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수입산 철강재에 내수시장 잠식 가속

입력 : 2014-12-09 오후 4:47:05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제 원재료 가격 하락과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철강재 수입이 증가하면서 철강재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전기료 인상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원자재 가격 하락분 이상의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지만, 수입재 대응으로 인해 가격 인상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건설, 조선, 자동차 등 철강 전방산업 부진으로 가격이 저렴한 철강재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철강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9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대표적인 수입품목인 보통강 열연강판의 지난달 평균수입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6.3% 하락한 546달러(57만3000원)로 지난 2012년 3월부터 3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열연강판은 반제품인 슬라브를 고온으로 가열한 뒤 누르고 늘여서 두께를 얇게 만든 강판으로 자동차, 선박, 건축물 등에 폭 넓게 사용된다. 대표적인 고부가 제품인 냉연강판의 소재로도 사용된다.
 
올 1월부터 11월까지 보통강 열연강판의 국내 수입량은 총 451만7000톤으로 이중 216만1000톤이 중국산이다. 전체 수입량의 47.8%로 전년 동기 대비 47.6% 증가했다. 반면 중국과 함께 국내 수입 비중이 높은 일본산은 8.1% 수입량이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국무원이 오는 2018년까지 철강 생산량을 8000만톤 이상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중국 철강재 수입량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철강 수입량은 2089만3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 늘었다. 이중 중국산은 1228만3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7% 급증했다. 이는 중국산 수입량이 정점을 찍었던 2008년에 근접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증가세는 전 품목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중국산 철강재는 올 들어 11월까지 선재, 강관 등 일부 몇 개 품목을 제외하고는 전년 동기 대비 수입량이 증가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범용제품으로 중국산 수입 철강재의 품목이 제한됐었지만 최근에는 냉연강판, 아연도강판 등 국내 철강업체들이 고부가 전략 상품으로 밀고 있는 제품들까지 수입 폭이 확대됐다. 국내 철강업계의 탈출구였던 고부가 전략 상품 시장까지 중국산의 공세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 철강업체들의 반덤핑 제소로 수입량이 감소세를 보였던 H형강도 지난달부터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는 업계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수요부진과 내수시장 경쟁 심화로 국내 철강업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중국산 철강재의 내수시장 잠식 현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철강 수입이 늘면서 국내 업체들의 사정이 어려워지고 이는 다시 수입량을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부제철(016380)은 오는 15일 연산 300만톤 규모의 열연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기존에는 보유하고 있는 전기로를 통해 필요한 열연강판의 절반가량을 자체 조달하고 나머지를 포스코나 일본 업체로부터 받아서 사용했지만 공장 중단으로 필요 물량 전량을 외부에서 들여오게 됐다.
 
중국산과 국산 열연강판의 가격 차이가 점점 벌어지면서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는 중국산을 수입해 사용하는 편이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는 채권단의 판단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국내산 열연강판과 중국산은 톤당 10~12만원 정도 가격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기로를 보유하고 있는 동부제철의 경우 포스코 같은 고로사에 비해 같은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생산단가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동부제철이 연간 200톤 규모의 중국산 열연강판을 사용할 경우 내수시장의 중국산 잠식 현상이 심화되는 등 국부 유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저렴한 수입산을 사용하는 게 맞지만 국부유출 논란이 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산과 중국, 일본 등 수입산의 비율을 어떻게 조정하는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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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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