엔젤스 벤처파트너스로부터 2억원을 투자받았으며, 중소기업청의 기술창업 프로그램 'TIPS'를 통해, 3년에 걸쳐 받게 될 총 5억원의 R&D 자금도 유치했다.
 
쿠쿠닥스는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대규모 투자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면서, 제품 출시 전부터 순조로운 출발이 예견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친정'이었던 한컴측의 고소로 인해, 제품 개발에 매진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한컴과의 법적 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하게 생겼다. 
 
현재 쿠쿠닥스측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컴에서 근무할 당시 제품 개발에 사용했던 개발 언어(자바)와 지금 쿠쿠닥스가 만들고 있는 제품의 개발 언어(PHP)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또 한컴의 오피스SW가 사용하는 엔진과 쿠쿠닥스 제품의 엔진은 설계부터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는 말은 한컴측의 억지라고 주장한다.
 
쿠쿠닥스 관계자는 "한컴의 제품과는 개발 언어 자체도 틀리고, 구현 방법이나 기술이 완전히 다르다"라며 "만약 우리가 한컴 제품을 통째로 가져와서 서버에서 돌렸더라면 영업비밀을 유출한 게 맞겠지만, 우리는 한컴에서 흉내 못 내는 우리만의 엔진을 사용하고 있고, 그 부분은 조사과정에서 한컴도 인정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컴은 혐의를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가 있다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한컴 관계자는 "내부에서 업무를 파악하던 중에 업무침해 요소가 있어서, 기소 요청을 한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조사 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함부로 나서서 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쿠쿠닥스측이 제품 개발에 사용한 기술들 중 한컴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기술이 있었느냐 여부에 따라 결과가 갈릴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도 입장이 갈린다. 그러나 쿠쿠닥스측과 한컴이 자신들의 입장을 증명할 어떠한 증거를 법정에 제시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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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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