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FA, 100억원 시대 열릴까

입력 : 2014-11-20 오후 8:31:42
◇2015 FA 계약 관련 일정. (정리=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한국 프로야구 33년 역사상 역대 최대규모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20일 열렸다.
 
이미 올라갈 대로 오른 몸값에 신청 인원도 19명으로 가장 많으며, 개별 구단이 영입 가능한 외부 FA의 숫자도 올해 처음 3명(야구규약 제166조 '구단당 획득선수 수')이 됐다. 10구단 창단으로 인한 특별지명 유출과 주전 선수의 해외 진출 등으로 인해 전력을 보강해야 할 구단이 많아지면서 이번 FA 영입 전쟁은 상당히 뜨거울 전망이다.
 
시장에 나오는 선수 19명이 모두 대어는 아니지만 준척급 선수들도 적잖다. 내년도 선수단의 구성을 보강해야 하는 KT위즈가 FA 시장에서 큰 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 본격적인 활기가 도는 시점은 원소속구단과의 합의에 실패한 선수들이 쏟아져 나오는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로 예상된다.
 
이번 시장의 주요 관심사는 100억원대 계약 탄생여부와 대어 5명의 향방이다.
 
◇2015 FA 신청 인원 19명 소속구단·포지션별 정리. (정리=이준혁 기자)
 
◇팀별 3명까지 외부 FA 영입 가능
 
야구규약 제166조 '구단당 획득선수 수'를 보면 FA 총 신청자가 1~9명일 경우 구단별로 외부 FA 영입 가능선수 수는 1명이다. 이어 10~18명이면 2명, 19~27명이면 3명, 28명이 이상이면 4명까지 영입 가능하다.
 
19명이 FA 신청을 마친 올해는 구단별로 최대 3명까지 외부 FA 영입이 가능해졌다. 이는 사상 처음이다.
 
외부 FA 영입 한도가 3명이 되면서 부족한 전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기존 전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영입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주전급 선수 3명의 외부 영입은 팀의 전력과 색깔을 바꿀 수도 있다.
 
특히 신생팀인 KT에게는 좋은 기회다.
 
KT보다 2년전에 창단한 NC는 지난 2012년(이현곤·이호준)과 2013년(손시헌·이종욱) 등 잇따른 거물 FA의 영입으로 팀의 전력을 높였다. KT로서도 NC와 마찬가지로 거물 선수를 영입한다면 단기간에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2015 FA 신청 인원 중 주요 투수로 꼽히는 윤성환(삼성·선발), 안지만(삼성·마무리), 장원준(롯데·선발)의 인적사항 및 2014시즌 기본 성적. (정리=이준혁 기자)
 
◇'5대천황' 안지만, 윤성환, 장원준, 김강민, 최정은 어느 팀으로
 
최다 FA 신청 팀은 각각 5명이 나오는 삼성과 SK다. 두 팀 출신이 전체 신청자의 절반을 넘는다. 
 
SK는 최대어로 꼽히는 최정(27·3루수)을 비롯해 김강민(32)과 조동화(33·이상 외야수), 나주환(30·내야수), 이재영(35·투수)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은 토종 에이스 윤성환과 배영수(이상 33·투수), 불펜진의 핵심인 안지만과 권혁(이상 31·투수), 그리고 조동찬(31·내야수)이 FA가 됐다.
 
윤성환과 배영수는 타고투저 시즌에도 각각 12승(7패·평균자책점 4.39)과 8승(6패·평균자책점 5.45)을 따냈고, 안지만도 필승조의 일원으로 27홀드(6승3패1세이브·평균자책점 3.75)를 기록했다.
 
이들은 모두 삼성과 오랜 시간(배영수 15년, 안지만 12년, 윤성환 9년)을 함께했고 팀에 대한 충성도도 높다. "삼성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행복하고 삼성에 남고 싶다"(윤성환)고 말할 정도다. 또한 삼성은 창단 이래 국내 다른 팀에게 FA를 빼앗긴 적이 없다.
 
삼성이 투수 쪽에 거물급 FA가 많이 있다면 SK는 타자 쪽이다. SK에선 3루수 최정과 외야수 김강민에 시선이 집중된다. SK에서는 FA 선수 상당수가 팀을 떠난 전례가 있다.
 
김강민은 올해 113경기에 나서 '16홈런 82타점, 타율 3할2리' 맹활약을 펼쳤고 최근 3년동안 기복없이 성적이 좋은 편이었다. 더군다나 김강민은 수비력이 더욱 돋보이는 선수다. 중견수가 약한 롯데나 LG가 노려볼만 하다.
 
최정은 이번 FA 시즌 최고로 주목을 받는 선수다. 해외 진출은 물론 100억 계약설도 나온다. 타격과 수비는 물론 인기면에서도 그만한 가치를 한다. KT가 외국인 선수로 3루수인 앤디 마르테를 영입한 상황에서 최정이 팀을 떠난다면 LG나 두산이 유력하다. 두 팀은 규정타석을 채운 3루수가 없을 정도로 3루가 약하다.
 
롯데의 좌완 투수 장원준(29)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장원준은 왼손 투수란 점이 매력을 더한다. 최근 5시즌동안 두자릿 수의 승리를 기록한 만큼 어느 팀에서도 자기 역할을 할 선수다. 김광현의 미국행이 확정됐고 양현종도 미국으로 떠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장원준의 가치는 더욱 높다. 장원준에 대해서는 일본 팀들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는 장원준이 국내에 남을 경우 반드시 잔류시킨다는 방침이다.
 
◇최정. (사진제공=SK와이번스)
 
◇총액 100억대 계약 가능성은
 
지난해 강민호(29·롯데)는 4년 총액 75억원으로 FA 사상 최다액 계약을 경신했다.
 
올해는 최정이 총액 100억원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정 이외에 다른 선수가 100억을 넘기기 쉽지 않다.
 
사실 KT가 3루수로 앤디 마르테를 영입하기 전만 하더라도 최정의 100억원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최정은 수원의 유신고를 졸업했다. 수원에 연고를 가진 KT로서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워볼 만 했다. 게다가 KT는 최정의 현 소속팀 SK와 라이벌 관계다.
 
SK로서는 KT의 도전을 뿌리치기 위해 최정에게 거액을 제시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최정의 몸값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KT의 앤디 마르테 영입으로 이같은 시나리오는 차질이 불가피해 졌다.  
 
강력한 경쟁자인 KT가 최정 영입전에서 빠지면 아무래도 최정의 계약총액은 낮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야구계 일각에서는 실제로 총액 100억대 계약이 체결된다 하더라도 공식적 발표는 그보다 낮을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는다. 국내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100억 계약 발표를 하기에는 구단으로서도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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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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