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이인규 검사장)는 14일 오전 10시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를 재소환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노 전 대통령 주변으로 흘러간 600만 달러와의 관련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도 이날 오후 다시 부를 예정이지만 이들과 박 회장과의 대질신문은 예정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검찰은 건호씨를 상대로 사촌매제인 연씨가 작년 2월 박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송금받는 과정에 개입했는지, 500만 달러 중 일부가 투자된 엘리쉬&파트너스사의 대주주가 된 경위가 무엇인지, 500만 달러의 운영 전반에 관여한 것은 아닌지 등을 조사 중이다.
검찰은 "5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에 보낸 돈"이라는 박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노 전 대통령이 이를 알고 있었는지를 입증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노 전 대통령 부부가 2007년 6월29일께 박 회장의 비서실장인 정승영 정산개발 사장을 통해 대통령 관저에서 전달받은 100만 달러를 당시 미국에 유학 중이던 건호씨가 전달받아 쓴 것은 아닌지도 캐묻는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박 회장이 급히 환전한 100만 달러를 전달받은 다음 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한 점에 비춰 7월1일 중간 기착지인 미국 시애틀에 들렀을 때 건호씨에게 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방문 당시 시애틀 총영사였던 권찬호씨와 청와대 경호원을 최근 불러 노 전 대통령이 실제로 건호씨를 만난 적이 없는지 행적을 조사했으나 유의미한 결과는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시 시애틀에서 100만 달러를 건호씨에게 건넨 `전달자'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으나 이를 밝혀내지 못하더라도 노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600만 달러'의 성격이 2006년 농협의 자회사인 휴켐스를 인수하고 30억 달러 규모의 베트남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따낸데 이어 2007년에는 결국 무산되기는 했지만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경남은행을 인수하려 했던 점 등 박 회장의 사업에 두루 편의를 봐준 데 대한 일종의 답례로 보고 있다.
600만 달러가 건네진 시점이 참여정부 말기라서 따로 청탁이 있었을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후반 노 전 대통령을 공개소환해 조사한 뒤 이달 안에 사법처리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에는 박 회장으로부터 금품수수 혐의가 있는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판사ㆍ검사ㆍ경찰, 지역 언론인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공사한 ㈜삼정과 지분의 절반을 공유하고 있는 삼정기업이 작년 1월 포스코건설로부터 부산 망미2구 재개발공사 지분 20%를 넘겨받아 특혜성 계약이 이뤄졌다는 의혹도 향후 살펴보기로 했다.
이는 ㈜삼정의 대표인 이모씨와 삼정기업의 박모씨가 박 회장 및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친분이 깊어 참여정부 시절 사세가 급신장했다는 소문이 지역 업계에서 나돌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