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박인용 초대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이틀 후 군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에 대해서도 부적절했다며 불찰을 인정했다.
이날 오전 진행된 청문회에서 박 장관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자질과 도덕성 검증은 장관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엄숙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야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와 관련해 세차례의 위장전입 의혹과 아파트 부당취득 의혹,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부적절한 골프 논란 등을 문제로 제기한 바 있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가 4일 인사청문회 시작에 앞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인사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곽보연기자)
◇월 2회 군 골프장 이용..연평도 포격 이튿날에도 골프
국방부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지난 2010년부터 올 10월까지 모두 124차례 군 골프장을 이용했다. 군인 2명과 민간이 2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한 연평도 포격 다음날인 2010년 11월25일에도 군 골프장을 이용했다.
또 박 후보자의 배우자 역시 2010년부터 올 10월까지 군 골프장을 110회 이용했으며 세월호 참사 일주일 후인 지난 4월24일 군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본인이 느끼기에 도덕적으로 부족한 점이 없는지를 밝혀달라"며 "연평도 포격 사건 이틀 후 골프를 친 것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도 "박 후보자는 연평도 포격 이틀 후 골프를 쳤고, 배우자는 세월호 사고 이후 골프를 쳤다"며 "4성군 출신으로서 적절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골프를 친 것은 사실이었다"며 "당시 민간인 신분이었지만 공직자로서 국민에게 사과드린다"고 사실을 인정했다.
◇아파트 부당취득·위장전입·다운계약서 "모두 사실"
아파트 부당취득과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도 박 후보자는 사실임을 밝히고 잘못을 인정했다.
새정치연합 박남춘 의원은 "지난 1994년 일산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당시 '계약자와 실거주자가 동일인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박 후보자는 한번이라도 살았던 적이 없다"며 "투기 과열지구여서 서로 들어가려고 했던 지역으로 박 후보자는 조건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부당 취득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 세금을 몇 조씩 맡겨야하는데 국민들이 박 후보자는 어떻게 믿겠냐"면서 "장관 후보자로서 부적절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새정치연합 주승룡 의원은 "내정된지 10여일만에 나온 의혹이 너무 많다"며 "박 후보자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시세보다 6~10배 저렴하게 구입했다. 2억짜리 집을 3500만원에 취득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박 후보자는 "일산 아파트에 한번도 살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잘못했다"고 인정했고, 또 세차례의 아파트 위장전입 문제와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에 대해서도 "제 불찰이다.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점도 있었다. 반성한다"고 몸을 낮췄다.
이밖에도 차량 속도위반 과태료를 23차례 체납한 것에 대해서도 박 후보자는 잘못을 인정했다.
◇박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을 정리하고 있다.(사진=곽보연기자)
◇김재연 "도덕성 문제 백화점 수준..관피아 척결 어떻게"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은 박 후보자의 배우자 임순숙씨의 위장취업 의혹을 제기하며 "임씨는 친인척이 경영하는 시흥의 한 화학공장에 취업해 4개월간 500여만원의 급여를 부당하게 수급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배우자가 회사로 출근하지 않은 날이 너무나 많았다. 회사에서는 출근 여부조차 확인이 힘들다는고 했고, 배우자 차량의 고속도로 하이패스 이용내역을 확인해보면 시흥으로 간 것이 없었고, 근무시간에 평택, 남양주, 서울 등을 간 것이 수차례였다"며 "배우자가 화학회사에 근무했던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박 후보자는 "군 생활하는 동안 집사람은 딸을 키우고 내조했다. 나이가 들다보니 일을 하고 싶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전업주부로 있다가 60세에 일을 구하는 것이 힘든 편이었다"면서 "현 위치에서 바람직하지 않으니 사회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 회사에서 3개월동안 일한 사실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자는 동탄에 거주하는 올케 차를 타고 회사 출퇴근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어디에 마땅히 취업하기 힘든 나이어서 친인척 회사에 취업했으면 열심히 다녔어야 할텐데 배우자는 이 회사에 근무한 105일 중 26일간은 중국으로 해외 여행을 다녔고, 평일 근무시간에 골프를 치러간 것도 6번이나 됐다"며 "후보자가 인정한 도덕성 문제는 백화점 수준이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관피아를 척결할 수 있겠나"고 비판했다.
진영 안행위원장도 박 후보자에게 "상당히 솔직한 분 같다"면서도 "하지만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세월호 사고와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기 사고 등 현장을 잘 챙기지 못해 일어나는 사고들을 얼마나 잘 챙길 것인지다. 박 후보자는 군 생활은 오래 잘 했다고 평가받지만 재난사고현장은 잘 모른다는 걱정이 많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