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개혁 어디까지 왔나..'마음 급한 與vs.눈치보는 野'

與 "지금이 골든타임"..野 "군사작전식 밀어붙이기 안돼"
공무원 "정부가 연금기금 잘못 운용..우리가 왜 책임지나"

입력 : 2014-11-21 오후 12:59:54
[뉴스토마토 곽보연·최병호기자] 곪아터질 위기에 놓인 공무원 연금개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지도 벌써 넉달째다.
 
지난 1960년 제정된 '공무원연금법'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적연금으로 공무원들의 노후 복지를 위해 퇴직급여, 사망 후 유족급여까지 지급한다. 공무원에 대한 종합사회복지기능을 수행하는 셈이다.
 
공무원들에게 노후의 생명으로 여겨지는 공무원연금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 것은 이번 정부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첫 시도가 있었고, 이어 2003년 노무현 정부,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도 공무원 연금개혁이 이뤄졌다.
 
하지만 두차례 개혁을 거쳤어도 정부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제도를 이대로 유지할 경우 재정적자가 더욱 커지고 결국에는 공무원연금 자체의 존립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연금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졸속 처리는 절대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당사자인 공무원은 모든 희생을 공무원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공무원 연금개혁 반대를 외치고 있다.
 
치열한 대립 속에서 공무원 연금개혁은 과연 새누리당의 의도대로 연내 처리될 수 있을까.
 
◇50여개 공무원 노조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를위한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에 대한 공무원 투표결과를 발표했다. 투표에 참여한 45만여명의 공무원 중 98.6%가 새누리당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News1
 
◇기대수명은 늘어나는데.."정부 충당부채 규모만 500조원"
  
"연금 제도를 설계할 때 기반이 됐던 상황들이 모두 다 변했다. 이 제도를 가지고는 국가 재정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는 상태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새누리당 공무원연금개혁 전담팀(TF) 간사 김현숙 의원은 공무원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이처럼 설명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올해 말 공무원 연금개혁을 주요 의정이슈로 들고 나온 이유는 정부의 과도한 재정부담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제도가 처음으로 제정된 1960년 평균 기대수명은 52세에 불과했지만 지난 2012년 기준 기대수명은 82세로 약 30세가 늘어났다. 기대수명이 늘면서 공무원 연금 수급자 수도 늘었다. 현 공무원 연금제도에 따르면 1990년에는 현직 공무원 30명이 퇴직공무원 1명을 부양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는 3명이 1명을 부양하는 상황으로 급변했다.
 
공무원 연금은 수급자가 본인부담금 7%를 내면 정부에서 매칭펀드 방식으로 같은 액수를 부담해 모두 14%씩 납입하도록 돼 있다. 결국 기대수명이 늘고 부양할 수 있는 인원이 줄면서 공무원들의 기여금만으로는 지급액을 충당하기 어려워졌고, 정부의 재정불균형이 심화된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정안별(현행안vs.정부안vs.새누리당안) 정부보전금 규모 추세 비교.(자료=공무원연금공단)
 
공무원 연금개혁의 필요성은 정부·여당뿐만 아니라 야당도 인식을 함께해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공적연금개혁TF를 구성한 상태다. 다만 새누리당의 처리 과정과 대화의 방식에 있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공적연금강화 공동투쟁본부(공투본)와 만난 자리에서 "공무원 연금개혁의 필요성에는 동의 하지만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조차 배제하고 군사작전처럼 몰아부치듯 하는 개혁에는 반대한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공적연금개혁TF 간사인 김성주 의원도 "공무원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지만 정부와 여당이 말하는 것처럼 하향평준화로 가고, 모든 국민을 노후 빈곤상태에 빠트리는 개혁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은 대체로 공무원연금개혁 반대를 외친다. 물론 공무원연금개혁으로 정부보전금이 확대돼 재정불균형을 초래했다는 점에는 동의하는 이들도 많다.
 
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퇴직 공무원 단체 등 50여개 단체로 구성된 공투본의 김명환 공동대책위원장은 문 비대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약속이 말 뿐이면 신뢰는 무너진다"며 "공무원 연금은 국가가 국민을 위해 헌신한 공무원들에게 노후에 편안히 살 수 있도록 마련해준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여당은 공무원연금기금이 고갈되서 정부 재정적자가 악화됐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지난 1998년 IMF 때와 지난 2005년 퇴직자들의 퇴직금을 공무원기금에서 지급하면서 현금 유동성이 막힌 것"이라며 정부의 잘못된 운용을 문제삼고 있다.
 
◇연내 처리 급급한 여당 vs. 신중하자는 야당
 
"다음 정부와 미래세대를 위해 공무원 연금개혁은 우리가 역사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공인으로서 역사적 책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겠나."
 
새누리당이 마음이 급한 이유는 청와대의 채근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인 20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지도부와 회동을 갖고 올해 내에 공무원 연금개혁을 매듭지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공무원 연금개혁의 연내 처리를 여야에 요청한 바 있다. 왜 박 대통령은 연내 처리에 연연하는걸까.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개혁TF를 이끌고 있는 이한구 의원은 올해가 아니면 공무원 연금개혁은 10년 후에나 기회가 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9일 K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처리를 못하면 선거 일정 상 10년 뒤에나 기회가 온다. 그동안 국가재정은 40조원 이상 축난다"고 말했다.
 
또 "내년 2월에는 새정치연합의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전당대회 전후 1~2개월은 국회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면서 "4월이 되면 원내지도부가 바뀌고, 5월 새로운 원내지도부가 들어서도 적응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4일과 16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주 의원과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을 각각 만나 '공무원 연금개혁'에 대한 양당의 준비상황과 현재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사진제공=각 의원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이는 새누리당의 '단순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김성주 의원은 "새정치연합의 모든 의원들이 전당대회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혹여 전당대회를 한다고 할지라도 입법처럼 마땅히 해야할 일을 늦추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조건이 되고 당사자들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여당은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자는 공무원들과 우리의 제안을 끝까지 거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새정치연합이 표심을 의식해 시간끌기 전략을 쓰고 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가 표심을 생각했다면 오히려 공무원연금 개혁에 적극 반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한번도 반대한 적이 없다. 연금개혁 그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우리나라의 공무원은 행정부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 교육공무원 등을 포함해 모두 100만6246명이다. 공무원 연금개혁은 100만 공무원은 물론 현재 퇴직해 연금을 수급받고 있는 34만여명 등 영향을 끼치는 범위가 막대하다.(자료=김성주의원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접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관련 국제기구에서는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 중인 이사벨 오티스 국제노동기구(ILO) 사회보장국장은 민주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연금개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논의와 대화"라며 "당사자와 논의 없이 밀실에서 만들어진 정책은 지속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치권에서 여당을 중심으로 '연내 완료'라는 시한을 정해 놓고 개혁을 추진 중인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는 전교조가 차기 위원장 선거후보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이후 공무원연금 개악을 저지하겠다"며 총력투쟁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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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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