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승기자] 핀테크 열풍이 불면서 금융당국이 점포 없이 인터넷과 콜센터를 통해 예금, 대출 등의 업무를 처리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허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지점 운영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일반 은행보다 예금금리를 높이고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금융거래 실명확인 절차와 금산분리 문제, 업무범위 설정, 보안 문제 등이 난제로 남아있지만 아직 속시원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외국에서는 이미 영업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두 차례 시도에도 불구하고 문화장벽과 규제장벽에 막혀 설립에 실패한 바 있다. 지난 2001년 SK그룹 등 대기업과 안철수연구소 등 벤처기업 등이 힘을 합쳐 시도한데 이어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금융산업 육성을 명목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추진됐지만 모두 무산됐다.
◇'비대면' 실명 허용 추진..보안 문제 남아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던 금융실명제 문제는 비대면 확인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무점포로 운영돼 비대면 실명 확인이 허용돼야 하는 만큼, 지난 1993년부터 실명으로 거래하도록 한 금융실명제를 20년만에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휴대전화나 공인인증서 인증 방식을, 장기적으로는 화상이나 홍채 인식을 통한 실명 확인을 허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대면 방식에 대한 보안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해 신용카드 고객의 대규모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났지만 이를 막기 위한 관련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또 금융당국은 날로 교묘해지는 해킹 수법에 대한 뾰족한 대안도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 없이 비대면 거래를 허용하면 보안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위험에 더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산분리 완화 검토..국회 통과는 불투명
금산분리 등 규제완화 입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건이다. 금융당국은 금산분리 규정을 피해 기존 금융회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먼저 허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IT업체가 인터넷 전문은행업에 진출을 원할 경우 금산분리 상한선인 4%를 넘길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대출 업무를 배제하는 대신, 4% 이상 의결권을 가질 수 있도록 금산분리조항을 예외적으로 완화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국회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을 허용하려면 금산분리 완화가 필요하지만 대기업이 은행업에 진출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어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산분리 기준을 완화해 우수 IT 업체와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독려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아직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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