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가 2년 내로 통합 지하철 공사를 출범시키고 물류·호텔·공연 등 신사업에 진출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지하철 통합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통합 절차는 ▲2015년 6월 기본 계획 수립 ▲2015년 12월 조례·정관 등 정비 ▲2016년 6월 조직·인사 개편 ▲2016년 12월 통합 완료를 하는 것으로 짜여있다.
서울메트로는 지하철 1~4호선, 도시철도공사는 5~8호선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는 경쟁으로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지난 1994년 설립됐다. 약 20년 동안 따로 운영됐던 지하철 공사를 통합하는 이유에 대해 박 시장은 "경영효율화를 통한 경영구조개선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공기업들의 적자는 매년 늘어났다. 2011년 2316억원이었던 적자는 2013년에는 2792억원으로 불어났다. 지하철 공기업들의 누적 적자는 4조8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경전철이 도입되면 적자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쟁 효과 보다 분리 운영의 비효율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 지하철 통합 후 신사업으로 적자 해소
박 시장은 지하철 공사들을 통합 시킨 후 비운수사업에 진출시켜 적자를 줄일 계획이다. 통합 후 비운수 사업에서 성과를 낸 대표적인 예로 홍콩 지하철 운영사 MTR·KCR 통합 사례를 제시했다. 두 회사는 2007년 통합된 후 2008년 상가임대 매출이 42% 증가했다.
지하철 공사들이 통합되면 지하철 환승역 주변 대규모 개발이 예상된다. 김경호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코레일은 민자역사 사업을 하고 있다. 통합 지하철 공사도 환승역 주변에서 재개발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된 지하철 역 주변에서 통합 지하철 공사는 판매업, 물류업, 사무실 임대업, 호텔 숙박업, 공연사업 등을 할 예정이다.
김태호 도시철도공사 사장은 "물류업은 통합된 물류 시스템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지하철 공사가 두 개로 나뉘어진 상황에서는 이런 시스템을 만들기 힘들다"며 통합 이후 다양한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또 지하철 공사 통합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했다. 전동차, 선로정비 중기 등 대형 장비를 공동 구매할 경우 최대 수십억원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컨설턴트 업체인 맥킨지는 지하철 공사 통합으로 500억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합 이후 경영지원, 기획, 안전관리 등 중복 업무는 하나로 정리한다. 관제, 역무, 승무 등 운영 분야와 기술 분야 등도 점진적으로 합쳐진다. 조직 개편으로 생긴 잉여 인력은 안전·서비스 등 인력이 부족했던 곳과 신규사업에 편성한다. 인원 감축 등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통합 이후 안전 등이 더 강화될 수 있도록 인원을 재배치하겠다. 또 역세권 개발 등 신사업에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겠다. 그래도 남는 인력이 있다면 정년 등 자연 감소 방식으로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신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설명회를 갖고 지하철 통합혁신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News1
◇ "서비스·안전·노사관계 등 전분야 개선"
통합으로 지하철 서비스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 예를 들어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는 현재 막차 시간을 개별적으로 정하고 있다. 그래서 환승역에서 막차가 끊어지는 경우가 잦다.
두 공사들이 통합되면 모든 노선의 막차 시간을 고려한 운행 스케줄 편성이 가능하다. 또 운영사가 달라 비효율적으로 만들어진 환승통로를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것도 고려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하철 안전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통합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면 열차 내·외부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고 일괄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노후 시설은 가장 시급한 부분부터 합리적으로 보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김경호 본부장은 "코레일은 구로 통합 관제 센터를 만든 후 열차 추돌 등 사고 발생 건수가 현저하게 줄었다"며 "통합 시스템으로 서울 지하철 사고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공사 통합 후 지하철 노조가 파업할 경우 서울의 모든 지하철이 멈춰버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박 시장은 노사간 소통 강화를 제시했다. 소통을 통해 극단적인 파업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통합 지하철 공사에는 노조가 추천한 이사가 기업 이사회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와 경영을 노조와 협의·결정하는 경영협의회를 도입한다는 방안이다.
그는 "불투명하고 독단적인 운영으로 노사 갈등을 야기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투명한 경영과 참여 보장으로 신뢰가 쌓이면 갈등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수도권 대중교통을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교통청을 만들어 지하철과 서울 ·인천·경기도 버스, 코레일을 관리하는 것이다.
김경호 본부장은 "통합 운영 체계를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버스는 현재와 같은 준공영 체제로 편입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