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하나기자] 올 한해 투자자들은 위험보다 안정을 택했다. 이른바 '중위험·중수익' 마케팅이 먹혔다. 특히 주가연계증권(ELS) 가운데 지수형 ELS가 저금리 시대, 박스권 증시의 대안으로 부각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총 2만1264건, 66조8770억원의 ELS가 발행됐다. 올해 ELS 발행건수와 규모는 지난해 1만7476건, 45조6892억원, 2012년 1만7793건, 47조5478억원대비 모두 성장했다. 지난 9월에는 ELS 발행액이 8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의 자금 쏠림이 나타났다"며 "원금을 사수하고자 하는 보수적 성향의 투자자들이 손실 보다는 10%내의 안정적 수익을 택했고, 지수형 ELS 등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줄고, '시중금리+알파(α)'를 추구하는 상품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증권사들은 불확실한 시장 상황 속에서 조기 상환 가능성을 높인 ELS를 꾸준히 선보였다. 스텝다운, 노낙인 스텝다운 등 안정성과 수익실현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상품이 줄을 지으며 중위험·중수익을 강조한 마케팅이 계속됐다. 이에 종목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수형 ELS로의 쏠림 현상도 나타났다. 실제 발행금액의 90% 이상을 지수형 ELS가 차지했다.
지난 10월, 11월에는 종목형 ELS의 원금손실(녹인·Knock-in) 우려가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의 공포가 커졌다.
SK이노베이션(096770) 등 정유주와 일부 화학주의 주가 급락에 이어
현대차(005380) ELS 마저 일부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등 투자자들의 피해가 늘어났다. 기대 수익이 높은 만큼 손실 위험이 큰 종목형 ELS 기피현상도 강화됐다. 지난달 종목형 ELS 발행 비중은 0%대로 떨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위험·저수익 상품부터 고위험·고수익 상품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ELS를 중위험·중수익의 대표 상품으로 통칭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가 있다"며 "ELS 전 상품이 은행 이자율보다 나은 안정적 수익을 주는 것처럼 알려지는 것은 투자자의 손실로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도가 어떻든 원금 손실 우려가 존재하는 ELS보다는 원금을 보장하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상품으로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ELS가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저금리 속 시중금리+알파의 수익을 주는 마땅한 투자대안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수형 ELS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신규 기초자산과 기초지수 활용이 나타나는 등 다양한 상푸 개발 가능성도 긍정적이다. 최근 유안타증권은 CSI3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B를 업계 최초로 내놨다. CSI300지수는 중국의 지수 선물·옵션의 기초 자산이 되는 지수로 우리나라의 코스피200과 유사한 형태이며 구성종목이 300개다. 이는 중국본토 투자 확대와 기존 해외 지수 쏠림 현상을 해소할 여지를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파생상품 중 ELS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저금리 기조 속 상대적으로 익숙한 자산으로 구성돼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거래량과 발행규모도 우상향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에 투자상품으로써 ELS는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ELS 관련 꾸준한 상품 개발과 마케팅을 이어갈 계획이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ELS 투자 입문서인 'MY STORY ON ELS'를 내놨다. 이 책은 한국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 소속 ELS 담당 직원들이 쓴 것으로 ELS 상품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 상품선별 방법과 투자 유의사항 등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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