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위기에 빠진 출판을 살리려면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설득하고, 책 읽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29일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연구소가 '한국 출판 어떻게 살릴 수 있나'를 주제로 개최한 제69회 출판포럼에서는 출판산업 위기의 수준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으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쏟아졌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국 출판의 위기는 호경기와 불경기가 순환하는 단순한 경기 불황이 아니다"라며 " 신간 발행 종수는 4만3000여 종으로 10년가량 정체 상태고, 발행 부수는 지난 2005년 1억1972만부에서 지난해 8651만부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월평균 도서 구입비는 다른 소비 지출 부문과 달리 최근 5년 사이 25%가량 감소하는 등 책 생태계와 출판산업의 사막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정부와 업계 단체가 리더십을 확립해 법제 개선과 출판산업 인프라 구축을 선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출판산업의 위기는 수요 부족이 주된 원인이므로 독서 생태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박윤우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는 "책과 출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출판 종사자 누구나 동의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책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논리가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다"며 "출판 밖의 사람들도 책이 왜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이러한 이야기를 바깥에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출판계의 컨센서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리라 컬처룩 대표도 이에 공감하면서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책을 팔 수 있는 곳이 불안하고, 책 내기의 두려움이 가시지 않고 있다"며 "출판의 위기는 출판사들이 콘텐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수요 창출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이고, 지식기반 사회에서 필수적인 것"이라며 "책 읽는 문화를 조성하려면 책 읽은 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책 읽는 공간을 만드는 한편, 출판 인력도 양성하는 정부·업계의 투자가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독서 운동의 방법으로는 '함께 읽기'라는 것이 있다"며 "책을 함께 읽으면 상대의 마음과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토론이 되므로 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삼성그룹 등 기업에서도 도입하고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렇게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고 상상력을 키우지 않는다면 국가 발전이나 미래도 없다"며 "국민 독서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종수 한국출판연구소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성장 정체는 다양성 부족에 기인한 것"이라며 "독서력이 지속가능 성장의 원천이고, 책의 역사와 일류 국가는 같이 해왔다는 상식이 한국에 통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의 내년 계획 중 (출판산업에) 대대적인 예산을 투자한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 등 선언만 있고 뒷받침하는 예산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청중석에서 발언에 나선 이창경 신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는 "중고교생은 입시 때문에 책을 읽을 시간이 없고 대학생은 취업 때문에 읽을 수 없다"며 미래의 독서 인구 진흥을 위한 교육계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29일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연구소가 '한국 출판 어떻게 살릴 수 있나'를 주제로 개최한 제69회 출판포럼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