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4일 현재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완료자. (정리=이준혁 기자)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4일부터 3라운드에 진입했다.
원소속구단 우선 협상기간인 1라운드와 원소속구단이 아닌 구단들과 협상을 진행한 2라운드는 선수들이 우위인 상황이었다. 그중에서도 특급 선수는 '절대 갑'의 입장에서 유리한 협상을 진행했다. 총액 80억원대 계약이 이때 나왔다.
하지만 나주환·이재영(원소속 SK), 이성열(넥센), 차일목(KIA) 등 4명만 남은 지금의 3라운드는 구단이 선수보다 우위에 있다.
돈을 쓸만한 팀은 이미 화끈하게 썼다. 삼성·LG·SK·롯데 등은 외부 영입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고, 한화와 KT는 외부 FA 영입 최대 한도인 3명을 채웠다. 남은 네 명은 시장의 가치 평가가 사실상 끝난 상태다. FA가 '을'이 되는 시기다.
3라운드 첫날인 4일에는 4명 선수의 신변 변화에 대해 아무 소식도 없었다.
◇611억원이 오간 FA 시장
올해 FA 시장은 역대급 '돈잔치'였다. 오간 돈의 액수가 611억1000만원에 달한다.
기존 소속팀에 남는 최정(27·SK·내야수)과 윤성환(33·투수·삼성)이 각각 총액 86억원과 80억원에 계약했고, 롯데를 떠나 두산으로 옮긴 장원준(29·투수)은 84억원의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들의 계약액은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옵션'도 없는 보장액이다.
이밖에도 안지만(31·투수·삼성)과 박용택(35·외야수·LG), 김강민(32·외야수·SK)도 50억원이상을 받으며 원소속팀에 남기로 했다.
이들 6명에게 오간 금액은 무려 421억원에 달한다. 계약을 마친 15명 중 인원 수로는 40%이나 총액 기준으로는 68.89%에 해당한다. 나머지 60%(9명) 선수들의 총액이 31.11%에 불과하니 '대박계약'을 맺은 6인에 대한 엄청난 기대를 알수 있다.
소박한 계약 사례도 있었다. 한화에서 FA 권리를 행사한 김경언(32·외야수)이 대표적이다. FA 자격을 얻은 후에도 한화 마무리 훈련에 참가해 화제를 모았으며 총액 8억5000만원이라는 적은 액수에 잔류했다. 최정의 10%에도 미치지 못한 값이다.
내년부터 1군에 참가하는 KT도 예상외로 FA 시장에서 적은 돈을 썼다. 김사율(34·투수), 박기혁(33·내야수·이상 전 롯데), 박경수(30·내야수·전 LG)와 KT가 맺은 계약 총액은 44억1000만원. 그나마 옵션 등을 빼면 40억원을 밑돈다.(39억7000만원)
◇장원준.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조용했던 2라운드
쓸만한 거물급 FA는 장원준 외에는 1라운드에서 대부분 계약을 마쳤다.
외부 FA 영입 실행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았다. 전년도 연봉 300%나 전년도 연봉 200%에 보호선수 20인 외 한 명을 내줘야만 하나, 굳이 팀의 '21번째 선수'를 다른 팀에 내주면서 거액에 데려올 가치가 있느냐는 것이다.
2라운드에서의 총액은 215억6000만원. 1라운드에서 나온 총액 395억5000만원의 절반을 약간 넘는다. 그나마 장원준을 빼면 131억6000만원에 불과하다. 1인당 평균 23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선수육성'을 내세워 FA영입에서 조기 철수한 롯데를 필두로 삼성·NC·SK는 외부 영입에 전혀 시선을 두지 않았다. 장원준의 계약이 성사되자 두산과 LG도 동시에 발을 뺐다. KIA는 "향후 상황을 지켜볼 것"이란 정도의 입장이었다.
결국 2라운드의 승자는 한화였다. 한화는 2라운드에서 권혁, 송은범, 배영수 등 투수들만 영입했다. 총액 합계 87억5000만원(옵션 제외 시 79억5000만원)이다. 베테랑 투수들을 데려옴으로써 실속을 챙겼다.
◇12월4일 현재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미완료자. (정리=이준혁 기자)
◇선수가 불리한 입장인 3라운드
아직까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4명의 선수들은 이제 10개팀 모두를 상대하는 3라운드를 시작한다.
이들은 우선협상기간에 원소속 구단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대 이유는 단연 금액이다. 신생팀 KT로 인해 수요가 늘어난 만큼 대우가 나아질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KT가 지난달 28일 김사율·박기혁·박경수을 영입하며 퇴장하자, FA 시장의 온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4명의 가장 유력한 선택지는 원소속 구단 복귀다. 다만 다른 팀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불리한 입지에 놓였다. 그나마 원 소속구단에서 이들을 반기면 다행이다.
우선 이성열과 차일목은 분위기가 좋다. 원소속구단과의 협상도 나쁘게 끝나지 않았다. 외부 FA의 영입 자체가 없던 팀이기에 비용 부담도 없다. 냉대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미 내부 FA에만 무려 164억원을 투자한 SK는 나주환과 이재영 계약에 많은 고민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경삼 SK 단장은 한 매체와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나주환·이재영과는) 우선협상 때보다 당연히 제시액이 줄어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더군다나 나주환은 SK가 물색 중인 외국인 선수가 2루 수비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불리한 입장에 처했다.
끝내. '대박'의 꿈을 이루지 못한 4명의 미래에 관심이 쏠린다.
◇이성열. (사진제공=넥센히어로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