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연합(EU) 당국이 추진하는 탄소배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공동전선을 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유럽 의회는 오는 2025년까지 EU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킬로미터(Km) 당 68~78g(그램)으로 규제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지난해에 체결된 EU 탄소배출 규제안에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EU 회원국들은 지난해 Km당 CO2 배출량을 2021년까지 95g으로 줄이자고 합의한 바 있다.
이번에 유럽 의회가 제시한 규제안이 통과되면 EU 자동차 업체들은 킬로당 탄소 배출량을 4년 동안 적어도 17g이나 줄여야 한다.
◇환경단체 회원 두 명이 시그마 가브리엘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가면을 쓰고 정부의 탄소 정책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이런 소식이 퍼지자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며 맞서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정부도 이런 자동차 업체들의 지적에 공감하고 유럽 의회가 제안한 규제안보다 완화된 별도의 안을 공개했다.
지난주 독일과 프랑스는 공동 성명을 내고 "유럽 의회의 제안은 유럽 자동차 업계에 너무 큰 짐을 지우는 것"이라며 "탄소 배출 시한은 오는 2025년이 아닌 2030년으로 연기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다른 EU 회원국 정부와도 이 사안을 놓고 대화를 이어갈 방침이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독일과 프랑스의 공동 성명을 환영하는 눈치다. 카를로스 곤 르노 최고경영자(CEO)는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탄소 배출 기한을 2030년으로 제시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그 정도면 기술을 개발할 만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보호 단체들은 독일과 프랑스가 자국 산업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의 혁신 의지가 사라져 다른 나라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레그 아처 트랜스포트&인바이로먼트 전문가는 "규제 시한을 연기해 주기보다 자동차 기업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저탄소 기술을 개발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내연기관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EU 집행위원회는 다양한 새 탄소 배출 규제안을 놓고 벨기에 브뤼셀에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