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령층, 특히 50대의 부채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이 향후 소득이 급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현재보다 심각해질 가능성도 크다.
가계부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단기·일시상환 방식의 대출구조를 장기·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하고, 차주의 현재 소득뿐 아니라 미래 소득흐름도 감안하는 방향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산정방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0일 '가계부채의 연령별 구성변화: 미국과의 비교를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펴내고 "우리 경제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지목돼 온 가계부채가 지난 8월 이후 주택담보인정비율(LTV)·DTI 완화 및 금리인하 등에 따라 증가세가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KDI에 따르면 실제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월평균 1조4000억원 내외로 증가했으나, 올 8월 이후에는 월평균 5조2000억원으로 증가세가 확대됐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3년 미국과 비슷한 80% 내외까지 상승했다. 미국의 경우 가계부채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07년에 거의 100%에 이르렀다가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부채조정을 겪은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령층, 50대의 부채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구주 연령이 50대인 가구가 전체 가계부채의 약 35%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50대 가구 부채비중이 40대보다 낮은 22%에 불과했다.
(제공=KDI)
KDI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40~50대 가구주에 집중돼 있다"면서 "이 중 상당 부분은 향후 소득이 급감하는 고령층이 보유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세대 효과를 감안한 동태적 시각에서 보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가계부채 문제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현재보다 심각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KDI는 우리나라 가계대출이 단기·일시상환 방식의 계약구조 비중이 높아 은퇴연령이 가까워지면서 부채를 감축해야 하는 시점에 상대적으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KDI는 "국제결제은행(BIS) 위험가중치 산정, 세제유인 및 금융감독을 통해 단기·일시상환 대출을 억제하고 장기·분할상환 방식을 장려하는 기존의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DTI 규제 적용 시, 일선 금융기관들이 가계의 미래 소득흐름에 대한 개략적인 전망을 감안하도록 유도해 현재의 중장년층이 은퇴하는 시점에 초래될 수 있는 거시경제적 위험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DI는 이어 "현재 주택담보대출 이외의 차입금에 대한 원금 상환액이 DTI 산정 시 포함되지 않고 있으나, 향후에는 이 부분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DTI 산정방식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가계부채가 집중돼 있는 중장년층의 자산가치를 위해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유지하고, 주택건설 관련 규제들을 합리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주택연금 및 역모기지 제도 등을 활성화해 부동산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여지를 확대시킴으로써 유동성 문제에서 비롯된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KDI는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고령층의 소득이 감소하는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임금피크제의 조속한 확산을 통해 근로자의 은퇴연령이 증가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