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KB 이사회, 치킨게임의 결말은

당국 "사외이사 KB사태 책임져라" vs 이사회 "지배구조까지 손 보겠다"

입력 : 2014-11-13 오후 6:35:16
◇서울 명동 KB금융지주 본사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용단을 내리라는 금융당국과 끝까지 해보겠다는 이사회.
 
지배구조 개선을 놓고 금융당국과 KB금융(105560) 이사회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치킨게임'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국은 KB금융사태를 방관했다는 책임론과 함께 지배구조 개선의 한 축으로 사외이사들을 지목하면서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KB사태에서 느낀 것은 사외이사들에게 책임은 없고 권한만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찬우 부위원장도 최근 한 세미나에서 "지배구조에 대한 불신마저 확산되고 있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 사태 책임의 상당 부분은 사외이사에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퇴 압박에도 KB이사회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달에 이어 전일 열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은 거취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을 맡았던 김영진 사외이사는 이사회 직후 '사퇴 논의가 있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퇴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KB금융, 지배구조 개선 TFT 구성..이사진 거취 논의 안해'
 
이경재 이사회 의장은 거취 표명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고 본사를 빠져나갔다. 지난달 이사회가 끝난 직후에는 "거취는 무슨 거취냐"라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오히려 KB금융 이사회는 승계프로그램을 포함한 지배구조을 직접 손 보겠다고 나섰다.
 
전날 이사회는 내년 3월까지 지배구조개선 TFT를 가동하겠다고 결의했다. 상당수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종료되는 내년 3월까지는 자리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과 이사회의 기싸움 사이에 낀 윤종규 회장 내정자는 곤혹스럽다. 금융위는 사실상 사외이사들의 거취와 연계해 KB금융의 LIG손해보험(002550) 자회사 편입 승인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지난 6월 LIG손보와 인수 계약을 체결한 KB금융은 인수 지연이자 명목으로 지난달 27일부터 하루에 1억1000만원 가량을 LIG손보 대주주에 지급해야 한다.
 
인수 지연이자가 조율될 가능성도 있지만 인수 지연에 따른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이달 내로 승인되지 않으면 인수 지연이자는 3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문제는 금융위의 승인이 언제 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장 오는 26일 금융위가 정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LIG손보 인수 승인건이 논의될지도 불투명하다. 연말까지 인수 승인을 받지 못하면 LIG손보와의 계약이 해지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LIG손보 인수 불발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승인 카드를 쥐고 사외이사의 사퇴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경영상태 안정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며 인수 승인 보류에 대해 "제대로 된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으라는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 내정자가 전날 금융위를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 내정자는 이사회 직전에 정찬우 부위원장를 만나 이사회의 책임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관계자는 "윤 내정자가 정 부위원장에게 내년 3월까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이사회 결의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대로 된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한 후 사외이사들이 퇴진하는 것을 전제로 연말에는 당국이 극적으로 LIG손보 인수를 승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수년간 KB금융이 공을 들인 보험사 인수를 놓고 당국과 이사회가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취임한 후에 LIG손보 인수를 성공시켜야하는 윤 내정자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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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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