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굳혀지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양강 구도가 급속도의 재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혁신의 부재 속에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됐고, 이 틈을 타 중국의 도전이 매섭다.
애플이 아이폰6를 통해 건재함을 드러낸 가운데 삼성전자의 추락은 끝이 안 보인다.
삼성전자(005930)는 신흥국 위주의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견고하게 시장을 지켜내는 애플에게 뒤쳐지며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
샤오미 레드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4, 애플 아이폰6(왼쪽부터).
◇혁신의 실종, 중국에게는 기회
올 한 해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까지 겸비한 중국 업체들의 성장이 눈에 띄었다. 특히 중국, 인도 등 중저가 수요가 많은 신흥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며 시장 주도자로 부상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에 등을 돌리던 글로벌 소비자들은 선진국 못지 않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지닌 중국 제품에도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개화 초기 보였던 혁신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실종됐고, 이는 모방 위주의 중국 업체들에게 기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모방은 기술력으로 이어졌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는 애플을 단순 모방하는 짝퉁 회사에서 애플보다 고객 니즈에 귀를 기울여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기술기업으로 거듭났다
샤오미는 설립 4년 만에 LG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4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자리매김했다. 샤오미의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은 6000만대, 매출액은 700억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3분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위부터 5위까지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업체들이 나눠 가졌다. 이들 3개 중국 제조사의 시장 점유율은 15.5%로, 전년 동기 대비 4.1%포인트 증가했다.
처음으로 탑5에 이름을 올린 샤오미의 판매량은 지난해 3분기에 비해 무려 4배 이상 늘어난 1577만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점유율 또한 5.2%를 기록하며 4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역성장에 분기 이익 '반토막'
반면 삼성전자의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7321만대로, 점유율 24.4%를 기록했다. 다행히도 시장 1위는 지켜냈지만,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1년 만에 점유율이 7.7%포인트 추락했다.
실제 지난 1년간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 성장률은 -11%로 역성장했다.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으로 삼성전자의 3분기 무선사업부(IM) 영업이익은 1조75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 거뒀던 영업이익 6조7000억원에 비하면 5조원 가량 급감했다.
그동안 전사 이익의 70~80%를 담당해 온 IM사업부의 부진으로 삼성전자 전체 실적은 반토막났다. 연결기준 삼성전자 3분기 영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0% 급감한 4조600억원을 기록했고, 4분기 실적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IM사업부 조직개편과 함께 중저가 제품을 포함한 제품 라인업 확대 등 마케팅 전략 수정에 나섰다.
◇애플, 아이폰6로 판매기록 경신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시장을 내준 삼성전자와 달리 애플은 3분기 판매량과 점유율이 3818만대, 12.7%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0.6%포인트 소폭 증가하며 2위를 유지했다.
애플은 대화면을 채택하며 기존 모델과의 차별성을 둔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를 출시하며 견고한 성장을 이어갔다.
4분기에도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의 판매 호조로 자리를 지켜낼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0월부터 이번달 12월까지의 글로벌 아이폰 판매량이 6700만대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아이폰6 품귀현상까지 일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이폰6과 아이폰6플러스 대기물량은 80만대지만 공급물량은 35만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업체들의 거센 공세에도 아랑곳 없이 없어서 못 팔 정도인 아이폰6를 내세워 깜짝 실적을 보인 애플과, 혁신 없는 제품들의 연속이라는 혹평을 받은 갤럭시 시리즈의 부메랑에 실적쇼크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출처=가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