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로존의 장기 침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채 매입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독일의 반대가 극심해 추가 부양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다음 달 18~19일 양일간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앞두고 침체에 빠진 유럽 경제를 회생시킬 만한 묘책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고 보도했다.
EU 정상들이 장기침체(스태그네이션), 고용악화, 반유럽 정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결정을 내릴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유로존은 우크라이나 제재에 따른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로 경제면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로존의 지난 3분기 성장률은 0.2%에 불과하고 물가상승률은 0.4%에 그치고 있다. 목표치인 2.0%와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치다. 실업률은 11.5%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유로존 경제는 1930년 대공황 때와 흡사한 면이 있다"며 "'구조적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는 최근 "저조한 물가를 빠른 시일 내에 끌어 올리겠다"며 국채매입을 단행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드라기뿐 아니라 다른 EU 고위 관료들도 국채매입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EU의 한 선임 관료는 "드라기는 이번 EU 정상회담에서 강력한 재정 정책과 경제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할 것"이라며 "그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수 있도록 정치적인 보호막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국채매입에 반대하고 있어 이 부양책이 동원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는 "국채매입을 할 경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경계선이 모호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는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보고 강도 높은 긴축을 각 회원국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국채매입을 둘러싼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EU 정상회담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경제 회복을 위한 큰틀의 합의를 이뤄낼 것이란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로이터통신은 독일은 투자를 늘려 내수를 확대하고, 프랑스는 경제 개혁을 강화하는 식의 그랜드바겐(대타협)이 성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