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차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직을 놓고 5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며 치열한 각축전을 예고했다. 경선제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더 많은 표를 확보하기 위한 후보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14일 현재 사실상 후보군으로 윤곽을 드러낸 5명은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대표와 유정준 전 한양증권 대표,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운용 대표,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대표,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등이다.
일찌감치 물밑작업을 통해 '적임자'를 자처하며 여론을 탐색했던 후보들은 당장 다음주부터 회원사들과의 접촉면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출마 배경에 대해 어려움에 빠진 금융투자업계를 위한 '자본시장 외연확대'를 강조하며 "제도개선과 세제지원, 국내외 기관 유인 등을 위한 대외적인 역할에 애쓸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말 구체적인 구상을 마치고 다음주부터는 회원사들과 본격 만남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대표는 일찌감치 회원사 표심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회원사를 직접 찾는 등 적지 않은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대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구체적인 공약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정준 한양증권 전 대표는 "자리 차지하기 위한 고민이 아닌 잘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협회를 어떻게 이끌어야 회원사와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지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도 이번 주말께 출마를 공식 선언할 전망이다. 김 전 사장은 "쉽지 않은 결정을 앞두고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 이번 주말에 출마여부를 결정 짓겠다"고 전했다.
선거는 내년 1월 말 치러진다. 협회는 내달 16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3명과 외부인사 2명으로 꾸려진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다. 이후 새 회장 선임 절차를 확정, 선출 공고를 낼 계획이다.
금투협 회장 임기는 3년이다. 협회 연간 예산은 600억원 정도로 적지 않은 규모다.
투표권을 가진 회원사는 163개사에 이른다. 60개 증권사와 85개 자산운용사, 7개 선물회사, 11개 토지신탁사가 여기에 포함된다. 회원사 한 곳당 한 표씩 행사하지만 30% 정도는 협회비 분담비율에 따라 배분되는 방식이다. 대형 증권사 전·현직 출신 인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내세울 게 아니라 진정한 금융투자기관을 위한 이익단체 수장으로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슴에 새기고 이를 이루기 위한 현실적인 목표설정과 실천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업권 내 사람들의 밥그릇이 아닌 국가 백년지대계로서의 자본시장 역할에 대해 알릴 수 있는 인물이 금투협 회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기범 전 사장은 1986년 씨티은행 출신으로 헝가리 대우증권 사장, 대우증권 런던 현지법인 사장, 한불종합금융(메리츠종금) 사장, 메리츠증권 사장, 대우증권 사장 등을 지냈다. 유정준 전 한양증권 사장은 10년 넘게 한양증권 수장 자리를 지킨 업계 내 최장수 CEO다. 지난해 거래소 이사장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최방길 전 대표는 1982년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신한금융지주 상무, 조흥은행 부행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금투협 비상근 부회장 등을 맡아 왔다.
황성호 전 대표는 1979년 씨티은행 출신이다. 다이너스클럽카드 한국지사장, 헝가리한화은행 행장, 씨티은행 북미담당 영업이사, 제일투자증권 대표, PCA투자신탁운용 대표, 우리투자증권 대표 등을 역임했다.
황영기 전 회장은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뒤 뱅커스트러스트은행 도쿄지점 부사장, 삼성투자신탁운용 사장, 삼성증권 사장,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 금투협 공익 이사를 맡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 유정준 전 한양증권 대표,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대표, 황영기 전 KB지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