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KB금융지주 본사에서 김영진 사외이사 등 KB금융 사외이사들이 경영발전위원회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KB금융(105560)지주 사외이사들이 본인들의 거취와 관련한 결정을 이번에도 내리지 못했다. 이대로 불명예스럽게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배구조 개선의 큰 축을 담당하는 사외이사들이 용단을 내리지 않으면서 금융위원회에 보류중인 KB금융의
LIG손해보험(002550) 인수건 향방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내부에서는 이사회가 번번히 KB금융의 M&A 사업에 번번히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은 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명동 KB금융 본사에서 경영전략위원회를 열고 본인들의 거취 문제를 포함한 사업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오후 7시쯤 경영전략위원회 회의가 끝난 직후 김영진 사외이사는 거취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회의 내용을 발설할 수 없다"라고만 했고, 조재호 사외이사는 "논의는 했다"고만 말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 건과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을 연계하며 사외이사들의 즉각적인 사퇴를 간접적으로 압박해왔다.
때문에 이날 사외이사들의 거취 결정이 LIG손보 인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서 KB금융의 인수 작업에 또 경고등이 켜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새로운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반영해 사외이사 운영이나 CEO 승계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데 내분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외이사 본인들이 새로운 지배구조까지 손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사외이사들의 거취와 LIG손보 인수 승인을 직접적으로 연계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와 지배구조 개선안 등 여러가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재 KB금융에 검사를 나간 상황이다.
조직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KB금융이 올해 우리파이낸셜을 인수한 것을 제외하고는 수년째 이렇다 할 M&A 실적이 없는데, 이사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자진 사퇴한 이경재 의장을 비롯한 상당수 이사회 멤버들은 2년 전 어윤대 전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ING생명 인수를 보험업 불황을 이유로 무산시켰었다.
KB금융의 계열사 관계자는 "당시에 ING생명을 인수했으면 KB금융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신한지주(055550)만큼 나아졌을 것"이라며 "대안으로 인수에 나선 LIG손보 인수마저 불투명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