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재 직면한 KT·LG유플러스의 '물타기' 꼼수

입력 : 2014-11-15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KT와 LG유플러스의 치졸한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양사가 뒤늦게 기업 메시징 사업에 진출하면서 앞서 공들여 시장을 키워왔던 중소기업 상당수는 고사 위기에 빠졌다. 생존 위기에 직면한 이들 중소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양사의 횡포를 신고하면서 사정당국의 제재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이번에는 KT와 LG유플러스가 반격에 나섰다. 진흙탕 싸움으로 비화되며 싸움의 구도와 본질이 뒤바뀐 이유다.  
 
◇중소기업 고사에 공정위 제재 '칼날'
 
기업 메시징은 수신을 동의한 소비자에게 각종 기업발 통보와 홍보용 메시지를 대신 보내주는 일종의 대행 서비스다. 은행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 사용내역을 기업메시징 업체가 은행 대신 고객에 휴대폰으로 보내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기업메시징 업체는 은행 등의 기관과 계약을 맺고 각 기관을 대신해 고객에 메시지를 발송한다. 해당 시장은 현재 규모가 1000억원대로 추정되며, 2000년대 중반까지 중소기업들이 성장을 견인해 왔다.
 
그러나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자 이들에 망을 빌려주던 KT와 LG U+가 직접 사업에 뛰어들면서 중소기업들이 하나둘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에 놓였다. 현재까지 살아 남은 중소기업들의 시장점유율도 80%대에서 20% 안팎까지 급감한 상태다. 
 
생존 위기에 처한 이들이 공정위에 양사의 횡포를 신고하자,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두 통신사의 거래행태가 '시장지배력 남용행위'와 '사업활동 방해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고, 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키로 했다. 수익성이 검증되자 시장 지배적 위치를 남용해 중소기업 영역에 뛰어든 것으로, 대표적인 대기업의 횡포 중 하나로 지목된다.
 
문제는 KT와 LG U+가 사건의 핵심인 불공정한 시장구조를 감추기 위해 이 사건을 대기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반란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사업구조를 가진 SK브로드밴드와 카카오톡을 끌어들이며 전선 확대를 꾀하고 있다.
 
SKT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는 기업메시징 업계에서 6%대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번 제재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중소기업들이 만든 기업메시징협회가 SK브로드밴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애초에 공정위에 두 통신사만을 신고했기 때문이다.
 
◇협회 "물타기로 논점 흐려" 강력 비판
 
협회 관계자는 14일 "이 사건이 이동통신 대기업과 부가통신 중소기업 간 대결구도로 비춰지는 것은 유감"이라며 "대기업이 기업메시징 사업을 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으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SK브로드밴드는 여타 중소기업들과 마찬가지로 SKT로부터 망을 빌려 쓰고 있다"며 "SK브로드밴드의 사업방식은 오히려 중소기업들과 비슷하지, KT나 LG U+와는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메시징 사업의 원재료 격인 망을 가진 상위 사업자인 KT와 LG U+와 달리, SK브로드밴드는 망을 빌려쓰는 하위 사업자이기 때문에 고발대상에 오를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자료=기업메시징부가통신사업자협회)
 
협회는 KT와 LG U+가 이 사건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문제로 몰아가자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 9월 이 안건이 공정위에서 처음 심사됐을 당시, KT와 LG U+는 SK브로드밴드를 꼬집으며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느냐, 다른 대기업들도 한다'며 논점을 흐렸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현행법상 SK브로드밴드는 SKT 계열사라는 이유로 망 대여 비용을 타 기업들보다 저렴하게 물 수 없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부당 지원행위'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SKT는 통신업계 1위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가격신고'의 의무를 지고 있다. 하위 시장에 망을 빌려줄 때 망대여 비용을 미리 방통위에 신고하고, 신고한 가격만큼만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SKT는 신고사업자기 때문에, 방통위에 신고한 액수대로 망 대여료를 받고 있다"며 "KT와 LG U+는 이를 기준으로 내부 전략 등에 따라 이보다 조금씩 높혀 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협회는 최근 카카오톡이 기업메시징 시장에 진출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협회 관계자는 "카카오플러스 등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론칭한 것도 아니고, 안전성 등 기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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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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