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한가지 현상에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합니다. 컵에 물이 반밖에 없을수도 있고, 반이나 차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사람도 있고,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늦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누가 그 현상을 보냐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한데요.
내년 서울 내 입주 물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세입자와 매매참여자들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전셋값이 더 올라갈 것이란 생각에 울상을 짓고, 누군가는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하방경직성이 강화될 것이라는 판단에 조용히 미소 짓고 있습니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최근 내놓은 자료입니다. 내년 서울에서는 2만938가구가 입주할 것이라고 합니다. 올해보다 1만5859가구, 무려 43.1%나 줄어들 예정인데요.
지난해보다 입주가 늘어난 올해도 전셋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데 입주가 줄어든다니 전셋값 상승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올해 서울에서는 약 3만600여가구가 입주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2만8000여가구보다 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전셋값은 4.24% 상승했습니다.
입주물량이 줄어드는 내년에는 얼마나 더 오를까요. 내년에는 강남 재건축 이주도 몰려있어 서울은 올해보다 더 오를 것으로 걱정 되는데요.
(사진=뉴스토마토DB)
내년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한 예비신랑은 "결혼을 하긴 해야하는데 전셋집 구하기도 힘들고, 전셋값은 더 오를거라고 해 걱정이에요. 서울에서 산다는건 꿈도 못꾸고 있는데 서울과 인접한 경기권에서 적당한 곳을 찾을 수 있을지 조차 모르겠네요"라고 입주 감소에 따른 불안한 속내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세입자가 아닌 매매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전세수요하고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서울의 입주 감소는 집값을 든든하게 지켜줄 보험같은 거라고나 할까요.
올해 서울 주택거래량은 지난 2006년 부동산광풍기 이후 최고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부동산부양책이 불쏘시개 역활을 했지만 불씨 자체는 전세난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 서울 주택시장은 만성적인 전세집 부족으로 상당수의 전세수요가 매매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감지됐습니다. 물론 시세차익이나 임대를 목적으로 한 투자수요도 있었죠.
전셋집 부족에 따라 매매로 전환할 수요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과 전세수요의 매매 전환이 예상에 못 미치더라도 주택공급 감소에 따른 수급 불균형은 가격 하락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었는데요.
중개업소에서 만났던 한 내방객은 "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 원리를 베이스로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수요가 아무리 줄어도 그 수요보다 공급이 더 준다면 가격은 상승할 것입니다. 이번 정부는 부동산을 부양하기 위한 시그널을 계속 보낼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상황에서 입주 감소는 가격 상승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전셋집 부족 누적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버린 전셋값. 새 집 공급 감소 누적으로 5년만에 상승 마감을 눈앞에 둔 서울 매매시장. 이들에게 똑같은 입주감소라는 한가지 소식이 전해졌지만 뒤돌아서는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